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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건 주범 징역 40년 확정, 세월호 선장 이어 두번째 '미필적 고의' 인정

[서울=아시아뉴스통신] 박규리기자 송고시간 2016-08-25 18:32

경기 양주시 은현면 육군 제28사단 군사법원에서 열린 '윤일병 구타사망 사건' 결심공판을 참관하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법원을 나오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DB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모(28)병장에게 징역 40년이 확정됨으로서, 세월호 선장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인정 판례가 탄생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볍관)는 25일, 후임병사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6월 3일, "계속된 무차별적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사실상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 징역 40년형을 선고했다.

한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거의 인정하지 않던 과거와 달리 법원이 최근에는 현실을 반영하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폭넓게 인정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사실 법원은 살인의 의도로 범죄 행위를 저지른 (완벽한)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대해 형법상 학설인 '용인설'과 '감수설'을 인용해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이 학설을 인용하면 피고인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되기 쉽지 않다.

살인을 부인하는 경우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검찰은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하려고 했지만, 법원은 법정 최고형이 5년인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된 모습./아시아뉴스통신DB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과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다.

이 두 사건 모두 피고인들에게 살인죄가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법원은 그 이유로 '사람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과적 운항 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국민들은 법 감정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분노했었지만, 법원은 그때마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으로 해결해왔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용인설 및 감수설을 취하면서도 세월호 이준석 선장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가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아시아뉴스통신DB

이준석 선장은 지난 2014년 2월,  당시 퇴선 방송 지시를 하지 않고 먼저 탈출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승객 300여 명이 숨졌다.

이에 대법원은 "선장으로서 지체할 경우 승객이 익사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승객을 내버려 둔 채 먼저 탈출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물론 이 사건은 대법원이 대형 인명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첫 판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법 감정을 충족시키는 판결이었다.

지난 4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자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가운데 신현우 옥시 전 대표가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DB

반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에 대해 검찰은 지난 6월 3일,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그를 구속 기소했다.

과실치사의 경우 고의가 요구되지 않아 입증이 쉬우나 대신 공소시효가 짧다. 검찰도 옥시 전 대표를 소환할 당시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임흥규 팀장은 "검찰이 살인죄를 염두에 두고 수사했다가 과실치사로 바꿈으로써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공소시효가 지나게 됐다"며 "옥시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당연히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세월호 선장에게 재판부가 적용한 '미필적 고의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 논리'를 옥시 전 대표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난 4월 가습기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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