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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下)김승수 전주시장에게 구도심의 비전을 묻는다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유병철기자 송고시간 2018-09-21 08:46

 김승수 전주시장./아시아뉴스통신DB

필자 : 전북 전주시민

지방도시가 세계화돼야 경쟁력을 갖는 21세기 도시가 가지는 브랜드 이미지는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그런 와중에 기존의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표방했던 전주는 비빔밥이 전부이던 도시 이미지에 한옥마을이 더해지고 최근에는 전라감영과 뮤지엄밸리, 1000만 그루 나무심기 같은 새로운 사업이 속속 전개되고 있다. 모두 김승수 전주시장이 의지를 갖고 전개하는 사업이며 나름 전주에 새로운 이미지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난 민선 6기에 추진했던 ‘구도심 개발’ 사업에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추진했던 사업이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는지 한번쯤은 냉철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염려스러운 것은 다시 시작하는 민선 7기 구도심 관련 사업들이 기존의 한옥마을 중심의 구도심 개발이 안고 있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반성 없이 규모와 시대적 배경만을 바꿔서 확대 재생산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기존 구도심 개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들 사업이 엄청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65만 전주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관광객 위주의 인프라 중심으로서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일부 상인과 건물주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전주시장이 제시하고 있는 종합경기장 역시 근대문화유산으로 간주해 ‘뮤지엄밸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으나 이 사업을 과연 기존의 관광 및 문화 사업의 연장선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매년 3000명이 전주를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곳에 박물관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한들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기존 전주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이야 전주에 문화시설이 추가로 들어서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전주의 핵심 노른자 땅에 일자리가 아닌 추억을 기리는 문화공간이 일자리창출과 관련된 사업과 비교해 더 중요하냐는 것이다.
 
문화와 추억을 중시한 사업의 축소판이 최근 전주시가 역량을 집중해 만든 팔복동 예술공장이다. 최근에 방문해 보니 야외에서 사진 찍는 커플 한 팀과 실내 카페에 중년 남성 두 명이 손님의 전부였고 팔복동 지역의 고용 인원은 카페 직원 두 명과 2층 전시장 안내데스크에 두 명으로 언뜻 보기에 상시 고용 인원이 4명에 불과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 낸 결과 치고는 실적이 지나치게 부진했다. 팔복예술 공장을 둘러보는 내내 전주시에서 하는 문화 사업은 "먹을 것이 없어 우는 아이에게 빵이 아닌 예술 작품을 감상하라고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전주시장은 종합경기장에 또 다른 확장판 팔복예술 공장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설사 만든다 하더라도 전주보다 재정 상황이 휠 씬 좋은 지자체가 널려 있는 이상 국제적 이목을 끌 수 있는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을 뛰어넘는 수준이 아니면 아류작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또 어설프게 만들면 금방 다른 도시에서 따라하니 자칫 아무 의미 없는 예산낭비의 전시성 흉물이 될 수 있다. 문화 사업은 뉴스거리와 업적 선전용으로는 더 없이 좋으나 플래쉬가 꺼진 후의 뒷감당은 시민들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또한 중소상인을 위해 쇼핑센터를 반대하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할 부분이 있다. 서민을 위하고 약자와 함께 같이 살아가자는 철학은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가? 이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 전주시가 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

바깥세상이 험하다고 이를 보호하고자 언젠가는 세상에 나가 부딪쳐야할 모종을 평생 온실에서만 키울 것인가? 결국 체질을 개선하고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살아남는다.
 
전통시장을 보호하자고 2011년 전주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시행한 것이 결과적으로 전주지역 전통시장을 살렸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역청년 살리자고 시행중인 각종 전통시장 연계사업이 성공하고 있는지 직접 현장조사 해봐야 한다. 특히 중앙시장 청년 몰은 일 년도 안 돼 10개 업체가 거의 문을 닫더니 올해 초부터는 모든 가게가 사실상 영업정지 상태로 방치된 상태이다.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생계를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영세하고 경쟁력 없는 땜방식 정책을 전주시 전체 상권의 미래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소상공인 역시 지역상품을 전용으로 파는 로컬 푸드 같은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나 있는 다국적 브랜드나 타 지역 체인점이라면 차라리 광주, 대전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초대형 쇼핑몰을 유치하여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전체 전주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낫다.
 
효자동CGV 아이맥스관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대전에서 일부러 전주를 방문하고, 최근에 입점한 군산롯데몰에 전주 사람들이 일부러 가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한계가 있는 보호막으로 고객의 불편을 볼모로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경쟁력만 도태시키고 자영업자를 고사시킬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주시장은 소상공인 대표도 아니고 일부 사회단체 대표도 아닌 65만 시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이다. 전통과 문화도 좋지만 이들 사업이 미래의 먹거리와 관련이 있는지 또는 진정으로 소상공인과 전주상권의 경쟁력을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사업은 잠시 들렀다 가는 외부 관광객이나 일부 지역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닌 65만 전주시민 전체의 평상시 삶의 질 개선을 위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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