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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전역세권 개발의 종착역은 아파트단지인가?

(아시아뉴스통신= 선치영기자) 기사입력 : 2019년 04월 09일 14시 37분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아시아뉴스통신=선치영 기자

떠남과 다가옴, 만남과 헤어짐, 기꺼움과 안타까움, 바램과 아쉬움 등 기쁨과 슬픔의 양가적 감정이 교차되는 곳이 기차역이다. 철도와 역에 서린 정서적 감정은 출발과 도착으로 집약할 수 있지만, 두 현상의 역설적 함의는 시작이다.
 
떠남과 만남, 다가옴과 헤어짐의 실질적 상징은 앞과 뒤의 구별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설렘의 연속이다. 역, 대전역은 설렘으로 집약되는 시작의 출발점이다.
 
대전시는 최근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 개발을 위한 민자 유치에 실패했다. 지난 3월 28일까지 민간 사업자를 공모했으나 응찰업체가 한 곳도 없어 무산됐다. 지난 2008년, 2015년에 이어 3번째 쓴잔이다.

대전역세권 복합2구역은 대전역 동광장 인접지역 동구 소제·신안동일대 상업부지 3만 2444㎡로, 전체 역세권 개발면적 10만 6742㎡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복합 2구역은 대형복합쇼핑몰을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시설, 호텔, 오피스 등 문화·거주시설 등이 들어서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1조원을 웃돈다.
 
시는 지난 4월 4일 민자 유치를 위한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토지이용계획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3차 민자유치 공모 때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의 비율을 25%대 75%로 정했으나 실패했다. 너무 큰 상업시설 비중이 사업자의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해 다음 공모 때는 주거비율을 사업자가 임의로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는 또 복합2구역에 설치 계획된 1만 4618㎡규모의 복합환승센터에 대한 손질도 예고했다. 사업자는 급행간선버스(BRT)등과의 환승을 위한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해 대전시에 기부채납하기로 돼 있는데, 3.3㎡당 1000만원 수준의 건축비용이 들어가는 환승센터의 규모를 조정하기로 했다. 시는 이런 방안을 코레일과 협의해 올 하반기에 제4차 사업자 공모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유치방안이 확정되면 역세권 개발의 민자 유치가 가능할까? 우선 상업시설의 축소는 시대적 추세에 따라 타당한 면이 많아 보인다. 3차 공모 때의 상업용지 75% 배치 기준은 과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설은 대전의 최대 유통업체인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와 롯데백화점 대전점 2개 등 3개의 백화점을 합한 규모이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매장보다는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이동하면서 개별 매장이 집적 또는 집단화된 대규모 유통시설의 매력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중소도시에 소재한 백화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상업시설의 규모 문제는 역세권 상가들과의 상생이나 상호보완 문제와도 관련될 수밖에 없어 신중을 요한다.
 
그러나 새로운 개편안으로 역세권 개발이 대단위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차 공모당시 처음으로 제시했던 주거용지 비율 25% 준수의무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용적률도 높이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더욱이 그 권한을 사업자에게 주겠다고 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이는 2008년부터 견지해오던 토지이용계획의 백지화나 다름없다. 앞으로 토지소유주인 코레일 등과의 협의과정이 남아있다곤 하지만 역세권 개발의 주된 컨셉이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대전시의 처지를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다. 10여년이 넘도록 민자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역세권이 슬럼화 되고 정주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민선 7기 허태정 시장의 역세권 개발 공약도 있고, 그동안 시행하지 않았던 주거비율의 상향조정에도 3차 공모까지 무산됐으니 다급할 수도 있다.
 
야간시간대 공동화 방지를 위해서도 어느 지역이든 일정규모의 정주인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파트단지로 변질된 역세권 개발전략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도시는 동심원 형태로 확장·성장해 나간다. 하나의 거점지역을 필두로 부챗살처럼 펼쳐나간다. 대전역은 부챗살의 꼭지점이다. 1905년 1월 9일 철도가 개통되면서 대전역이 설치된다. 일본인 직원 4명이 근무하고 인근의 역세권에는 한국인 188명이 살았다. 한 세기가 지나 대전은 150만의 인구를 가진 중부권 최대도시,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대전역 이용객은 2017년 기준으로 약 1815만 명으로, 3010만 명의 서울역, 2285만 명의 동대구역, 2129만 명의 부산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5만 명 남짓으로, 인구비례로 볼 때 서울과 대구, 부산보다 이용객 밀도가 높다. 대전역은 대전이라는 도시의 시발점이자, 대전시민의 삶이 시작되는 관문이다. 단순히 정주인구의 확대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대전역에는 다가옴과 떠나감이 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앞뒤를 구별할 수 없지만, 대전역은 그 출발지이며 시작점이다. 어디론가 떠나가든, 어디에선가 다가오든 대전역과 그 주변은 대전이 살아온 도시 이력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나타내야 한다. 바퀴의 축이나 부챗살의 꼭지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역세권 개발은 다른 곳과는 다른 부챗살 꼭지 전략이 필수적이다.
 
