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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75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4-11 09:02

[기고]티무르 제국의 비비하눔 왕비와 '치명적인 키스'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우즈베키스탄 Zarafshon으로 가는 길에 피자 가게에서 만난 여학생들과 기념 촬영.(사진=강명구)

푸른 도시 사마르칸트를 에메랄드보다도 더 영롱한 땀방울을 흘리며 달리는 나그네에게 박수를 보내던 색목인 여인의 그 오묘한 모습은 아마 영영 잊지 못 할 거다.

활짝 웃음 띤 그 얼굴에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에 어리던 알 수 없는 그리움 말이다.

뇌쇄적인 푸른빛의 신비감이 잠시 내 영혼을 버뮤다의 삼각지대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면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더니 한참 앞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세워 콜라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자기는 한국의 수원에서 5년 살다가 왔는데 한국을 너무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 사내의 그 푸른 눈빛도 못 잊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실크로드의 주체가 중국과 로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교역을 담당했던 주역은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지역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한 전달자 역할만한 것이 아니라 실크로드를 만든 주역이었다.

말하자면 문화의 거대한 기획사 역할을 했던 것이다. 실크로드에서 사마르칸트는 장안과 바그다드와 비잔티움과 어깨를 겨루는 그런 도시였다.

중국과 로마가 직접 접촉하고 교류한 적은 거의 없었다. 사실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이 사람들을 통해서 단편적으로 전해들은 것이 전부일 정도였다.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의 무역네트워크를 형성했던 소그드인들의 인형.(사진=강명구)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의 트랜스옥사니아를 중심으로 무역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활동하던 이란어계 민족을 소그드인이라고 한다.

그들은 다섯 살이 되면 이미 외국어와 수학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20살이 되면 외국에 나가 장사를 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돈이 되는 곳이면 지구 끝까지 갔다. 신라와 고구려까지 와서 장사를 했다.

그들이 중국에 정착하면서 중국식 성을 갖기 시작하였는데 강(康), 사(史), 안(安), 조(曹), 석(石), 미(米), 하(何)씨 등이 있다.

안녹산 역시 아버지가 소그드인으로 소그드인에게 흔한 안씨 성을 지닌다.(녹산은 '빛'을 뜻하는 소그드어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보 온달도 소그드 인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인 온달은 당연히 우리말이 어눌했을 것이고 외모가 남다르니 아이들이 집단 왕따를 놓았을 것이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온달이는 바보래요!” 온달이가 문밖으로 나서면 아이들이 따라다니며 이렇게 놀렸을 것이다.

삼국사기에 묘사된 그의 외모는 “얼굴이 험악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마음씨는 밝았다.”였다. 외국인의 선 굵은 이국적인 모습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중국의 기록에 소그디아 왕족의 성씨는 온(溫)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평강 공주와 결혼한 온달은 이곳 소그드 인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바보가 마누라 잘 만났다고 하루아침에 장군으로 위용을 갖출 수 있겠는가?
 
사마르칸트를 무대로 제국을 건설해 에메랄드 빛으로 수놓은 지배자 아무르 티무르.(사진=강명구)

이곳에서 제일 놀라운 일은 한국말로 살갑게 인사하며 말을 거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소그드인들의 후손들은 이제 장안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 돈을 벌어가고 있다.

오늘 만난 조키르라는 사람은 외대에서 한국어 연수를 3년하고 갔다고 한다. 그는 내게 꼭 다시 연락하자고 전화번호를 주고 갔다.

실크로드는 과거의 실크로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길이고 미래의 길이며 교류는 훨씬 광범위해지고 빨라지고 깊어지고 있다.
 
옛 시인들은 사마르칸트는 아름답고 도도한 여인과 같다고 했다.

"강력한 군주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하지만 누구도 영원히 갖지는 못한, 아름답고도 도도한 여인을 닮았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사마르칸트가 영영 기억하는 남자는 있다."

그가 바로 ‘절름발이 티무르’, 사마르칸트가 낳은 위대한 지배자 아미르 티무르이다.

14세기 티무르의 제국은 카라반들이 드나들며 남겨놓은 동서양의 문화를 바탕으로 황톳빛 사막 사마르칸트를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수놓았다.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푸른돔에서 나오는 광채가 시선을 압도하는 비비하눔 모스크.(사진=강명구)

고대 소그디아나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는 칭기즈 칸 때 완전히 파괴되고 그의 사위임을 자칭한 아미르 티무르 때 다시 부흥했다.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난 그는 40년간 정복 전쟁을 치르면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칭기즈 칸을 능가하는 대제국을 꿈꾼 그의 티무르 제국의 영토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페르시아와 러시아 그리고 인도의 델리까지 뻗어나갔다.

그는 사마르칸트를 ‘동방의 진주’로 만들기 위해 학자들과 건축가, 상인을 불러들였고 엄청난 토목공사를 벌였다.
 
그는 페르시아의 타크리트 성채를 공격할 때는 적병을 모조리 살상한 뒤 자른 머리로 피라미드를 쌓기도 했다.

호라산을 점령하고는 석회 속에 사람을 생매장해 성벽을 쌓기도 하는 등 잔인한 정복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다마스쿠스와 바그다드 등 그가 공략한 도시는 영락없이 폐허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그가 사마르칸트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원들을 지어 이 도시를 ‘동방의 로마’로 역사에 길이 남겼다.

가장 잔인한 파괴자가 가장 위대한 창조자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푸른돔에서 나오는 광채가 시선을 압도하는 비비하눔 모스크.(사진=강명구)

그중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이 바로 비비하눔 모스크이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탈색되지 않은 주름진 푸른 돔에서 뿜어 나오는 생명이 깃든 듯한 광채가 금방 나그네의 시선을 압도하고 만다.

그의 9명의 왕비 가운데 그가 가장 사랑한 중국인 부인 비비하눔을 위해 인도 원정을 다녀온 뒤인 1399년부터 짓기 시작한 이 엄청난 토목사업에는 여러 나라에서 끌고 온 건축가, 예술가, 공예가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인도 원정에서 데려온 100여 마리의 코끼리들도 한몫 거들어 기중기가 담당했을 무거운 돌들을 날랐다.

이 사원 건축에 꽤 공을 들였던 티무르는 터키와 이집트 원정을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데 격노해 책임자들을 처형한 뒤, 직접 공사를 지휘했다. 
 
사마르칸트가 숱한 이야기를 품은 도시라는 것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본향이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키스’라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딱 한 번의 키스가 사랑도 목숨마저도 송두리째 앗아가고 말았다.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푸른돔에서 나오는 광채가 시선을 압도하는 비비하눔 모스크.(사진=강명구)

비비하눔은 터키와 이집트에 출정을 나간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세상 최고의 모스크가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마쳤으나 아치 하나만 미완으로 남아 있었다.

왕비를 흠모하던 페르시아 출신의 젊은 건축가는 공사 완성을 조건으로 왕비에게 키스를 요구했다.

왕비는 매번 거절했지만 공사가 늦어지는 데 안달이나 결국 할 수 없이 한 번의 키스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고 자신과 젊은 건축가만 알 치명적인 키스는 비비하눔 왕비의 볼에 반점으로 자국이 남고 말았다.

티무르는 이 반점을 보고 왕비를 추궁해 사실을 알아내고는 불같이 분노하여 건축가는 즉각 처형하고, 비비하눔은 미나레트 꼭대기에서 내던져 죽게 만들었다.

결국 비비하눔을 위해 지어진 비비하눔 모스크가 완성되었을 때는 비비하눔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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