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뉴스홈 칼럼(기고)
(기고)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들

[경남=아시아뉴스통신] 강연만기자 송고시간 2018-03-14 12:08

하동경찰서 정보보안과 조혜은 순경.(사진제공=하동경찰서)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문화예술계, 종교계, 교육계, 정치권으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미투' 열풍이 비껴가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여성들이다. 그들은 성폭력·성추행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호소할 수 없는,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가족이 해제되면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남편의 신원보증이 있어야 체류연장을 할 수 있고, 체류 기간이 만료될 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기 때문이다.

법으로는 이주여성 혼자서도 체류연장,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고 되어있지만, 확인 절차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현실이기에 이주여성들은 남편이나 남편 가족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가진 이주여성에게는 '고용허가제'가 족쇄로 작용한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2004년 8월 외국인의 국내 고용을 지원하고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 불법 체류자를 줄인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는 국내에서 체류하는 3년 동안 사업장을 3번만 바꿀 수 있다. 또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이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버리는 것이다.

사업주가 가해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주여성은 스스로 성폭력 피해를 입증해야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어도 잘 못하고 한국의 법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피해증거를 모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피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면 가해자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당할 위험까지 있다.

이처럼 성폭력의 사각지대의 놓인 이주여성들을 위해서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이주여성들이 언어의 부담 없이 자국어로 소통하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공신력이 보장된 통역서비스를 지원하고 구제 과정에서 합법적 체류 지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사후적인 지원에 앞서 처음부터 이주여성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 각계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열풍이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봄바람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