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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의사실 공표 관행, 개선되고 있을까?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최지혜기자 송고시간 2019-07-31 16:16

미성법률사무소 김관중 변호사
미성법률사무소 김관중 변호사.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남부지검 소속 검사들을 피의사실 공표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가 허용될 수 있는지, 만약 허용된다면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재판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면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는 법원의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여론재판에 의해 이미 ‘유죄’로 낙인찍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모욕감과 부담감 등에 의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어느 정도 공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주장된다.

피의사실 공표란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것」으로 형법 제126조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피의사실 공표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법’상으로는 수사대상자의 인권을 충실히 보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운용은 조금 다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접수된 사건은 347건이지만 그 중 기소된 사건은 놀랍게도 한 건도 없었다. 올해 검찰이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된 사건을 수사하기로 하고, 경찰은 검사의 피의사실 공표혐의로 고소된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이러한 수사결정에 대해서는 ‘수사대상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검경의 기관간 갈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는 그동안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나 재판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왔다는 점에서 기인할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2019년 3월에 법무부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피의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수사공보준칙 중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면 제9조 1항은 ‘공소제기 전의 수사사건에 대하여는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을 비롯하여 그 내용 일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10조에서 예외적 공개사유라는 제목 하에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범위가 매우 넓고 추상적이어서 오히려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법무부 훈령보다 높은 단계의 법령인 ‘형법’에 이미 ‘피의사실공표’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으므로 수사대상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위 형법 규정을 적용하여 수사기관 스스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의지이다. 다만 이로써 제한되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수사기관, 언론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도 공감대가 형성된 ‘예외규정’을 두어 적정절차에 따른 ‘공표’는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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