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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가 보상금 수십억 횡령한 변호사 자살…"두번 죽이는 일"

광주형무소 집단 살해사건 보상금 대리 수령해 주식 투자 실패…

  • 2016-08-25 15:19
  • 아시아뉴스통신=장석민 기자
'광주형무소 등 재소자 희생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담당한 A변호사의 사무실. 사무실은 24일 현재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고 내부는 사무집기만 놓여 있는 상태다. /아시아뉴스통신=장석민 기자

1950년 광주형무소에서 집단으로 살해당한 피해자 유가족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유가족들은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가 보상금을 유가족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피해 금액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법원 "유가족에게 1억원 지급"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 구례에 거주하고 있는 P씨(71)는 이쯤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P씨의 아버지가 1950년 광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다가 군인과 경찰로부터 억울하게 살해당했으며, 이에 대해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라는 연락이었다.

'광주형무소 등 재소자 희생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후인 1950년 7월쯤 광주형무소와 전주형무소 등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 중 상당수가 재판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으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연락을 취한 건 서울 서초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인 A변호사(50).

이에 P씨와 형제들은 2013년 12월 "국가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사건의 희생자들을 살해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국가가 보상하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P씨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7월24일 국가가 P씨와 남은 형제들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2016년 2월16일 P씨에게 보상금 1억원이 지급됐으며 돈은 사건을 위임받은 A변호사가 대신 수령했다.

'광주형무소 등 재소자 희생사건' 피해자의 아들인 P씨가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장석민 기자

◆ 대신 수령한 금액 수십억원 추정…변호사 자살

하지만 A변호사는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보상금이 지급된 사실을 숨기더니 나중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를 수상하게 P씨의 동생이 2016년 8월13일쯤 A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앞선 8월6일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A변호사가 이날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금전적인 문제로 자살했으며 정확한 자살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A변호사는 보상금을 가지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하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A변호사가 대신 수령한 보상금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P씨처럼 A변호사의 연락을 받고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피해자 유가족들은 총 158명이다. 이들에게 국가가 지급한 보상금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P씨는 "믿을 수가 없다. 너무 기가 막히고 황당하다"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변호사가 그 돈을 모두 날리고 자살했다"고 한탄했다.

P씨는 또 "이미 망인이 된 사람을 원망하기는 뭐하지만 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건 아버지를 두번 죽이는 일"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편 한 법률 전문가는 "변호사가 숨진 이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보상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A변호사와 함께 함께 사건을 담당한 사무장 또는 사무실 직원들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