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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장한 강물처럼, 쏟아내리는 별빛처럼 장엄한 감동...'뮤지컬 이육사'

[대구경북=아시아뉴스통신] 남효선기자 송고시간 2019-08-20 10:11

"질곡의 시대 지식인의 정신과 실천행동에 초점"...'역사적 삶의 중요성' 부각 돋보여
2017년 첫 공연 이어 올해 세 번째 무대...(재) 세계유교문화재단 주관
지난 16일 '뮤지컬 이육사' 공연 두번 째 날,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를 가득 메운 안동시민과 관람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공연에 몰입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내가 들개에게 길을 비켜 줄 수 있는 겸양을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정면으로 달려드는 표범을 겁내서는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내 길을 사랑할 뿐이오(...) 나는 내 기백을 키우고 길러서 금강심(金剛心)에서 나오는 내 시를 쓸지언정 유언은 쓰지 않겠소(...)" <이육사 '계절의 오행', 1938.12.>

일제 강점기 서른일곱번의 검거와 투옥에도 단 한 번도 변절하지 않고 광복을 한 해 앞둔 1944년 1월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한 민족 시인이자 항일투사인 이육사(1904~1944 본명 이원록)지사의 조국 독립을 위한 치열한 투쟁과 정신, 아름다우면서도 서릿발같은 시 세계, 사랑을 담은 뮤지컬이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서 펼쳐졌다.

공연 이틀째인 16일 오후 간헐적으로 뿌리던 소나기성 비는 공연이 시작될 무렵 그치고 음력 7월의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랐다.

아쉽게도 광복절인 15일 첫 공연은 게릴라성 소나기로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74돌의 광복절을 기려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에서 뮤지컬로 부활한 '이육사'는 2시간 동안 나라와 민족의 소중함을 유장한 강물처럼, 하늘에서 쏟아 내리는 별빛처럼 장엄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장에 마련된 1800여개의 야외 좌석은 공연 시작 전까지 비가 흩뿌리는 궂은 날씨에도 안동시민들을 비롯 '부활하는 이육사 시인'을 만나러 온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로 일치감치 꽉 찼다.
 
지난 16일 '뮤지컬 이육사' 공연 두번 째 날,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를 가득 메운 안동시민과 관람객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좌석이 꽉 차자 관람객들은 특설무대 양쪽 전면을 빙 둘러 2시간 내내 시인이 남긴 치열한 노래를 통해 전해지는 장엄한 민족정신에 푹 빠졌다.

이번 '뮤지컬 이육사'는 첫 공연이 아니다.

지난 2017 8월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 특설무대에서 첫 무대에 오른 이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의 부제를 단 이번 '뮤지컬 이육사'는 일제에 저항하며 아름다운 시로 조국의 광복을 염원해 온 시인의 40 년간의 치열한 삶을 30막으로 구성해 유장한 큰 강물처럼 매끄럽게 보여줬다는 평이다.

2시간 내내 일제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맞서 치열한 삶을 살며 '광야' '절정' '청포도'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꽃' 등  시인이 아름다운 모국어로 남긴 시를 영상자막으로, 대사로, 노래로 암울했던 역사를 재현했다.

이번에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이육사'가 눈길을 끄는 점은 항일독립운동가 이육사를 넘어 질곡의 시대 지식인의 정신과 실천행동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삶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점이다.

