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뉴스홈 영화/공연
영화 ‘그녀’(Her) 서툰 당신을 안아줄 그 이름 ‘그녀’

[서울=아시아뉴스통신] 디지털뉴스팀기자 송고시간 2017-12-09 22:50

사진 : EBS

9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그녀’ (원제: Her)를 방영한다.

2013년 제작된 영화 ‘그녀’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하고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스칼렛 요한슨 등이 출연했다.

‘그녀’는 러브스토리이기 전에 테오도르의 성장담이다. 테오도르는 깊은 고독을 느끼면서도 대인관계에 문제가 많은 남자다. 이혼 서류 정리차 만난 캐서린에게 테오도르가 사만다와 만나고 있음을 고백했을 때 캐서린은 테오도르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회피에 익숙한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사용자인 자신의 욕망에 따르(기만 하)는 존재이기에 사만다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육신이 없는 인공지능이기에 사만다를 은연 중에 무시하고 있으며 사용자와 피사용자인 둘의 관계에서 생겨난 기묘한 권력을 은근하게 즐기고 있다. 

앞서 테오도르는 폰섹스를 하던 상대가 죽은 고양이로 자신의 목을 감아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자 순식간에 섹스에 흥미를 잃는다.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면서도 그가 지속적인 만남을 원하자 도망쳐 버린다. 

테오도르는 주관이 뚜렷한 여성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스스로 주관이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 순간 있는 대로 결정을 미루고, 실존하는 지인들과는 어중간한 대화로 적당히 관계를 유지한다. 테오도르가 몸 담은 회사도 남의 감정을 대필해주는 곳이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주관을 밝힐 필요가 없이 남의 감정, 남의 이야기로만 업무를 처리한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게 사만다가 육신을 초월한 더 높은 경지를 향해 그를 떠나고 나서야 테오도르는 자신의 한계에 직면한다. 사랑이 한 방향에서 제어가 불가능한 감정임을, 인간관계가 한쪽의 노력으로는 완성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서야 테오도르는 비로소 캐서린을 향한 사과의 편지를 쓴다. 자신의 진심이 담긴 유일한 편지다.

과히 낯설지 않으면서도 현존하지는 않을 것 같은 ‘그녀’의 공간은 상하이 푸동 루지아주이에서 촬영된 결과물이다. 테오도르가 걸어다니는 고가 뒤로 상하이 세계금융센터(SWFC) 건물이 보인다. 프로덕션 디자인의 주요 색상은 음료 체인점 '잠바주스'로부터 영향 받았다고 감독이 밝힌 바 있다. 

화사하고 활기찬 컬러는 무기력한 테오도르의 내면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바지가 거의 같은 디자인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감독은 개인적 특성이 지워지고 보편의 편리함이 강조된 미래를 상상한 듯하다. 인공지능 운영체제의 목소리 연기는 원래 배우 사만다 모튼이 맡게 되어 있었다. 사만다 모튼은 현장에서 호아킨 피닉스와 함께 연기하기도 했다. 

촬영을 모두 마친 뒤 편집 중에 스파이크 존즈는 운영체제 역의 배우를 스칼렛 요한슨으로 교체해 모든 장면을 재녹음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실재하는 듯한 아우라를 풍기는 스칼렛 요한슨을 선택한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어쩐지 교활하게도 느껴진다. 이전의 대표작들을 찰리 카우프만의 시나리오에 바탕해 작업한 것과 달리 ‘그녀’는 연출과 시나리오를 스파이크 존즈가 모두 담당했다.

EBS 영화 ‘그녀’는 9일 밤 10시 55분에 방영된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