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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캉성에게서 배워야 할 교훈

[강원=아시아뉴스통신] 이순철기자 송고시간 2017-08-16 19:18

강릉시민 함동식
미국의 저널리스트 님 웨일즈가 1930년대 중국 공산당 본부가 있는 옌안(延安)에서 조선인 독립운동가 김산(金山)을 인터뷰 한 후 그의 생애를 다룬 전기 작품 아리랑(Song of Arirang)을 1941년 미국 뉴욕에서 출간 하였다.
 
님 웨일즈는 김산의 실천적 지성과 인품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이 책 갈피마다 김산의 혁명가 다운 품모가 느껴지기도 한다.
 
김산은 조국 독립을 위해서 한 목숨 바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삶의 고비고비 마다 아리랑을 불렸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런데 1938년 김산은 일제의 스파이란 누명을 쓰고 처형 되었는데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물이 마오쩌둥의 도살자로 불린 살인귀 캉성(康生1898~1975)이다.
 
캉성은 공산당 입당이후 줄곧 보안 및 정보 분야에서 일해 왔는데 피 냄새를 즐겨 맡으며 권력의 변화에 천부적 후각을 지녔던 냉혈한이었다.
 
캉성은 원래 중국 공산당내에서 마오의 경쟁자였던 왕밍(王明)의 후원을 받던 자였는데 권력 변화를 눈치채고 마오의 편에 서서 정적들에게 국민당과 일제의 스파이란 혐의를 씌워 무자비한 적색 테러를 감행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전 마오쩌둥의 권력 구축은 실로 캉성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캉성은 자신의 소개로 마오의 네 번째 부인된 장칭(江靑)과 더불어 문화대혁명을 주도하였고 문혁 기간중 수 많은 인사를 제거하므로써 자신은 물론 마오의 권력을 강화 하였다.
 
일생을 살면서 이렇게 많은 피를 뒤집어 쓰고 산 인물도 아마 드물 것이다.
 
캉성은 마오의 사망이후 중국 공산당에서 제명 되었으며 혁명열사 묘역에서 그의 유해마저 파헤쳐지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이 결여된 정치권력에는 항상 이런 탐욕스러운 자가 기생하기 마련이지만 캉성이 활동하던 시절 당의 사회부나 중앙조사부 등 공안기관들은 마오 한 사람을 위한 사적 권력집단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들 기관은 당과 인민의 것이 아니였으며 조직을 책임진 수장의 권력욕은 종종 조직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캉성과 같은 예가 얼마든지 있었다. 어제가 광복 72주년이 되는 광복절이였다.
 
일제 36년의 강압 통치는 경찰력을 이용한 무단 통치였는데 1919년 3.1운동 이후 문화정책으로 전환하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한 것이였고 일제는 패망하는 그날까지 공안 통치의 끈을 놓지 않아었다.
 
그러니 당시 일제의 경찰 조직에는 얼마나 많은 친일 경찰이 존재하였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주로 부산.경남 일대에서 근무했던 하판락(河判洛)이라는 친일 경찰이 있었는데 그는 고문귀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악랄한 인간이였다.
 
1943년 친우회 불온 전단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거된 독립운동가들의 자백을 받기 위해서 착혈 고문을 했다는 증거가 당시 고문 피해자였던 이광우 선생의 증언을 통해 나왔다.
 
착혈 고문이란 혈관에 주사기를 꽂아 피를 뽑아내어 얼굴에 뿌리는 고문으로 자백하지 않으면 반복해서 착혈하였다고 하니 이런 악랄한 방법은 살인귀 캉성 조차도 하지 않았던 방법이였다.
 
이런 친일 경찰의 행태는 대한민국 건국이후 독재 권력에 의해 계속 이여져 왔으며 신군부 정권시절 이근안이라는 고문 기술자의 출현도 우연한 일이 아니였다.
 
이들에게는 민족도 없었으며 인간애는 물론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경찰의 이미지는 이런 오욕의 역사속에서 더욱 부정적으로 덧칠되어 졌을 것이다.
 
물론 친일의 문제는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너무나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어서 말 몇마디 글 몇줄로 논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또한 독재 권력을 지탱한 세력도 경찰만의 일일 수는 없다. 그러나 경찰의 이러한 과거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국정 개혁과제 100대 어젠다중에 검경 수사권 문제도 포함되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는 경찰의 오랜 숙원이다. 새 정부의 의지도 강해보이고 검찰에 실망한 나머지 국민적 지지도도 높아 보인다.
 
그 어느때 보다 호기를 맞은 것 같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궁극적으로야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규를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먼저 국민적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성찰해야 함은 물론 도덕성 경쟁에서 검찰과 비교 우위를 점해야만 한다.
 
그런데 얼마전 문무일 검찰총장은 과거사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반하여 경찰 수뇌부는 진실 게임의 진흙탕 싸움에 골몰하였다.
 
김부겸 장관의 질책이 있고서야 잠잠해 졌으니 이것은 누가 보아도 새정부의 코드에 맞추려는 경찰 수뇌부간 권력 암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검찰 조직의 신뢰 추락도 인사권을 쥔 청와대와 법무부의 눈치 보기에서 비롯된 것이니 검찰 간부들의 출세욕이 조직을 망쳐버린 것이다.
 
맹자는 “스스로 수양에 힘쓰고 인품을 닦는다면 벼슬은 저절로 따라온다”(修其天爵 人爵從之)고 하였다.
 
경찰이 진정으로 수사권 독립을 원한다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캉성의 권력욕은 자기가 속한 조직을 인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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