무대는 2시간 내내 모국어를 지키기 위한 뼈를 깎는 헌신, 아내 안일량과의 숭고한 사랑, 유일한 혈육인 옥비에게 쏟는 부성애, 항일 동지 윤세주와 약산 김원봉으로 이어지는 무장항일투쟁을 위한 의열단 창설 등 이육사 시인의 치열한 삶을 제작진은 영상 시(詩)와 시인의 시를 노래로 환치해 일제강점기 처절한 항일투쟁의 실상과 인간 이육사의 꿈과 사랑을 잔잔하게, 비장하게, 격동적으로 그려 관람객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당시 국내와 만주 등 중국대륙에서 전개된 항일무장투쟁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두 개의 공간으로 배치해 입체적으로 전달한 연출기법은 종전의 무대 연출을 뛰어 넘어 관람객들의 공연 이해를 크게 도왔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또 이육사의 고향인 안동지방 언어를 중심으로 시대 상황을 전달한 출연진의 대사와 특히 장면마다 무대를 꽉 채우며 이육사의 시와 안동지방 전래동요를 맑은 목소리로 선사한 안동MBC어린이합창단의 노래는 무대의 현장감과 긴장감, 충일감을 살렸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 대목이다.
 
지난 16일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뮤지컬 이육사'./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 안동시민 " '뮤지컬 이육사' 통해 독립운동 산실 '안동정신' 정체성 거듭 확인"

권두현 총감독은 "이번 무대는 치열한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이육사를 넘어 모국어를 통해 조국 독립을 염원하며 아름다운 시를 노래한 시인으로서 자연과 인간에 보인 지극히 단호한 애정과 역사적 삶을 실천한 지식인 이육사에 초점을 맞췄다"며 "일제강점기 이육사의 치열한 삶을 통해 현재의 한반도 문제와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도발 등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헤쳐 나가는 지혜를 배우고 익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연 마지막 이육사 시인의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가 무대를 찾아 출연진들의 손을 맞잡고 안동시민들과 관람객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시민들과 관람객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이옥비 여사를 맞고 이육사 시인을 호명했다.
 
지난 16일 '이육사 시인'의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왼쪽 두번째)가 '뮤지컬 이육사' 두번 째 공연이 펼쳐진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를 찾아 출연진과 함께 손을 잡고 환한 웃음으로 관람객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시민들은 무대 앞으로 뛰어 나와 이옥비 여사와 출연진과 사진을 찍으며 이육사 시인의 숭고한 얼을 가슴에 거듭 담았다.

초등학교 남매와 함께 공연장은 찾았다는 김모씨(42 안동시 태화동)는 "평소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 살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지만 이번 이육사 시인의 치열한 삶을 담은 공연을 통해 이육사 시인의 고향인 안동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과 함께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안동 정신'의 정체성을 거듭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어린 아이들도 이번 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눈으로 조국의 소중함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뮤지컬 이육사' 공연 두번 째 날,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에서 공연이 끝난 후 아이들이 'NO아베'와 'YES 대힌민국'을 뜻하는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임대근 (재) 세계유교문화재단 이사장은 "뮤지컬 이육사는 암울한 사회, 시대적 불의에 저항한 이육사의 치열한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작은 단초로 준비했다"며 "올해로 세 번 째인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광복절에 공연하게 돼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고 말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이육사 선생은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입교와 항일투쟁, 강인한 문학 세계 등 독립을 향한 실천적 행동을 통해 민족의 가치를 드높였다"며 "오늘 이육사 선생의 삶을 재조명한 뮤지컬이 우리 삶의 올바른 가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림 국회의원은 "민족시인 이육사의 독립정신과 조국에 대한 사랑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에게 감동이자 삶의 이정표"라며 "이번 '뮤지컬 이육사'는 뜨거웠던 선현들의 정신을 되살리고 기억의 편린을 다시 모아주는 소중한 시간이자 깨우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뮤지컬 이육사' 두번 째 공연이 펼쳐진 경북 안동시 안동문화관광단지 특설무대에서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에 앞서 관람객들에게 손태극기를 나눠주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이번 무대는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했으며 (재) 세계유교문화재단이 주관했다.

또 (사) 이육사추모사업회와 이육사문학관, 경북문화관광공사, 하이트진로, 안동농협, ㈜OKF, 국립안동대학교 링크플러스사업단, 안동MBC가 후원했다.

연출은 신택기 (사) 경기도 연극협회 부회장이 맡았으며 작곡과 음악감독은 리카C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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