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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46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2-25 11:08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키시오"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차량이 따라 붙으며 밀고 가던 한혈마(유모차)를 없애니 진짜 터키 말이 나를 인도한다.(사진=김창준)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안에는 수양(修養)되어지지 않는 무엇이 있어 늘 일을 망가트리고 말지만 그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그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나를 달리게 한다.

돌쇠처럼 우직해서 한번 마음먹은 길을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지만 잘못된 길인 것을 알고는 더 가지 못하는 남자이다.

자존심을 굽히느니 고난의 길을 선택하는 남자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고독의 먼 길이다. 예정된 편안한 삶보다는 자유를 더 사랑하는 남자가 기꺼이 선택하는 길이다.
 
이 달리기는 명상과 사색, 관능과 쾌락, 자연 그대로의 비루함과 불편함이 함께 어우러져 다니는 묘한 모험이다.

자연의 오묘한 관능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의 다른 여인들과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쾌락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 바람처럼 파도처럼 찾아오는 로멘스를 꿈꾸기도 한다.

가끔은 그런 구구절절한 감정의 벼랑 끝에 서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연애는 감정과 시간의 엄청난 소모를 요구하고 배타적이기 때문에 선뜻 연애의 감정에 빠져들 수가 없다.

그러니 낯선 여자와 말만 섞고 눈빛만 나누어도 관능적 쾌감을 얻는 것은 편리하기 까지 하다.
 
터키 흑해 연안 시노프를 향해 달리던 중 서울서 온 지원군과 터키 젊은이들이 함께.(사진=김창준)

나는 언제라도 남자이고 싶다. 열병 같은 사랑을 하고, 그런 사랑을 받는 남자이고 싶다.

동녘에 해 떠오르는 황량한 길을 끝없이 달릴 줄 알고, 황혼의 저녁처럼 사랑이 지나간 후에 빈털터리가 되어도 아낌없는 사랑할 줄 아는 그런 남자이고 싶다.

나는 이미 빈털터리의 마음으로 유라시아와 사랑을 나누며 이 길을 달려가고 있다.

이 여정이 끝나면 난 진짜로 디오게네스처럼 빈털터리가 되겠지만 아낌없이 사랑을 한 풍성한 추억만은 남을 것이다.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이며 셀주크조 후예인 잔다르(Jandar) 공국의 수도이기도 했던 시노프를 향해서 달려갈 때는 헤이그를 출발해서 4000km를 돌파하는 날이다.

그날 드디어 서울에서 지원군이 왔다. 님 만나듯이 반가워서 공항까지 달려가고 싶었다. 마음이 그렇게 쏠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창준씨는 1년 전부터 이 평화마라톤을 함께 준비하고 제일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최선의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송인엽 교수는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처음 이 계획을 듣는 순간부터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고 있다.
 
터키 흑해 연안 시노프를 향해 달리던 중 서울서 온 지원군 김창준씨와 송인엽 교수.(사진=김창준)

어느날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찾아왔다.

공손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다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한 발짝만 비키시오!”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가 이곳 출신이라서 그를 시노페의 디오게네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개에 물리는 사고가 일어난 이후부터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개처럼 살자.”고 부르짖은 견유(犬儒)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것도 재미있다.

그는 가짜 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고향인 시노프에서 쫓겨나 아테네로 가서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된다. 
 
그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서 커다란 항아리를 집으로 삼아 개처럼 살면서 사람들에게 개처럼 살라고,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설파하였다.

개처럼 욕심 없이, 이 순간에 만족하며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어떤 고통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본능을 짓누르는 문화나 풍습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자연은 우리를 아무것도 없이 살 수 있도록 창조했으므로 단순하고 순수하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에 개처럼 살아보자!
 
견유(犬儒)학파 디오게네스의 고향인 터키 시노프에는 늑대 양치기개 '캉갈'이 있다.(사진=송인엽)

오늘 아침에도 개들 때문에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다리는 후덜덜 떨리는 일이 세 번 정도 있었다.

지금까지 무수히 많이 개들과 실랑이를 했지만 오늘의 위험 같은 정도의 공포를 느껴보지는 못했다.

캉갈이라는 종류의 개는 터키의 고유종으로 양치기 개이며 덩치가 늑대보다 커서 늑대를 덩치로 덮쳐서 제압하여 잡는다고 하여 늑대 잡는 개로 알려진 개다.

이런 어마 무시한 개들이 대여섯 마리 떼거리로 몰려들어 으르렁거리는 데에야 웬만한 간담을 가진 사람은 그 공포를 감당하기 힘들다.
 
쇠파이프로도 해결이 안 되고 어떤 사람의 조언처럼 시위용 스프레이로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이 개들의 천국 터키구간의 난제를 송인엽 교수가 와서 해결되었다.

지원차량을 내 뒤에 바싹 붙이고 따라와서 만약의 경우에는 차에 올라타서 위급한 상황을 피하면 되었다.

나는 이제 개처럼 욕심 없이, 이 순간을 만족하며, 아무 부끄러움 없이 그저 개처럼 달리기만 하면 되었다.
 
터키 북부 Guzelkent에서 Denizciler로 가는 길에 만난 천진무구한 어린 학생들과 함께.(사진=강명구)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동북아가 평화공존의 시대에 들어선다면 바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공동체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축을 이룰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때 한반도는 용의 입에 물린 여의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언제부턴가 생겼다.

그런 희망이 나의 마라톤을 평화마라톤으로 미화하려고 하는 나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한반도에는 지금 상서로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극과극의 모순을 극복하고 모든 이질적인 것들이 손을 잡는 강강수월래의 융합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희망의 빛이 한반도로부터 뻗어 나오고 있다.

그러니 동맹의 이름으로 상서로운 기운을 막는 사드배치나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를 바란다.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다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한 발짝만 비키시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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