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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자로 사는 법(1) - ‘이중섭의 눈’ 김희철 감독] 서귀포 여행 이니스프리, 헌 책방 ‘시인의 눈’을 소개합니다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1-08 01:35

'토토의 천국', 제주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상영하는 공간 기대
헌 책방 '시인의 향기'는 청소년의 꿈을 상영하고 싶은지 모른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오늘 필자는 낭만적인 책방을 찾아 서쪽 예래동으로 길을 떠났다. ‘편집하는 남자’, 지금 그는 영화 ‘이중섭의 눈’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최근 이사한 봉성리 집에서 출퇴근하는 약간의 구속을 즐기는 이 남자가 부러워 방문한 예래동 헌 책방 ‘시인의 향기’는 청소년들에게 '토토의 천국'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 김 감독과 제법 잘 어울려 보이는 공간, 헌 책방을 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 헌 책방, 큰 욕구는 없었다. 촬영하면서도 가볍게 할 수 있는 다른 것? 영화를 하면서도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 차 마시면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다보니 헌 책방이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하고 싶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시크하다. ‘제목만 봐도, 제목만 읽어도 좋다’는 책에 대한 그의 시크함이 필자는 부럽다. 

▶ 책방 이름이 ‘시인의 사랑’인 이유가 궁금하다
- 전주국제영화제 투자 지원으로 제작되는 장편 영화 ‘시인의 사랑’이 배경이랄까. 지역의 시인에게 영감 얻어 시작한 영화인데 양익준씨가 주연으로 등장하며 올해 개봉 예정이다.

제목도 아스라하지만 김 감독이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 헌 책방 ‘시인의 사랑’에 없는 것 세 가지, 이곳에는 다른 곳들에서 만날 수 있는 세 가지가 없다는데
 - 퀴퀴한 곰팡내와 어지럽게 쌓여 있는 책들이 즐비한 헌 책방? 좁은 골목길 양쪽에 줄지어 자리 잡은 헌 책방? 이곳에는 헌 책방하면 함부로 상상하는 그런 것들은 없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 김 감독이 사회에 던졌던 메시지는 '기억'이었을까.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80년대 기억 속에 자리 잡은 헌 책방들의 모습은 늘 정겹다. 그 정겨움을 찾아 떠난 여행인데 조금 서운했다. 초등학생 시절 늘 끼고 살았던 ‘어깨동무’ 혹은 ‘보물섬’을 만나지 못함에서 오는 서운함이었을까.

▶ 오픈한 시점은 언제인지
- 2016년 여름, 8월에 오픈했다.

생각보다 시끌벅적하지 않은 인상, 왜냐고 물었더니 ‘조용조용히 활동’해 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만큼이나 책방도 김 감독을 닮은 것일까.

▶ 요즈음 제주도 책방들이 뜬다는 소문이 있던데
- 자연이 매력적인 제주라 그런지 책방 순례하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들었다. 제주에서 책방 지도도 나오고 제주시 독립서점 라이킷, 딜다 책방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다.

▶ ‘시인의 책방’에는 착한 가격 외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는데
- 음. 이곳 커피가 맛있다? 미국 커피인데 맛이 괜찮다. 가격은 감동 후불제? 1월부터 가격을 책정해 판매해 볼까 생각중인데 헌 책을 대량 구매하면 공짜로도 줄 수 있다.

사실 한 잔에 3500원이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깊은 쓴 맛이 예래 바다를 닮아 깊고 그윽해 좋다.  
 
김희철 감독의 헌 책방 '시인의 향기'는 예래동의 풍광을 담았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정유년 혹은 공간에서 꿈을 꾼다면
- 희망사항? 이곳에서 빔 프로젝트를 쏘면서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가졌으면 좋겠다.

감독은 3년 전 청소년 진로 관련 책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을 출판했다. 일종의 청소년 직업선택 질의지랄까. 그리고 서귀포 청소년 학생들에게 수련회를 통해 다큐 특강도 진행했다. 이런 이력들을 들으면서 김 감독의 꿈이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전이되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시대는 쏜살 같아도 풍족하지 못한 고학생, 가벼운 호주머니를 가져 새 책을 제 값에 치르지 못하는 자취생들에게 헌 책방은 여전히 기웃거림의 공간일지 모른다. 헌 책방 ‘시인의 사랑’도 여전히 그 기웃거림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용되길 바란다.

부산 보수동, 광주 계림동, 서울 청계 상가 ... 기억 속 헌 책방 산책은 추억으로 가는 낭만여행 같은 것이었고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책으로 가득 찬 상상 속 나만의 공간은 만나지 못했지만 여전히 성실한 김희철 감독을 만나고 나도 꿈이 생겼다. 

‘시인의 사랑’이 예래동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 되고 지역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 헌 책방에서 주인과 함께 도서무료교환, 아동 도서 특별전, 고서전시회, 음악회 등 제법 멋들어진 문화행사를 진행하면 좋겠다. 지금도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스필버그인 필자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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