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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검정 교복과 지역화폐, 대전의 정체성을 묻다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선치영기자 송고시간 2019-07-09 15:03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아시아뉴스통신=선치영 기자

교복(校服)은 과거의 유산이다. 보통 10대의 상징이자 성장기의 복장이다. 20대로 들어서면 교복은 하나의 허물처럼 벗어버린다. 사라진 교복은 추억의 대상이 된다. 아무리 고급 재질로 만들어졌어도 일생 거의 다시 찾아 입을 일이 없다. ‘뉴트로’라는 새로운 복고풍 스타일이 되살아나도 일상의 복장이 되지는 않는다. 추억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패션이다. 교복은 그래서 나이든 세대에게는 대표적인 회상의 나이테다. 회상은 다시 못 올 과거로의 여행이고,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과거지향 행위다.
 
‘대전방문의해’를 널리 알리려는 릴레이 홍보단 200명이 전국 곳곳을 찾아 대전을 찾아오도록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사랑시민협의회 회원들이 개인적 희생을 마다않고 대전 알리기에 열성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교복을 입고 활동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광역시장도 검정 교복을 입고 홍보단 발대식이나 서울역 등지에서 대전방문의 해를 홍보한다. 대전의 상징이 교복인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대전의 도시정체성은 과학기술도시이다. 과학기술도시라는 대전의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하고 그 역사도 길다. 최근엔 ‘4차산업혁명특별시’라는 별칭도 얻어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세상을 선도할 중차대한 역할도 떠맡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과제를 어느 지역보다도 크게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맞이한 대전방문의 해는 4차산업혁명특별시의 미래상에 초점을 맞추는 게 자연스럽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가올 과학기술혁명시대의 맛을 보게 해주는 것이 대전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특별시라는 정체성에 맞는 미래지향적인 관광객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복고풍을 기대했다면 교복 대신 1993년 대전엑스포 개최 때 인기 높았던 ‘도우미들의 단복’이나 마스코트였던 ‘꿈돌이’ 복장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대전엑스포는 대전을 과학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첨단제품들이 전시돼 미래 과학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 과학박람회였다.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도,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도시정체성에 대한 각인으로도 관광객 유치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익히 알다시피 대전엑스포는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93일 동안 대전 유성구 도룡동일대 27만 3000평에서 열린 국제박람회다. 주제는 ‘새로운 도약의 길’, 부제는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이었고, 공식 마스코트는 ‘꿈돌이’였다.
 
박람회장의 과학공원 구역은 미래의 기술 세계, 인간과 통신의 세계, 탐험의 세계, 환경과 자원의 세계라는 주제로 나누어져, 생명공학관, 우주공학관, 정보 통신관 등 11개의 전시실이 운영됐다. 자기부상열차, 태양열자동차 등의 첨단기술이 소개되었고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을 비롯해 약 200개의 중소기업이 참가했으며, 외국에서는 약 60개국과 유엔 등 33개 국제기구가 참가하면서 관람자 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1400만 명에 이르렀다.
 
대전시는 국내 유일의 엑스포 개최 경험이 있음에도 4차산업혁명특별시에 걸맞는 행정과 관광컨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국내 유일의 과학기술도시 및 4차산업혁명특별시라는 위상에 맞는 과학기술이 실생활에 응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라는 광역지자체가 아닌 대전시 대덕구라는 기초자치단체가 첨단과학 기술을 적용한 생활밀착형 실험에 착수했다. 지난 5일 출시한 지역화폐 ‘대덕e로움’의 발행이 그것이다.
 
대덕e로움은 지역 내 소비촉진과 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덕구가 발행하는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지폐가 아닌 일정 행정단위인 자치단체가 발행해 그 지역에서만 사용, 유통하도록 하는 경제모델의 수단이다. 일정 지역 내에서만 돈이 돌아 지역 내 선순환경제를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를 강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올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50% 이상인 137개 자치단체가 2조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2018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소상공인 1인당 추가소득이 2.13%, 관광객의 지역 내 소비지출이 3.7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전국 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대전시에서는 대덕구가 최초로 발행한 것이다.
 
이런 지역화폐 발행에 필수적인 첨단기술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불법으로 정보를 빼내거나 계좌에 침입해 불법 인출할 수 없는, 즉 해커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로 알려져 있어, 대전시가 특별시답게 이를 적극 발전시켜야 할 책무도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성장과 확산도 무궁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대전은 블록체인 관련 기술 인력을 가장 많이 보유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보유하고 있어 인프라가 어느 지역보다도 탄탄하다.
 
지역화폐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의 실생활 응용은 바로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을 손으로 만져보고 이용하는 체험의 현장이 된다. 개념 정립이 어려운 4차산업혁명을 시민들이 몸소 체험하며 적응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도시나 4차산업혁명특별시라는 도시정체성은 교복착용에서 찾을 수 없다. 교복착용은 대전만의 것으로 특화되거나 상징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도시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한 대전은 미래지향적인 컨셉을 가질 수밖에 없다.
 
퇴영적인 과거 회상에 안주할 수 없다.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가치추구는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의 실생활 체험 등으로 내면화된다. 지역화폐 발행과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반기술의 활용을 기초자치단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광역단위의 대전시가 나서야 한다.
 
이는 스타트업 2000개 육성이라는 공약도 지키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상징은 교복이 아니라 첨단과학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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