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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일두 교수...“세계 최고 성능 미세먼지 차단 필터 만들어요”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이기종기자 송고시간 2018-09-12 10:48

- 신소재 연구 성공은 학생과 교수 간의 상호소통과 새로운 소재 발굴이 좌우
국내외적으로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등 신소재를 활용해 재료, 의학,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키는 새로운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적인 연구경향을 반영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2018 재료·생명·화학공학 국제 워크숍’이 있었고, 연구단지 내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재료총회(IUMRS-ICEM 2018)’도 있었다.

이 둘 국제 심포지엄과 밀접하게 관련된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를 만나 최근 신소재의 국내외적 연구 동향과 향후 신소재 상용화의 파급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김일두 교수가 전 세계적으로 1대 뿐인 정열이 가능한 나노섬유 ‘전기 방사 장비’를 활용해 마스크에 사용될 ‘미세먼지 차단 필터’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 이기종 기자

- 최근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 쉴 틈 없이 달린 한 달이었다.

3건의 국제 세미나 행사 참석과 1건의 연구과제 발표가 진행된 최근 한 달은 카이스트 재직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시간였다.

신소재 관련 세계적인 연구 대가들이 참석한 수준 높은 심포지엄을 통해 최근 유망 신소재 분야의 경향과 향후 연구방향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큰 영감을 받았다.

좀 더 말씀을 드리면, 8월 7일 학내에서 개최된 제2회 국제 신소재 워크숍 “유망 소재 분야의 빅 아이디어들” 행사의 의장으로서 네이처 머터리얼스 (Nature Materials), 에이씨에스 나노 (ACS Nano),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 (Chemistry of Materials) 등 세계적인 국제학술지의 편집장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8월 10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 Irvine) 화학과 레지널드 페터 교수 그룹과의 국제공동 연구 수행을 위해 미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대전에서 개최된 전자재료(IUMRS-ICEM) 국제학술대회에 “가스센서 응용에서의 빅 아이디어들”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독일, 일본, 한국에서 참여한 가스센서 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나눴다.

또한 9월 6일에는 에이씨에스 나노 (ACS Nano) 저널의 부편집장이기도 한 레지널드 페너 교수와 에너지 & 환경 과학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의 편집장인 칼텍 (Caltech)의 나단 루이스 (Nathan Lewis) 교수를 초청하여 국제 신소재 워크숍 “유망 소재 분야의 빅 아이디어들”의 추가행사를 진행했다.

이제는 7일부터 18일까지 미국으로 다시 출장을 가 8월에 있었던 국제공동 연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최근 신소재 연구의 학문적 성과와 노벨상의 도전은?

▷ 먼저, 최근 신소재 연구와 관련해 말씀을 드리면 국내에서 그래핀 등 다양한 신소재 분야에서 좋은 연구 성과가 많이 나와 신소재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그래핀(graphene)의 경우 2004년 러시아 출신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연필심에 유리 테이프를 붙여 떼어낸 뒤, 테이프에 달라붙은 흑연 가루를 반복해서 유리 테이프로 떼어내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처음으로 분리했다.
 
2010년에는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해낸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노벨상’이라는 것이 한 분야에서 한 번 나오기까지 많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것이 연관 분야로 폭 넓게 확산될 때 그때야 비로소 수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핀도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보고, 노벨상이 이를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벨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후보자로 카이스트 화학과 유룡 교수님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거론된 몇 분이 있다.

학문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분들이 높은 성과와 더불어 좋은 평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분들이 노벨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과학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것이고, 그 분야가 학문적으로나 인류적으로 더욱 큰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보다 젊고 촉망받는 연구자들이 성과에 쫓기지 않고 정말 심도 깊게 학문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벨상 수상 후보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이 배출되고, 실질적인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 신소재의 의미는?

▷ 학문적 측면을 보면 기존 금속, 세라믹, 고분자 등 3개 학과가 융합되면서 재료공학과로 변경했고, 새로운 연구경향에 따라 신소재학과가 됐다.

최근 신소재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스케일 (Nanosacle) 소재’ 에서 발현되는 신기한 현상들을 기초 탐구하고, 이에 대한 응용연구를 통해 다기능성 소자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다. 즉, 무한한 상상력의 끝에 새로운 소재를 발견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신소재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엄청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누가 먼저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가와 관련해서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기 때문에 신소재를 먼저 찾아내는 연구자가 ‘심봤다’라고 할 수 있고 새로운 유망 소재가 획기적인 성능을 지닌 신소재가 되고 부품화가 되면 바로 좋은 상품이 된다.

