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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수로 끊어 비 피해 키웠다”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영재기자 송고시간 2017-08-13 09:00

청주시 이정골마을 “왜 상의 없이 용도폐지”반발
농어촌공사 “당시 수해 수로와 무관… 시가 승인”
청주시 용정동 이정골마을 뒤편 계곡에서 저수지로 이어진 수로가 끊겨져 있다. 농어촌공사는 이 수로를 수 년 전 주변 토지주에게 매각했다. 마을주민들은 이 수로 때문에 지난달 16일 폭우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영재 기자

지난달 16일 폭우로 수해를 당한 충북 청주시의 한 마을 주민들이 저수지 수로가 화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수로를 관리했던 농어촌공사 청주지사는 당시 수해는 수로와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청주시 용정동 이정골마을 주민과 농어촌공사 청주지사 등에 따르면 이 마을 뒤편 계곡에서 저수지로 연결된 약 500m 정도의 수로가 수년 전 용도폐지가 됐다.

농어촌공사는 그 후 이 수로 일부를 주변 땅 소유자에게 팔았다.

이 수로는 마을 계곡의 물을 저수지에 채울 때 사용됐다.

이 저수지 물을 사용했던 용암동 등지의 개발에 따른 이용 수역이 줄어 수로의 시설 기능이 없어져 용도폐지를 했다는 게 농업기반공사의 설명이다.

이 마을은 지난달 폭우 때 마을 한 복판을 가르는 하천이 넘쳐 근처 집들이 일부 침수되고 아스팔트 포장이 벗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수로 바로 아래 집들은 수로 쪽에서 삽시간에 토사가 집으로 쏟아져 내려 죽음의 공포까지 느꼈다고 한다.

주민들은 농어촌공사가 멀쩡한 수로를 없애고 민간에 팔아 비 피해를 키웠다고 말하고 있다.

저수지 이용 수역이 줄었어도 여전히 저수지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땅이 많은데 수로가 쓸모없다고 폐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워낙 많은 비가 내렸지만 마을 안쪽으로 몰린 물이 저수지로 수로를 따라 저수지로 분산됐으면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

수로 밑 주민들은 이에 더해 수로 매입자가 수로를 끊고 흙을 채워 넣는 바람에 물이 저수지로 가지 못하고 집 쪽으로 넘치면서 토사까지 동반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격앙돼 있다.

수로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이모씨는 “수역이 줄었다고 하지만 이정골마을만 해도 농사짓는 논 면적이 넓고 아직도 아랫마을까지 저수지 물을 쓰고 있다”면서 “수 십 년을 쓰던 수로의 용도폐지를 한 것은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수로를 없애도 이용 주체인 주민들과 상의를 하고 해야지 그도 없이 수로를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가릴 생각이다”고 했다.

이씨는 경찰 40여명의 도움을 받아 이틀간 집안 정리를 했다.

농어촌공사 청주지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로 아래 집들의 비 피해는 수로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주변 개발지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로 용도폐지는 청주시의 승인을 받아 한 것”이라고 불법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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