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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0-25 08:16

26-발길질 한번 해보자!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달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 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더버시에서 케치케메트로 가는 길에 만난 헝가리 사람들과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사진=강명구)

나도 그렇지만 헝가리 사람들도 내게 친근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흘끔흘끔 쳐다보기도 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하고 나를 세워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유명배우의 이름을 대고 아느냐고 묻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음료수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의 영혼은 지금 헝가리와 유라시아와 사랑에 푹 빠졌다. 매일 40에서 50km를 달릴 때 오는 육신의 고통은 사랑하는 연인과 밤새 사랑을 나누고 오는 황홀한 나른함과 같은 것이다.
 
가을 안개가 짙게 깔린 이른 아침 오늘도 나는 헝가리의 남부지역 더바시, 케치케메트 지역을 달리며 내 영혼의 불꽃을 더욱 찬란하게 피우려 풀무질을 한다.

땀을 떨구어 내는 일은 이 가을 나무가 잎을 떨구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처럼 장엄한 일이다.

가을바람은 떨어지는 낙엽을 날리고 내 땀을 날려 보낸다. 코스모스를 흔들고 억새를 흔들고 내 마음을 흔든다.
 
더버시에서 케치케메트로 가는 길목에 헝가리 농민이 키우는 목화밭이 있다.(사진=강명구)

달리면서 모공이 열려 온몸이 땀으로 적셔질 때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이 뜨이고, 나뭇잎의 가녀린 떨림으로 전해오는 바람의 소리에 귀가 열린다.

무엇보다도 세상과 사람들을 뜨겁게 사랑하고픈 마음의 문이 열린다.

탁 트인 헝가리 평원을 달리니 꽃망울처럼 움츠려 있던 감정의 답답함이 가을바람에도 봄바람을 맞은 꽃망울처럼 한꺼번에 톡톡 터지는 것이 느껴진다.
 
달리며 나는 누구도 상상 못 할 생명력을 자신의 내면에 비축하고 있었다.

달리며 바람에 묻어오는 세상을 읽었으며 달릴 때 나는 그 어떤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을 때보다도 더한 집중력으로 나의 내면에 수줍게 숨어 있는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달리기는 에너지를 소모하면 기운이 쇠락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달리기는 운명적인 사랑과도 같아서 한계가 왔을 때 그것을 훌쩍 뛰어넘게 해준다.
 
더버시에서 케치케메트로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마을 Jaszentlaszlo 입구 전경.(사진=강명구)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내 가슴에 조그만 불씨 하나 날아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시집간 딸 하나 남겨놓고 어린 다섯 아들 북어 엮듯이 엮어 손잡고 피난 내려와 돌아가실 때까지 다시는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한 내 할머니의 한숨에서 날아왔는지.

아니면 고향에 두고 온 내 어머니보다도 더 그리웠을 아버지의 첫사랑의 고개 숙인 그림자로부터 인지도 모른다.

혹시 그것은 한반도 구석구석 어디에도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다니는 것인지 모른다.
 
내 가슴 속에서 그리 오래 절인 배추처럼 돌덩이에 눌려있던 것이 이제야 움찔거리는 것도 이상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재 속에서 불씨로 숨죽이던 그 염원이 달리면서 일어나는 바람에 뜨겁게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마음을 열고 내 가슴 속의 불씨를 보여주었더니 그 사람도 가슴에 그런 불씨가 있단다. 불씨는 불씨와 만나 불꽃으로 피어난다.

아직은 작고 부끄러운 꽃망울에 불과하지만 서로의 가슴 속에 품었던 통일의 불씨를 꺼내 이으면 누구도 막지 못할 통일의 불길이 될 것이다.
 
더버시에서 케치케메트로 가는 길목에 한 농민이 양을 돌보고 있다.(사진=강명구)

내 마음에도 있고 너의 마음에도 있는 통일의 소망을 활활 타오르도록 달리면서 풀무질을 한다.

도공이 정성껏 빚은 흙을 불가마 속에 넣고 1300 도의 푸른 불꽃이 일어나도록 온 정성을 다해 풀무질을 하듯 통일의 불꽃을 일으켜보겠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린다.

흙은 어디에나 널려있다. 통일의 염원도 어디에나 널려있는 지 모른다. 어디에도 있는 흙을 빚어 도자기가 완성되려면 수십 차례 정성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명품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 때기이다.

명품 평화통일을 이루어내는 일에도 불 때우는 일이 중요하다. 가슴에서 살아나는 작은 불씨, 통일의 의지를 횃불에 담아 우리 모두가 손에서 손으로 횃불을 이어주면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한다.

우리는 그을음이 나지 않는 푸른 불꽃이 일어나 춤을 출 때까지 온 정성으로 풀무질을 하여야 한다.

불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영혼이 있는 생명이다. 불을 자기 내면에 품은 사람만이 다시 그 불로 다른 사람을 타오르게 할 수 있다.
 
더버시에서 케치케메트로 가는 길에 농가에 소들이 방목되고 있다.(사진=강명구)

명품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십 번도 더 불구덩이 같은 고통과 고난 속에 들어갔다 나와야할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여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부조리와 모순 불공정의 대부분이 남북분단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의 가장 큰 오류는 환자보다는 질병에 매달려 왔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우주와 같은 것이어서 온몸의 기관과 세포가 서로 얽혀서 연결돼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도 우주를 0.1 %도 알지 못하듯이 현대의학은 인체를 0.1 %도 알지 못한다. 현대의학이 원인치료를 외면하고 증상치료에만 매달려 왔지만 고칠 수 있는 병은 별로 많지 않다.

병균 침투를 제외한 모든 질병은 유전자의 변질로 생기는데 삶의 방식을 바꾸고 생활습관을 바꾸면 유전자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질병이 치유가 된다고 한다.
 
더버시에서 케치케메트로 가는 길에 나의 동반자 유모차를 세워 놓고 쉬고 있다.(사진=강명구)

한반도의 휴전선은 유전자 변이이다. 한반도가 앓고 있는 모든 병의 원인은 휴전선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통일 운동의 가장 큰 오류도 어떤 하나의 현상에 일희일비하면서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을 양산하는 악순환에 있다.

남북평화통일을 이룩하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불공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의와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전체를 아우르고 통합하고 소통하는 통일운동이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휴전선을 걷어내고 건강한 사람 몸에서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듯이 사람들이 남북을 자유롭게 오고간다면 한반도는 바로 건강을 되찾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라비안나이트의 거인처럼 호리병에 갇혀서 누가 우리를 꺼내 주기만을 기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호리병은 생각보다 훨씬 약해서 조금만 힘을 줘도 깨져버리는 달걀 껍질 같은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4대 강국은 어쩌면 달걀 껍질보다 약할지 모른다. 발길질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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