논문 성과적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유망 소재를 합성하고 성능을 평가하여 논문으로 게재하는데 보통 1년을 넘기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우주과학, 생명공학, 바이오, 의학 등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학문도 있지만, 신소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어서 연구 성과로 빠르게 이어진다.

과학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 SCI) 논문의 경우, 신소재 분야가 타과에 비해서 논문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과 교수 간의 긴밀한 협업이 기본이다. 특히 최근에는 ‘논문 인용’이 더욱 강조되면서 질적 가치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한 교수들은 학생들이 준비한 논문을 검토하고 수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 학문적인 경쟁에서 다른 연구자가 앞서서 비슷한 내용을 발표할 수도 있어서 때론 “빨리 빨리”가 강조되고, 신소재 적용과 관련된 원천 특허의 확보 차원에서도 빠른 출원이 권리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와 연구자들의 열정과 몰입된 사고이며, 항상 머리와 가슴은 열려 있어야 한다. 학생들 간의 열띤 토론과 더불어, 교수와 학생들 간의 열린 사고를 기반으로 열띤 토의 과정들이 쌓여야, 유망 소재에 대한 진정한 발전안이 제시된다.

학문적 측면과 논문 성과적 측면으로 인해 학생들과 연구자들의 학교생활을 단편적으로 표현하면 ‘바쁘다’가 적당하다. 또한 이러한 바쁜 가운데 많은 가치가 있는 배움과 보람이 함께 한다.
 
김일두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응용 나노소재 및 에너지 연구실에 게재된 36건의 국제 학술지 표지 논문을 설명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이기종 기자

- 최근 연구 중에 있는 것은?

▷ 최근 연구는 전기 방사(Electrospinning)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방사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 나노섬유 소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학문적인 활동을 보면 그동안 국제 전기방사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Electrospinning)가 총 5번 개최가 되었는데, 그 중 4회에 걸쳐 기조강연을 했고, 2회 국제 전기방사학회는 제주도 유치하여 의장으로 봉사했다.

전기방사는 점도가 높은 고분자를 주사기 바늘에서 마치 가래떡을 뽑듯이, 가늘게 뽑아내는 기술이다. 방사 과정이 일반적인 실을 뽑는 기술이라면, 전기장 하에서 가공하여 섬유의 직경을 수백 나노미터(평균 300nm)의 크기로 만드는 것이 전기방사 공정의 특징이다.

특히 ‘1실’ 가닥이 매우 가늘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약물을 넣어서 색 변화 센서를 만들 수도 있다. 이는 표면적이 매우 넓고, 기공 구조가 잘 발단된 나노섬유 가닥의 표면에 특정 염료를 붙여주면 유해 가스가 붙었을 때 색깔이 바뀜으로 유해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전기방사와 관련해 국내외 상용화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전기방사 장치 개발에 비약적인 발전에 이루어졌다. 현재는 6000개 이상의 방사 노즐에서 나노 실들이 한꺼번에 뽑아지면서, 나노섬유 필터의 양산화가 성공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노섬유 관련 시장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방수효과를 갖는 소수성 나노섬유를 휴대폰용 방수 소재로 적용하여 물방물이 통과 되지 않게 하고 있다. 또한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걸러주는 항균필터 또는 우수한 보습 효과를 기반으로 화장품용 마스크 팩 소재 등으로 실용화가 되고 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국내외 시장 변화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나노섬유 필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전기방사를 통해 만들어진 필터를 일반 마스크의 안감에 배치하여 밀봉하면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

현재 일반 미세먼지 제거용 마스크에는 ‘헤파필터’가 적용되고 있다. 이 ‘헤파필터’는 정전기적 인력을 통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필터링 하는 미세먼지의 크기나 재사용에 있어서 많은 제한점이 있다.

전기방사 나노섬유 기반의 필터는 나노섬유 가닥들 사이에 생성된 기공(구멍) 크기가 매우 작아서 PM1.0(1 마이크론 크기의 입자) 수준의 작은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으며, 또한 세탁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 앞으로 계획은?

▷ 앞으로 ‘가보지 않았던 길’과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계획이다.
 
인생의 절반을 달려왔고 앞으로 인생의 절반을 달려가는 입장에서 학문과 병행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구를 어떻게 하면 더욱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하는 편이다.

그동안은 새로운 기능성 소재를 합성하고, 다양한 응용에 적용하여 논문을 쓰고, 원천특허들을 확보하고 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었다.

현재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원창업제도를 활용해 ‘나노섬유 기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학생들과의 연구에서나 향후 스타트업을 진행하면서도 유망소재 발견으로 “유레카(알아냈다)”를 외치는 일이 자주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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