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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금연지원센터 원광대학병원을 찾아서

[전북=아시아뉴스통신] 김재복기자 송고시간 2017-11-21 17:14

20일, 11차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4박 5일 열려
전북 원광대학교 병원에서 20일부터 25일까지 4박5일간 진행되는 ‘11차 전문치료형 금연캠프’명찰/아시아뉴스통신DB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증진기금 민간보조사업 일환으로 전국 18개 광역 시·도 금연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전북 금연지원센터로 지정된 전북 원광대학교 병원을 찾아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4박5일간 진행되는 ‘11차 전문치료형 금연캠프’에 참여했다.

 
김재복 군산취재본부장/아시아뉴스통신DB
◆금연켐프 입소를 앞두고

원광대학병원을 방문하기 일주일 전 나는 집사람 손에 이끌려 전북 군산의 한 병원을 찾았다.

차안에서 간절히 금연을 원하는 아내의 귀찮은 음성과 함께 ‘인터넷으로 금연켐프 참가를 접수했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까지만 해도 그저 덤덤하기만 했었다.

주치의를 찾아 의자에 앉았지만 ‘금연에 곡 성공하길 바랍니다’라는 의사의 단 마디를 들으며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주는 3개월분의 깨알만한 알약을 받아 챙겼다.

아침 저녁으로 보약 달여 주듯이 챙겨주는 아내의 정성에 나는 극구 부인하지 않은 채 주는 대로 알약을 받아먹었다.

이러한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20일 병원에 들어가 4박5일을 지내야한다’는 짓눌리는 무게감이 내 어깨를 억압했다.

관계기관에서 핸드폰 메시지를 통해 금연치료를 안내하고 독려하는 것도 이제는 보기도 싢지만 하루하루 입소할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메시지가 고맙고, 얄미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처방받은 알약의 효능은 고사하고 닥치는 대로 담배를 피우면서 마치 보상심리에 피해자가 된 것 마냥 병원 입소하는 날을 달갑지 않게 손꼽아 기다렸다.

11월 20일 월요일 아침. 평소답지 않게 6시에 두 눈이 밝아졌다.

할 일도 없는데 아침 일찍 일어난 이유가 궁금했지만 나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새벽 목욕탕을 찾아 산뜻한 물세례를 받았지만 청량음료와 함께 목욕 후에 찾아오는 불과자의 오묘한 향음을 만끽하면서 연거푸 2대를 뱃속으로 집어 빨아 삼켰다.

오후 1시 30분까지 금연캠프 입소를 하려면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3층으로 가야한다.

점심을 물 말아 먹듯이 집어삼킨 채 운전대 옆 창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여유있게 줄 담배를 피우면서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 15분이나 입소시간 여유가 생긴 것이 너무나 좋아서 차안에서 피우고 또 피웠다.

‘한국 나이로 벌써 52살인데 어차피 금연하러 왔으니까 이것이 마지막 담배이다’는 이유를 되새기면서 주차장 차안에서 줄기차게 빨고 또 빨았다.

◆입소 첫 날

‘11차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입소를 환영합니다’

병원 현관문을 들어서자 이미 알고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이구동성으로 관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말을 전달한다.

뭐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담배 끊으려고 들어온 것에 대한 민망감과 ‘온전한 사람이 병원을 찾아 입원하면서 금연치료를 받아야한다’는 내 자신의 불합리성과 나를 바라보는 주위시선을 생각할 때 두 어깨가 축 늘어졌다.

병원은 깨끗했다. 한방병동이라서 그런지 한약달이는 그런 냄새가 일반병원과 달라보였다.

오늘 입소한 금연캠프 대상자는 총 16명이다.

4박5일간 동거할 파트너 사장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2인 1실 방(301호)을 배정받아 짐을 풀었다.

오후 2시부터 각각 배포된 가슴명찰과 함께 입소식 등록카드 작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연캠프 스케줄이 이어졌다.

캠프 도우미 안내에 따라 하얀 금연캠프 상의 단체복을 입고 두 어깨를 늘어뜨린 채 줄줄이 따라가는 참가자들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내 자신의 그림자가 애처로워 보였다.

휴식시간을 마치고 금연캠프 치료자 16명은 안내 도우미를 따라 점식식당을 찾아 나섰다.

평상시 자주오지 않은 관계로 그동안 익숙했던 원대병원은 환자, 보호자들이 만원을 이뤘다.

병원 로비를 지나 1층으로 향하는 직원식당 복도 벽면에 수놓은 쾌유를 기원하는 노오란 손종이 메모지 수 천개가 한데모여 거대한 작품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었다.
 
금연켐프점심식사 장면/아시아뉴스통신DB

잘 정돈된 교직원 전용식당을 찾아 식단표에 짜여진 음식을 자유배식하면서 거대 원광대학병원 종사자자들의 위엄이 느껴진다.

수백여명이 배식한 음식을 섭취하고 식단을 정리하고 떠나는 하나하나 과정이 로봇이 움직이는 시스템 같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허전한 몸을 숙소 침대에 비스듬히 기댄 채 허공을 바라본다.

맛있는 믐식을 배볼리 먹었건만 무언가 허전한 이 느낌은 수 십여 년 동안 되풀하면서 이어져 내려온 식후연초.

금연하러 왔기에 참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안피운다 고 말하기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오후 3시 30분 그 동안 담배연기에 찌들어 살아온 골초사장님들이 건강상태 체크를 위해 CT촬영실을 찾아 나섰다.

냉랭했던 입소 때 하곤 대화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웃음소리가 간간히 피어난다.

약물금연교육을 받는 과정에서도 사뭇 진진함을 잃지 않고 교육에 임하는 사장님들 나이는 종잡을 수가 없다.

무조건 나보다 15명 모두 15년부터 25년은 더 사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에 왔는가.

삼촌, 아버지 연세에 있는 분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 나 자신은 너무 일찍 골초가돼 인생의 끝을 방황하면서 마지막 생존을 위해 금연이라는 지푸라기 인생을 살며 연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우울해지는 가슴을 붙잡으며 애써 웃음지어보이는 내 자신이 한편으로는 멍청하고 한편으로 정직해 보인다.

더 이상 혼자 상상하면서 감정에 복받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7시부터 진행되는 심리상담교육을 받으러 본관 1층을 지나 별관 3층의 한 모퉁이 교육장에 도착하자 화려하게 꾸며진 교육장과 상담사 직원이 우리를 반긴다.

종이 팻말에 본인 이름과 별명, 소원, 하고싶은 것 등을 책상 앞에 예쁘게 적어놓은 삼촌, 아버님 교육자들의 세심한 관심과 참여의지가 참 잘 표현된 작품이다.

한평생 살아오면서 30 -40여 년 동안 흡연한 삼촌, 아바님 뻘 되는 어르신들이 자신의 각오와 신상을 밝히고 열열히 소개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제 갓 어린나이에 불과한 초보흡연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이번 금연클리닉 참여가 이미 소중한 인생역전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느낀다.

그렇게 건강하고 사업잘하던 고향 동생을 오늘 같은 병동에서 만났다.

반가워서 부둥켜 안고 싶었지만 환자복을 입은 췌췌한 모습에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나는 장기 입원환자임을 알았다.

형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조금만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이렇게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는 지지 않았을 거예요

형님 정말 축하합니다.

나는 오늘 교육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입소날 하루를 점검해보면서 자꾸만 내 주위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잘한 것 같다. 입소 첫날이지만 왠지 자신이 생긴다.

이젠 나보다 이곳 병원에 입원한 사랑하는 동생(채명룡, 49.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의 빠른 쾌유가 덤으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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