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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58열전' 25. 난세를 이겨내고 태평성대를 누린 진해구 태평동

[경남=아시아뉴스통신] 최근내기자 송고시간 2019-09-19 09:15

진해탑 전망대에서 본 태평동 전경.(사진제공=창원시청)

경남 창원시 진해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다.

일본군들은 조상 대대로 터를 지켜온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그곳에 로터리와 방사형 도로를 냈다. 지금도 중원, 남원, 북원로터리가 진해 시가지에 남아 있다.

그 가운데 남원로터리는 행정구역상 태평동에 속한다. 이렇게 시린 역사를 품고도 동 이름이 ‘태평’하다니 속도 좋다 싶다.

하지만 태평동이 이런 여유를 갖게 된 것은 아픔을 이겨내고 그를 발판삼아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덕분이다.
 
김구선생 친필시비.(사진제공=창원시청)

남원로터리에는 김구 선생의 친필시비가 세워져 있다.

‘서해어룡동 맹산초목지’(바다에 두고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을 두고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주는구나)라는 내용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쓴 진중음의 한 구절이다.

1946년 김구 선생이 진해를 방문, 조국해방을 기뻐하면서 썼는데, 당시 총상의 후유증으로 손을 심하게 떨었던 그의 서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군항제 기간에 개방된 해군사관학교 모습.(사진제공=창원시청)

비석이 바라보고 있는 정면에는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으로부터 시작된 수군의 용맹함을 잇고, 진해가 이름처럼 바다를 제압하는 도시임을 알려주는 곳이다.

군항제, 어린이날, 해양방위산업전 등 창원시의 크고 작은 행사기간에 개방하기도 하니 때를 잘 맞추면 진귀한 구경을 할 수 있다.

태평동의 북쪽에는 제황산이 있다. 한때 정상에 러일전쟁 승전기념탑이 세워져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해군 군함의 마스트롤을 본 따 만든 진해탑이 있는 곳이다.

태평동 쪽에서 오르는 길은 나무가 우거져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태평동은 진해의 서부 지역으로, 바다를 향해 삐죽 튀어나온 반도 지형이다. 남쪽에는 고절산, 곶출산이 솟아 있고, 진해만 곳곳에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어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속천항에서 본 배들과 진해만.(사진제공=창원시청)

속천항도 단순한 항구 이상의 역할을 하는데, 바다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군항제 때는 해상 멀티미디어불꽃쇼가 열려 낭만을 더해준다.

9월20일과 21일 이틀간 속천위판장 앞에서 ‘진해만 싱싱 수산물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특히 진해만의 대표 특산물인 피조개와 전어를 함께 즐길 수 있어 미식가들의 기대가 크다.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속천항 인근에는 싱싱한 횟감을 파는 집들이 많으니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골목마다 화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장옥거리 벽화마을.(사진제공=창원시청)

수협 맞은편 골목에는 나지막한 집들이 쭉 이어져 있는 장옥거리가 있다.

환경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바다소리길, 바람솔솔길, 상상골목길 등 3코스까지 제법 잘 꾸며져 있어 사계절 내내 화사함을 느낄 수 있다.

외세의 힘이 미친 것이 불과 100여 년 전이었고, 이를 몰아낸 뒤 해군의 요람이 된 태평동 주민들의 표정은 곡진 역사와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그 무심함이야말로 평화의 또 다른 이름임을 되새기게 된다.

난세를 이겨낸 후 얻은 이 태평성대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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