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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상진의 삼국지 탐구

[인천=아시아뉴스통신] 김선근기자 송고시간 2015-03-31 16:23

제35편 “승풍파랑 하편(乘風破浪 下篇)”
 박상진 서울대학교 사범대 연구생./아시아뉴스통신DB

 드디어 조조와 유비의 한 수가 정면충돌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유비는 ‘기자쟁선’이라는 수로 정면 승부를 걸었고, 이에 조조 역시 나름의 수로 바둑돌을 올려놓을 순간에 놓입니다. 아마 보통의 하수(下手)였다면 당황하여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조는 역시 고수(高手)였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조조는 유비의 본군을 외면하고 무도군(武都郡) 방면으로 진군한 측면에 강수를 구사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사소취대(捨小取大)’, 즉 눈앞의 작은 이득에 연연하지 않고 대세의 핵심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조조는 자신을 오히려 허병으로 쓰려는 유비의 전략을 간파하여 농서(隴西)로 진입한 실병(實兵, 전략의 핵심이 되는 병력)을 때린 것입니다.

 이 작전에 조홍(曺洪)의 위망과 조휴(曺休)의 지략을 겸하여 쓰는 탁발한 용병술을 구사하죠.

 주지하신 바와 같이, 조휴는 강동에서 빠져나와 조조에게 올 정도로 대담하고 뛰어나 ‘우리 집안의 기린아’라는 칭찬을 들었던 젊은 인재였습니다.

 조조는 그런 조휴에게 실질적인 진압군의 지휘권을 주어 유비의 무도 공략을 저지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이 작전이 얼마나 정확한 판단에 의하였던지는 조홍 스스로 이 지휘권의 역전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렇게 역전 노장을 역발상으로 쓴다는 것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유비는 또 어떻게 나왔을까요.

 무도에서 대장 오란(吳蘭)과 부장 임기(任夔)를 베고 장비와 마초 등 숙장으로 이루어진 후속 대응군을 사전에 차단한 조조에 대해, 유비는 당황하지 않고 더욱 강한 수로 적의 중심을 공략하는 데 주력을 하게 됩니다.

 이른바 “유선이후, 유후이선(有先而後, 有後而先)”, 선수인 줄 알았던 것이 후수가 되고, 후수였던 것이 선수가 되듯 더욱 강하게 하후연과 대치하며 조조의 다음 수를 압박하는 한편, 무도 공략을 포기하고 진식(陳式) 등 10명의 장수가 이끄는 영(營)을 이동시켜 무도와 산관(散關), 진창(陳倉)으로 이어지는 진창로의 끝인 촉도 마명각(馬鳴閣)을 끊어 버리고자 기도하지요.

 선수가 실패하자 길을 끊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후수였던 유비 본군의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한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가만히 있을 조조는 아니었지요.

 서황을 파견해서 진식 등의 영을 무찌르고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가한 것입니다.

 이른바 “일공일수(一攻一守)”,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렇듯 치열하게 두 사람의 한 수 시전은 이어지는데요.

 이것이 또 큰 바람, 거센 물결과 무슨 상관일까요.

 영웅들의 한 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박진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진득한 인내심, 짜릿한 한 수, 그리고 그 장기 말들의 운명을 점쳐보는 재미까지 확실하게 제공해주지요.

 그래서 역사는 언제나 매력으로 넘쳐흐릅니다.

 그런데, 조조와 유비라는 이 희대의 고수들이 펼치는 묘수 대결이 탄생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점은 의외로 다른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희망입니다.

 2015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표어는 ‘정본청원(正本淸原)’, 즉 본질을 바로 잡고 문제의 근원을 맑게 한다는 한서 형법지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 합니다.

 법을 다루었던 기록에서 나올 법한 참 좋은 글귀이지요.

 그러나 3개월이 거의 다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온갖 사회적인 난제들은 쌓이는데, 우리의 문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자기 고집에 사로잡혀 좌초의 위기에 놓여 있을 뿐이지요.

 희망보다 절망, 기쁨보다 슬픔, 그리고 협력보다 분열을 선택하는 나쁜 버릇은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세상을 더 혼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종각의 마음가짐은 다시금 오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큰 바람을 타고 만 리(萬里)의 거센 물결을 헤쳐 나가려는” 웅대한 안목과 담대한 용기는 배려와 소통에서 출발합니다. 희망은 바로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21세기 거친 물결처럼 밀려드는 세계적 위기 속에서 과연 우리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만 하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한 수에 천하의 운명을 거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대국적인 안목과 자신과 우리를 믿는 용기를 잃지 않는데서 출발하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을 위기라고 바라보고 있다면 말입니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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