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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통의 공예장인을 만나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백종수기자 송고시간 2018-11-26 13:03

법촌옻칠공예사 / 장태연 대표
법촌옻칠공예 장태연 대표가 밝게 웃고있다./아시아뉴스통신=백종수 기자

옻은 나쁜 기운을 제거하며 목재의 부식이나 변색을 막아주는 등 다양한 효과 때문에 조상 대대로 활용해온 소재다.
 
사양 산업이라 불리던 옻칠공예 시장에 수준 높은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이 있어 공예인들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주목하고 있다.
 
실용성, 예술성 등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 공급하며 신뢰와 명성을 쌓아온 법촌옻칠공예사 장태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법촌옻칠공예 작품들(사진제공=법촌옻칠공예)
 
Q. 법촌옻칠공예와 장태연 대표님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옻칠공예 일을 75년도부터 시작해 40여 년간 한 번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 적이 없다. 오랜 기간 종사하다보니 동종업계에서는 나름 이름이 있다. 특히 법촌이 옻칠방면에서는 최고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 거래를 하고나면 거래처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부분이 명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최근 시장은 공예품만가지고는 승부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상품과 접목이 필요하다. 해서 전통적인 품목을 넘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타 업계도 비슷한 생각인지 실제로 다른 제품을 취급하는 이들에게 콜라보 제의가 많아지고 있다.
 
Q. 최근 근황에 대해?
 
A. 최근 나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한동안 시장이 어려웠었다. 공예쪽이 불황을 타면 엄청 심하게 타는 편이다. 생활필수품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파가 빠르고 심하게 온다. 경기가 좋을 때 선물하고 여유가 있을 때 장식을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불황을 많이 탄다. 일본수출이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가 돼 숨통은 트였다. 전체적인 시장은 좋지 않지만 이번 기회로 인원확충과 함께 다시 궤도에 올라가고 있다.
 
Q. 친환경소재 시장에 대한 의견은?
 
A. 친환경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품목이 일반 공예품이라기보다는 생활용품의 비중이 크다보니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 경쟁하게 되는 회사 제품을 보면 수입품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품들은 워낙 유통단계도 복잡하고 생산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경쟁력이 떨어진다. 다행히 법촌은 조합원 상대로 물건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분할업무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국내 전통기술을 지속 유지해나가려면 현재의 문제점을 파악해 변화를 줘서 각자의 경쟁력을 가져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주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부분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주문 없이 자기 임의로 만들어서 시장에 나가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판매에 애로가 많다.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한다는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앞서 말 한대로 전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제품의 폭을 넓혀서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Q. 고객들과의 소통은?
 
A. 우리제품은 전통공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의뢰한다.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하기에는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 자개 쪽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이 제품의뢰를 하는 과정에서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공정에 대해 설명을 하며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제작과정을 직접 보며 설명을 듣는 것만큼 효과가 좋은 소통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의뢰인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대부분 판매처에서 주문을 받아 제조사에 의뢰를 하게 되는데 사실 환경이 열악한 업체가 많다. 제품 전시관과 실제 공장이 보이는 것에 대한 차이가 많다보니 직접 발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보다 좋은 작업환경을 위해 2010년에 현재 공장으로 이전해 의뢰인들과 잦은 만남을 통한 소통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법촌옻칠공예 작품들(사진제공=법촌옻칠공예)


Q. 해외진출 여부는?
 
A. 중국에서 국내 화장품이 인기가 있다 보니 화장품케이스를 제작해 판매할 목표로 샘플을 주고받으며 한참 열을 올릴 때 사드사건으로 무산되거나 유럽 양주회사와 합작을 하려고 했으나 유통에 문제가 생겨 잠정중단 되는 등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예전 수년간 거래했었던 일본 업체에서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물꼬를 튼 상태다. 이번 일을 시작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무역으로도 길을 넓혀나가고 싶다. 또 최근 판매전에서 악기에 자개장식이 가능하겠냐는 의뢰를 받았다. 현재 샘플을 제작중인 상태로 악기와 악기케이스에 접목시키는 계기를 갖게 됐다. 나전칠기가 가구에서 보석함 같은 작은 물품으로 품목이 바뀌게 된 것 같이 앞으로 다양한 제품제작을 시도하며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해외시장의 활로를 뚫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Q. 신제품 개발에 대해서
 
A. 주방용품에 비중이 높다보니 품목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옻칠은 세균을 없애주고 방수, 방부, 방충이 뛰어나 세균문제와 청결에 가장 민감한 주방용품에 초점을 맞춰왔다. 예를 들어 도마나 수저세트, 그릇 등 어른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유식 용기나 포크, 빵 칼 등 아이들 위생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린이용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주방용품을 벗어나 주방가구나 싱크대 자체에 옻칠을 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있다. 예전에 안방에서 사용되던 나전칠기가 주방으로 영역을 넓혀가도 좋을 때라 생각한다.
 
성남시 진로박람회에서 학생들에게 작업 지도를 하고 있는 법촌옻칠공예 장태연 대표(사진제공=법촌옻칠공예)
 
Q. 후진양성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는?
 
A. 현재 옻칠공예가 타 업종에 비해서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40여 년 전에는 장롱하나가 거의 집 한 채 값 이었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수익도 많았으나 이제는 가구의 간소화를 선호하고 자개장의 소비가 현저하게 줄어들며 현재는 작은 보석함이나 선물용품 등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도 시장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오랜 경력과 기술이 있어도 이직이 어려워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경우를 종종 보고 듣는다. 현재 업계종사자들의 나이가 적게는 50대 많게는 70대 이상으로 거의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다보면 앞으로 15년 전후로 명맥이 끊기게 될까 걱정이 앞선다. 인내심과 섬세함이 필요한 직업이다 보니 사실 쉬운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자들이 적어지는 만큼 희귀성과 발전된 기술력으로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현재 법촌은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으로 7년 전부터 아들이 일을 배우고 있다. 이제 사무업무와 함께 기능 쪽으로 더욱 매진해 법촌의 이름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또한, 지난 23일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성남지역 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성남시 '진로 박람회‘에 참가해 체험부스를 진행했다. 참여인원 50명을 예상하고 준비를 했는데 두 배가 넘는 학생들이 참가해 재료가 너무 일찍 소진이 되는 일이 있었다. 예상외의 반응을 보며 앞으로 청년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 젊은피의 수혈로 시장의 변화와 활성화를 기대한다. 젊은 감각으로 신상품개발에 기대감이 커지며 학생들을 상대로 체험교육을 많이 해볼 계획이다. 간단하게 전복껍질과 같은 재료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가르쳐서 문양을 오려서 주면 생각지도 못하는 모양을 내는 경우가 있다. 젊은이들에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전통공예의 명맥을 유지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Q. 중장기적인 목표는?
 
A. 지역 내에서 판로개척을 위해 백화점 판매전과 국내외 전시회 등에 참여하며 옻칠공예와 법촌을 홍보하고 소개하는 자리를 계속 갖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문화재나 명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명장 바로 아랫단계인 우수숙련기술자로 등록돼 있다. 가능하다면 기능한국인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옻칠공예에 오랫동안 종사한 만큼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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