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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국내 첫 존엄사…할머니 자가 호흡

[=아시아뉴스통신] 여용준기자 송고시간 2009-06-23 17:38

병원 "환자사망 시간 예측할 수 없어"

 23일 오전10시20분쯤 김모씨(77·여)에 대한 존엄사가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시행된 가운데 김씨는 병원 측의 예상을 깨고 오후5시까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김씨가 입원 중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본관 15층 복도. /아시아뉴스통신=여용준 기자

 지난달 21일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에 따라 23일 오전 10시20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국내 첫 존엄사가 시행됐다.


 이날 중환자실에 있던 김모씨(77·여)는 오전 9시쯤 본관 15층 일반병실로 옮겨져 9시55분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종예배를 진행했다.


 임종예배가 끝나고 10시20분쯤 김씨의 아들, 사위, 목사들로 구성된 가족 대표단과 주치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진이 참석한 가운데 산소호흡기를 제거했다.



○ 김할머니 자가 호흡 유지


 당초 병원 측은 산소호흡기를 떼어내고 30분에서 길면 3시간까지 호흡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호흡기가 제거된 후 6시간이 지난 오후4시까지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환자의 상태는 호흡기를 떼기 전과 별 차이 없이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사망예정시간을 추정하기 어려우나 이 상태라면 장기적으로 호흡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족 측 대표인 맏사위 심치성씨도 할머니의 자가호흡에 대해 "기계호흡을 유지할 당시 자가호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떼어낸 시점부터 미약하게 자가호흡이 유지돼더니 현재는 상당한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고 환자의 상태를 전했다.


 또 이에 대해 "환자가 이 상태로 지속된다면 우리에겐 기쁜 일이다"며 "우리는 호흡기를 뗀 상태로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지. 환자를 빨리 사망하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입장을 밝혔다.


 심씨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환자가 지금 상태로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호흡기를 제거한 채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게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환자가족-병원 갈등 깊어


 한편 환자가족 측 대표 심씨는 "이번 존엄사에 대한 병원 측의 대처에 불만이 많다"며 "5월21일 대법원의 판결이 난 이후 약 1개월간 병원 측은 윤리위원회 개최 등의 이유를 들며 시간을 지체했다. 병원이 법원 위에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심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판결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의 손명세 윤리위원장은 윤리위원회 개최 등의 이유를 들며 수차례 시행일을 연기했다.


 임종장소 및 언론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병원 측의 계속되는 번복때문에 어제(22일) 저녁이 돼서야 모든 것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며 "임종실은 너무 먼데다 어차피 임종에 참석할 가족이 많지 안항 1인실에서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언제까지 시행하라는 말은 없었다"며 "아직 병원 측은 "사망임박단계"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차례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소위원회가 더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을 했으나 전달이 안된 것 같다"고 밝혔다.


 임종장소에 대해서는 "이미 병원 측의 방침은 "가족들이 원하는대로 해주자"는 것이고 이는 충분히 전달됐다"며 "가족들이 임종실을 먼저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언론공개 여부에 대해 "이미 양 측이 언론비공개로 합의를 봤으나 일부 사안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언론에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병원 측의 입장을 전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오후4시50분 현재 자가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며, 현재 병실에서 가족들의 간호를 받고 있는 가운데 간간히 예배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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