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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미술, 공간에서 길을 묻다(8) – 김창렬미술관] 김창렬소장품전 ‘물처럼’, 동양적 사유와 미학을 만나다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6-20 01:22

존재감으로서의 스펙트럼, 당신의 물은 안녕하신가요?
김창렬미술관, '물처럼'전, '제13투쟁'.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는 모든 것을 물방울 속에 용해시키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행위이다”

제주도립 김창렬미술관이 건축잡지 공간 7월호 특집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만 40세의 젊은 건축가 홍제승의 첫 번째 작품에 눈길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한자 돌아갈 회자를 건축물의 개념에 사용한 조형미를 탐닉한 것인가?

하지만 필자는 21일 오픈하는 전시 ‘물처럼’전에 주목한다. 채워진 물과 어울리게 표현된 조각적 조형미를 만날 수 있는 행복, 물방울에 천착해 온 작가가 페인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체험적 공간을 소개해 본다. 

김창렬의 물방울에 관한 다섯 가지 발견, 작가는 평생을 물방울에 집중해 왔다. 특히 조형미 높은 물방울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거친 텍스트, 또 거친 돌이나 무쇠를 배치해 사용한 점이 첫 번째 특징이다.

두 번째는 ‘돌아갈 회자’이다. 작가가 60세가 되는 회갑에 맞춰 삶의 균형처럼 고안된 회자는 작가의 중요 모티브로 사용되었다. 다시 그것들은 또 건물에 맞춰 조각되었다. ‘다시 돌아온, 태어난 것’처럼 회귀되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세 번째는 ‘아사천’과 같은 질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냥 캔버스와는 다른 아사의 질료는 굉장히 섬세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김창렬미술관서 열리는 '물처럼'전, 제주도를 사랑한 작품 '물방울'.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프랑스에서 사용할 캔버스 역시 한국에서 가져가거나 캔버스 뒤편에도 그리는 등 작가는 질료에 대해 굉장히 애쓰며 산 것으로 알려진다.

질료는 작가의 실존주의 철학을 잘 담을 수 있는 고향의 용기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산골이지만 지식인이 많이 활동하던 고향 평남 맹산의 기억을 작가는 기억했을까?

네 번째는 캔버스의 색을 죽이려고 혹은 물방울을 좀 더 순수하게 표현하려고 바탕에 차나 커피를 사용, 얼룩으로 배경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캔버스 안에 머물고 있는 물방울 자국이 콘트라스트가 되어 기억에 남는다.

젖은 물이 마르고 또 젖게 되고, 이 오랜 흔적 역시 눈길이 간다. 또 작품 옆으로 이동한 고유번호 혹은 사인 등에도 눈길이 간다. 

마지막은 초현실주의를 의식했을까? 대중들은 2000년대 이후 황혼(?)에 이른 작가에게서 만날 수 있는 화려한 색체들이다. 오렌지, 빨강 등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물방울들은 색동옷을

1970년대 이후 줄 곧 물이라는 한 가지 테마를 미학적으로 사용해 오던 작가. 그것들이 얼마나 극사실적 미학으로 풍성하게 발전시켜 왔는지를 보게되면 김창렬이라는 작가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창렬미술관서 열리는 '시간의 흔적'전, 박철호작, 'circulation'.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그래서 대중들은 굉장한 극사실주의를 지향한 1970년대 작품들을 최고로 평가해 준다.

스승 이쾌대는 ‘얼마나 자기 작품과 치열하게 마주하냐’에 대한 가르침을 주문했다고 한다. 작가의 예술혼은 역시 작품으로 표현되고 대중들 또한 그것들을 대면하며 시간을 담아온 작가의 변화에 감동하게 된다.

회자에서 동기(모티브)를 따와 조형화 된 아름답고 작은 네모 회랑은 덤이다. 회랑 속으로 들어가면 중요한 시기의 작품을 포함, 200여 점 중 콜렉션 한 ‘신문들’을 만나게 된다. 날마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유추할 수 있는 신문은 작가에게 일종의 보고서였는지 모른다.

그곳에서도 또르르 흘러내리는 아주 맑은 물방울을 만나고 까칠한 모래의 질감도 존재한다. 전쟁과 해방, 뉴욕과 프랑스, 베를린을 지나왔던 작가에게 신문은 그저 우주며 또 하나의 세상이었는지 모른다. 다큐적이든 미적이든 작가에게 신문은 중요한 질료로 기억될 것이다.
 
김창렬미술관서 열리는 '시간의 흔적'전, 고영훈 작, '시간을 삼킨 달'.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옆방에서 같은 날 공개되는 고영훈 작가의 작품에도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해 온 질료와 조형미가 담겨져 있다. 제주미술이 고민해온 질료의 지점, 이제는 세상에 보여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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