대전은 미래의 도시이다. 과학의 도시이기도 하다. 앞으로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해야 할 막중한 일이 주어져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지역에 중이온가속기가 운용될 연구기관이 건설되고 있다. 이 중요한 연구기기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대전은 세계 속의 과학도시로 더욱 우뚝 서게 된다.
 
대전역은 그런 자부심을 상징하는 시발점이고, 그런 자긍심을 뽐내며 내방객을 맞이하는 첫 장소이다. 대전역세권은 대전을 중심축에 두고 세계로 부챗살처럼 뻗어나가는 상징을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
 
회의산업(MICE) 유치가 역세권 개발의 핵심전략이 될 수 있다. 컨벤션센터의 역세권 배치는 대전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를 스스로 스토리텔링 하는 일이 된다. 또 도시의 삶과 역할을 의미화하는 전략이 될 것이다.
 
대전역세권이 도시의 의미를 규정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는, 이를 뒷받침하는 다수의 마중물사업들이 예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세권 기능이 확고해지면 중앙로 프로젝트를 껴안으면서 옛 충남도청의 근현대 역사박물관에 생기를 불어넣게 된다. 이어서 옛 충남도지사 관사촌인 ‘테미 오래’를 거친 역세권 기세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아트몰로 건설될 한밭야구장이 웅대한 모습을 찾아가고 보문산 관광단지와 연결된다.
 
이 코스가 사람과 건물의 조화를 탐색하는 것이라면, 보문산을 끼고 돌아 식장산으로 들어선 뒤 대청호를 조우하는 코스에서는 사람과 자연의 융화를 만끽하는 생태여행의 절정을 맛보게 된다. 역세권의 부챗살 전략은 대전시가 갖고 있는 내부 순환의 생태적 인프라에 대한 매력과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다.
 
지금은 고속철도시대이다. 대전은 고속철도시대에 철도교통의 미아가 되고 있다. 더 이상 교통도시로 자부하기엔 그 위상이 약해졌다. 고속철도시대의 핵심에서 멀어지고 교통섬이 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통과되거나 스치는 고장이 돼가고 있다. 교통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기엔 역부족이 됐다.
 
이웃한 충북 오성에 영향력을 잠식당하고 있다. 충청지역 4개 시·도가 공동개최 신청을 밝힌 아시안 게임이 유치되면, 충북도는 오성과 청주 사이에 메인 스타디움이 될 종합운동장 건설에 나설 것이다. 충청권 네트워크의 정점으로 부상하려는 의도이다.
 
초연결사회의 선도여부는 플랫폼의 확보에 달렸다. 대전역과 역세권은 컨벤션센터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고속철도시대의 중심에서는 비켜났지만, 고속철도를 활용한 컨벤션 기능을 꽃피울 수 있는 네트워크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이 대전이다.
 
대전역세권이 갖고 있는 ‘시작’이라는 상징성에 동의한다면 국제공항과 직접 연결하는 역할도 고려되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도심공항터미널’을 관련기관과 협의해 배치하면 역세권 기능이 더욱 빛날 수 있다. 이왕에 설치하는 환승센터에 도심공항터미널 기능을 추가하면 복합환승센터의 다목적 기능도 살아난다.
 
대전은 세계 속의 도시가 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공항터미널 구축은 그런 요소를 확장하는 일의 하나다. 개발전략은 미래의 그림 그리기다. 도시개발 전략은 그 자체로 미래에 대한 기대로 시민들에게 설렘과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미래를 그려나가는 모습이 확고하다는 것은 시민들의 삶을 열정적으로 만든다. 기운을 크게 북돋는 일이다.
 
대전역세권 개발 전략이 또 하나의 아파트단지 조성사업으로 전락한다면, 대전은 기존의 상징성도, 대전만의 특성도 모두 잃고 만다.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이 지켜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면 공약 때문이라는 이유로 마지못해 결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전 대전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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