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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과 놀이의 경계, 씨 킴(Ci Kim) ‘논(㯎) – 논다놀아’전

  •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 기자
  • 송고시간 2017-05-2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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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작가의 속살 속에 놓여진 '콤포지션 놀이' 제공
무제, 2017, 혼합재료, 가변크기 설치. 씨 킴 작.(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제주로 이주해 온 도시인들 혹은 이주민들에게 콘크리트는 불편함의 질료이다. 제주에서 콘크리트는 개발의 상징이다. 덕분에 건축 재료가 주는 질감은 친밀감 보다 이질감을 줄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는 그 경계에서 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씨 킴(Ci Kim)의 아홉 번째 개인전 ‘논(?) - 논다놀아’ 전에서 만나는 제주는 그 경계에 서 있다.

지난 23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시작된 씨 킴(Ci Kim)의 아홉 번째 개인전을 통해 필자는 작가의 지난 10여 제주 흔적을 만나고 싶었다.

전시에서 작가는 주로 건축 재료를 활용한 대형 회화와 설치, 조각, 영상, 사진 등을 선보였다. 모두 70여 점의 작품들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시멘트, 흙, 나무, 철, 알루미늄 등 질료로서의 건축 재료가 눈에 띈다. 어쩌면 작가의 삶과 가장 밀접한 물질(material)일까? 여덟 번째 개인전에서 만난 질료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다.


필자는 작가와 밀접한 물질의 질료를 확인하는 일보다 사실 제주 자연과 풍광이 주는 회화적 깊이를 만나고 싶었다. 그런면에서 해양 쓰레기를 활용한 따듯함이 더 낳았을지 모른다.

씨 킴은 그 동안 갤러리와 미술관, 터미널, 외식 공간 등 수십 개의 건축물을 짓거나 재정비해 왔다. 작품으로 승화된 건축 재료들은 예술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작가 씨 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덕분에 제주에서 작가는 아직 ‘물질적 이미지’로 존재하고 있다.

씨 킴은 지난 20여 년 동안 철가루가 녹슬어 파생된 다양한 색과 질감의 스펙트럼, 토마토가 썩어 문드러지는 과정, 바닷가에서 수집한 폐냉장고나 철판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실험적 작업을 전개해왔다.

버려진 마네킹에 마스크와 가발을 씌우고 시멘트를 바른 군상 조각, 바닥에 비닐과 합판, 철판을 겹쳐 깔고 햇볕에 말리고 비에 적시기를 반복한 흔적들, 그리고 벽돌을 올려놓은 자국이 선명한 낡은 합판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또한 제주의 자연을 담은 듯 다채로운 빛깔의 시멘트 페인팅과 겉면 일부를 뜯어내어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캔버스들도 곁들여져 채도를 높인다.

만나고 싶었던 제주의 흔적일까?

작품을 통한 옛 선인들의 깊은 통찰과 깨달음이란 은유는 사치에 불과하다. 필자는 놀이보다는 제주를 대하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을 만나고 싶다. 비 오는 제주 풍경 사진 몇 장이 반갑다.

씨 킴은 “나는 예술로부터 받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해왔다”며 “나의 예술적 이상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복에서 함께 어울리고 놀며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과 놀이에는 위계도, 갈등도, 성공에 대한 압박도 없다. 이번 전시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놀이하듯 작업한 내 작품과 함께 어울려 놀다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밝혔다.

씨 킴은 1951년 서울 출생으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을 포함한 다수의 갤러리에서 이번 전시를 포함 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 외,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서울 전(2014년),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제주 전(2014년), 예술의 전당 전(2009년), 독일 라이프치히 조형예술박물관(MdBK Leipzig) 전(2006년)에 참여하였다. 현재 천안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