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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제주 2017, 제주작가의 발견 이은경] 과일상회, 먹고 싶은 과일 혹은 가지고 싶은 과일 고르기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6-26 22:02

소유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쇼핑하는 법
작가 이은경의 작품 속 발색과 중첩은 인간의 박동과 같은 것일까.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상상하는 맛'에는 자유가 있다. 인간의 욕망은 과일을 통해 과연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과일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사물은 대게 형상과 이미지 사이에 존재한다. 그 사이를 파고 드는 존재가 예술가이다. 작가 이은경도 상(商)행위를 통해 아름다움을 팔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 2016년 ‘세 곳의 과일상회’를 통해 선보인 그녀의 과일에는 패턴이 존재하고 색상과 레이아웃이 존재한다.

광주상회는 공모전 형식이었고 나머지 제주전(비오토피아)과 서울전(갤러리U)은 픽업되어 치러진 초대전이었으니 40이 채 안된 나이의 그녀를 ‘준비된 작가’라 불러도 무방하다.

통일성, 즉 하나의 패턴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다. 그 나이에 참 쉬운 일은 아니다. 강렬하게 느낄만한 주제 전달을 고민하다 택한 건 ‘세 도시 간 연결’이다. 반짝반짝, 재주가 보석처럼 빛난다.

두 번째는 ‘순수함’으로 평가받는 작가의 이미지다. 화려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순수함을 상징하는 미적 내밀성도 탁월하다. ‘사물의 고유성’에 오랫동안 천착해 온 작가의 집념 덕분이 아닐까.

세 번째는 ‘색감’이다. 그녀의 색감은 먹고 싶다는 자극을 유발하고 대중들은 부엌 공간을 활용하는 작품으로 선택된다. 그녀의 발색은 아트페어에 잘 맞는 작가로 평가되는 주된 이유가 되었다.

예를 들어 작품 ‘브로콜리(broccoli)’의 경우 생명을 의미하는 씨앗을 단면에서 만난다. 외형적으로 작고 왜소한 식자재지만 씨앗이 자라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를 상상하게 하고 조명이 비추는 구슬의 존재(FP 드롭비즈)를 통해 생명력이 강한 큰 나무의 조형성을 이끌어낸다.

작가의 조형적 확장성을 기대하기에 이만한 작품은 없다.
 
작가 이은경의 작품 속 레이아웃은 연약한 인간의 피부 같은 것일까.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시선의 마지막은 견고히 존재하는 작품 속 레이아웃에 멈추게 된다. 레이아웃 속에는 아크릴, 비주 등이 존재하고 숭숭 뚫린 스펀지가 주는 터치감이나 중첩된 발색은 탁월하다.

자연에서 온 색, 대상이 가지고 있는 색에 충실했던 작가의 열망이 선물한 결과물이다.

작가의 네 가지 코드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지점을 관통한다. 에서 만나게 된다. 대중들에게 스스로를 알리고 관계를 잘 이어온 작가의 노력이 과일 속 알갱이처럼 송알송알 맺혔다.

어떤 사물을 선택할 때 혹은 누군가의 대상을 바라볼 때, 그 대상의 아름다움 보다 내면을 먼저 탐하는 우를 범하곤 했다. 이제 그 습관을 고쳐보는 건 어떨까?

그런 면에서 28일부터 시작되는 흰물결 아트센터 초대전이 기대된다.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이여’, 화가 이우환의 축약은 시간을 먹고 자라 점 하나로 응축된 천재성을 잉태했다. '아름다움의 재구성', 그 과정을 직시하는 그녀는 오늘보다 내일을 더 기대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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