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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아제르바이잔 꼬마신랑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2-04 10:13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57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아제르바이잔 아그자베디에서 sharg로 가는 길에 만난 말을 탄 양치기 목동과 함께.(사진=강명구)

모든 것이 다 순탄하게 풀렸으면 내가 지금 이렇게 자유를 품에 안고 맘껏 유라시아대륙을 달릴 수가 있을까?

내 인생이 살지고 풍요로웠다면 평화가 그렇게 소중한지 알았을까? 그래서 내 스스로가 그 어느 때보다 강건하다는 것을 느꼈을까?

이렇게 고통스럽지만 가치 있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을까? 위기 속에서 작은 것이라도 건지려 바동거렸으면 나는 또 언제까지 바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지금의 나를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추어진 80%를 찾아 나섰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떠나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섰다. 달리면서 생각의 깊이는 깊어질 것이고, 달리면서 나의 활동영역은 넓어질 것이다.

달리면서 우주를 덮고도 남는 본래의 마음을 되찾아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삶에 한기와 바람이 분다고 느껴질 때 나는 오히려 그 한가운데 홀연히 뛰어들어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달리며 절망과 환희를 반복하면서 거듭나기를 시도한다.
 
아제르바이잔의 내륙은 거칠고 황량하며 비포장 도로에는 먼지와 매연이 가득하다.(사진=강명구)

아제르바이잔의 내륙은 거칠고 황량한 광야가 끝없이 펼쳐진다. 산유국의 도로답지 않게 포장도 되지 않은 길을 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며 달린다.

중년의 위기에 빠졌을 때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위기와 정면으로 마주서니 위기는 내게 새 세상을 열어주었다.

위기와 정면으로 마주볼 때 위기는 경이로운 날개가 되어주어서 이렇게 새 세상을 날게 하여주었다.

때로 앞이 안보이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불편함과 외로움과 고통 속에 스스로를 유배 보내 대자연이 주는 삶의 이치를 깨달으면서 강인해지는 생활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귀한 것은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산고의 고통 없이 태어나는 어린애기가 어디 있으랴!

아기가 열병을 앓고 난 다음 부쩍 자라듯이 절절한 아픔을 견디어내고 진정한 삶의 새 지평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과 좌절, 외로움 속에서 흙먼지 매연 다 뒤집어쓰고 만신창이가 되고나서, 그 불가마 속 같은 뜨거움을 견뎌내고야 비로서 태어나는 달 항아리 백자 같은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위기 속에서도 생의 근본적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아제르바이잔 내륙의 삼거리나 사거리에는 과일 행상이나 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있다.(사진=강명구)

이 나라는 모든 메르세데스 벤츠가 노년을 보내는 나라 같다. 내가 가 본 그 어느 나라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많이 굴러다닌다.

본고장인 독일 그리고 미국보다도 더 많이 보인다. 3,40년의 족히 됐을 차들이 시커먼 매연을 뿜고 지나간다.

거의 폐차시키는 차들을 헐값에 사와 고쳐서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간혹 마을이 보이면 구멍가게보다 자동차 정비소가 더 많다.

매일 끼니 때마다 식당을 찾는데 애를 먹지만 자동차 고치는 곳을 찾기는 쉽다. 

먼지와 매연 속에 지평선만이 저 멀리 아득하게 펼쳐져 보인다. 간혹 풀을 뜯는 양떼들과 소떼들 사이로 목동이 보일뿐이다.

끝없이 달리다 간혹 길과 길이 만나는 삼거리나 사거리가 나오면 조그만 가게나 과일 행상들 그리고 정육점이 보인다. 여기서는 길거리에서 소나 양을 도축해서 그 자리에서 판다.

사료는 당연히 먹이지 않고 풀만 먹여 방목해서 키워 냉동도 시키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파니 몸에는 좋을 듯한데 고기가 질기다.

조지아에서는 돼지도 방목시켜서 흙을 파먹고 살게 하는 걸 여러 번 보았다.

비계가 상대적으로 적어 돼지고기 맛은 기가 막히게 좋은데 여기는 회교국가라 돼지고기 살 곳이 많지 않다.
 
아제르바이잔서 숙소를 잡는것은 쉽지 않았지만 아그자베디에서는 가까운 곳에 잡았다.(사진=강명구)

오늘도 숙소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요즈음은 차가 따라오니 무리하지 않고 보통 풀코스 마라톤 거리인 42km를 뛴다.

40km쯤 뛰다가 세차장을 만나서 이 근처에 호텔이 있냐고 물으니 조금만 더 가면 있다고 한다. 요 며칠 숙소 잡는 일로 고생이 많았는데 잘 되었다.

택시를 탈거냐고 물어봐서 내 뒤로 차가 쫓아와서 택시는 필요 없다고 하는데 자꾸 쫓아와서 돈은 안 받을 거니 타라고 한다.

나는 42km를 마무리 할 생각이었는데 그 친구가 계속 쫓아오면서 호텔까지 안내한다고 하여 41km에서 마무리를 했다.

덕분에 오늘은 끝난 곳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나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이 한국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감추어진 80%를 찾아 나섰다.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떠나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섰다.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어 유라시아까지 쭉 뻗은 철도망이 연결되어 사람과 물류가 오고가고, 석유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더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받고,

국방예산은 교육과 복지에 활용되면 우리는 더 많은 자유와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김구 선생이 그렇게 꿈꾸었던 문화강국이 될 것이다.  
 
내 가슴은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신랑처럼 두근거리고 있다. 아그자베디 결혼식 장면.(사진=강명구)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귀한 것은 고통 속에서 태어난다. 산고의 고통 없이 태어나는 어린애기가 어디 있으랴!

아기가 열병을 앓고 난 다음 부쩍 커버리듯이 절절한 아픔을 견디어내고 진정한 평화의 새 지평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과 좌절, 추위 속 긴 투쟁 속에서 만신창이가 되고나서, 그 불가마 속 같은 뜨거움을 견뎌내고야 비로서 태어나는 달 항아리 백자 같은 아름답고 문화가 융성한 평화의 한국이 될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핵전쟁 위기 속에서 진정한 평화의 꽃이 아름답고 무성하게 피어나 평화의 꽃 원산지가 될 것 같다.  

창밖에 내다보이는 밤하늘이 유난히 맑다. 맑은 밤하늘에 기울기 시작하는 보름달이 애처롭게 빛난다. 저 달이 다 기울고 나면 정월 초하루가 된다.

객지에서 설을 맞을 생각을 하니 심난하다. 그러면서도 한편 나의 가슴은 초야의 밤을 기다리는 꼬마신랑처럼 마구 두근거리고 있다.

신부의 속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흥분이 유지된다.

한반도에 봄처럼 평화가 찾아와 철조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외국군대의 군인들은 모두 자기 고향을 찾아 오랫동안 떨어졌던 애인과 진한 키스를 하는 상상만으로도 최고의 흥분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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