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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광 작가, 상식적 개념 넘은 초상화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정완영기자 송고시간 2019-07-23 16:27

이응노미술관 2019 아트랩대전② 손민광 '전국민의 정의실현의 결실을 가져온 헌법 재판관'
손민광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정완영 기자

손민광 작가의 작업은 사람의 얼굴을 작가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바라보며 상식을 뛰어 넘는 초상화를 만들어 낸다.
 
한 사람의 얼굴이지만 같은 듯 다르게 내가 본 관점에서 아니면 다른 사람이 본 관점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형상화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해지는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천연덕스럽게 덧붙여 그려 내면서 완성될 것 같지 않은 초상화에 표현한다.
 
그렇게 작가는 바로 그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그의 실체를 찾아서 얼굴 위를 헤맨다. 그리고 지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긍정과 부정을 수도 없이 오가면서. 그렇게 그가 그린 얼굴 위엔 치열한 흔적이 남는다. 어쩜 이로써 타자들의 희미한 그림자가 오롯한 실체를 얻었을 흔적이 남는다. 그렇게 작가는 그이면서 동시에 그들인 그의 얼굴을 그렸다. 이렇게 작가와 관련있는 인물이 존재론적인 얼굴로 남는다.
 
손민광, 전 국민의 정의실현의 결실을 가져온 헌법 재판관 90.9X72.2cm Acrylic on canvas 2019.(사진제공=대전 이응노미술관)

손민광 작가의 얼굴을 보면 애국심 투철한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와 유관순 열사, 전 국민의 정의 실현을 위한 결실을 가져온 이정미 전 헌법 재판관, 자식 잃은 타들어가는 가슴을 가진 세월호 희생자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 안타까운 희생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 젊은이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희생자 김용균씨, 진정한 의인의 자질을 보여주는 사람 이국종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
 
초상화에 대한 관습이 아니라면 미처 얼굴로 알아보기조차 쉽지 않은 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추 누군지는 알겠다.
 
언론을 통해 이미 충분히 노출된 탓에 전형성이라고 부를 만한 눈에 익은 형태가 있어서다.
 
손민광, 자식 잃은 타들어가는 가슴의 아버지 90.9X72.2cm Acrylic on canvas 2019.(사진제공=대전 이응노미술관)

친절하고 장황한 설명을 곁들인 제목은 각 개별 인물에 대한 설명(혹은 차라리 논평?)은 작가 개인의 생각인가 아님 언론이 정의한 걸 퍼다 나른 것인가.
 
주관적인 생각인가 아님 대중적인 생각인가. 자기인식의 결과인가 아님 언론플레이와 프레이밍 그리고 이미지정치학의 소산인가. 미디어의 시대에 개별주체의 자기인식은 곧잘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자기인식과 미디어의 인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혼동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인식론적 효율성의 법칙이 작동해 복잡한 현상은 작가의 전형으로 정리되고, 무미한 선명성 개념으로 재단된다.
 
애국심, 정의, 희생(그리고 희생자), 그리고 의인 같은. 그리고 작가는 애국심을 표상하는 형태, 정의에 걸 맞는 색깔, 희생자에 부합하는 질감, 그리고 의인에 어울릴 만한 분위기를 찾아준다. 그렇게 의인은 의인답게, 정의는 정의롭게, 희생자는 희생자답게 그려진다.
 
그림도 매우 흥미롭지만 제목도 흥미롭다. 그림 제목이 아니라면, 도대체 그림은 오리무중이 되는 것도 있다.
 
여기에 작가의 설명이 조금이라도 붙으면 그제서야 무릎을 치며 ‘어디서 많이 보았는데 바로 그 사람이구나’하게 된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스물 한 번이라는 실험적인 개인전을 열었다. 그 중에는 자신이 멘토로서 작가 매니지먼트를 통해 다른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해 준 일도 있었다.
 
이번에 스물 두 번째 개인전은 지난 2014년부터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왔던 인물 아카이브를 들고 나왔다.
 
전시실 입구에 책상을 놓고 관람객이 초상화를 그려 손민광 작가가 전시한 드로잉 작품과 바꾸어 전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아시아뉴스통신 정완영 기자

요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산다. 그러면서 이 정보들 속에서 신문기사마저도 객관성을 잃고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신문 속 인물들의 실체를 손민광 작가 자신만의 객관성으로 해석하는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신문기사를 리서치해서 인물을 정하고, 드로잉으로 구성해 페인팅으로 변화를 준다.
 
작가가 인지하는 인물에 대한 데이터가 많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다보았다면 작품의 크기가 훨씬 커진다.
 
그동안의 불문율도 깨고 관람객이 그리고 싶은 욕구도 충족 시켜 주기 위해 책상도 마련해 놨다. 관람객이 직접 그린 그림을 작가의 드로잉과 바꾸어 전시할 수 있게도 준비해 놓았다.
 
관람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준다면 다시 방문할 것이라고 믿었다.
 
손민광 작가가 관람객들과의 약속대로 전시실 한 켠에서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정완영 기자

현장에서 작가가 직접 드로잉도 한다.
 
평소에 잘 볼 수 없을 것 같은 작가의 인물화에, 작각가 현장에서 드로잉도 하고, 관람객이 그린 인물화를 작가의 드로잉 작품과 바꾸어 전시할 수 있는 손민광 작가의 아트랩대전 전시.
 
손민광 작가의 흥미로운 작업과 이응노 미술관의 실험적인 선택이 보다 잘 나타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손민광 작가의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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