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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전시정의 86세대와 대덕특구 활용법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선치영기자 송고시간 2019-09-04 11:17

손규성 전 대전시일자리특보./아시아뉴스통신=선치영 기자

허태정 시장을 정점으로 한 대전시정의 핵심그룹은 충남대 출신의 지방행정고시 관료들과 대전의 주요 시민단체 지도부 출신들이다.
 
요즘 떠오른 세대론 관점으로 보면 5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50대 나이), 즉 86세대들의 결합이다. 산업화 세대나 그 후기 세대(베이비붐 세대)로 꾸려진 이전 시장체제에 비해 크게 젊어져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특히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들이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최근 인공지능(AI)대학원을 경기도 성남시에 개원하고 그 교육내용을 실증화하는 성남연구센터를 이달 중으로 개설하기로 했다. 이 대학원에는 앞으로 5년간 정부예산 90억 원 등 총 132억 원이 투자되고, 18개 교과목으로 구성된 AI 전문 커리큘럼이 운영된다. 대학원생 60명과 전임교수 2명이 이곳에 상주해 성남·판교지역의 AI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산학협력은 물론 AI 교육서비스 제공 및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관련 인재양성과 연구과제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교육기관이자 연구센터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성남시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인공지능 분야 선도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스트의 성남 판교밸리 인공지능센터 건립은 대전의 인공지능 분야 연구기능의 타지 유출이다. 대덕R&D특구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곳이 카이스트와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으로 대별된다면, 대전의 연구역량 절반쯤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역량의 감소 이외에도 인공지능관련 산업 생태계의 구축도 구심점을 잃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의 하나로 앞으로 있을 대전의 산업구조 개편이나 산업의 재구조화 전략에서 한 축이 허물어지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 더 크게 활용할 수 있는 대전의 자산을 남에게 넘겨준 것 같아 안타깝다.
 
대전광역시가 대덕특구의 인재와 연구역량을 모두 독차지할 수는 없다. 특히 대덕특구 연구기관은 국가적으로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므로 지역적으로 대전과의 연고성만을 마냥 주장할 수도 없다. 하지만 성남시가 카이스트의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유치한 것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행·재정적 노력과 정책적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던지고 있다.
 
성남시는 국가과제의 정책목표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행·재정적 지원책을 제시했다. 연구센터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 즉 부지를 마련했다. 무엇보다도 지역산업의 생태계를 분석해 필요하고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에 대한 육성책을 담은 정책의지를 확고하게 제시했다. 판교 IT밸리의 산업적 특성이 인간의 지능과 감성을 컴퓨터상으로 구현하는 인공지능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는 산업적 조망을 해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전은 이런 산업적 조망, 선택적 집중을 위한 역량발휘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부족하기 보다는 훈련과 축적이 안 된 것이 더욱 솔직한 표현일 수 있다. 대전시정의 핵심관료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86세대로 완전하게 세대교체를 했다. 50대의 패기만만한 혈기를 가진 젊은 조직이 됐다. 86세대인 허태정 시장이 들어서면서 행정고시출신의 86세대는 본격적으로 국장급 관료로 보임됐으며, 이들을 보완 또는 협력하는 조직으로 입성한 정무직 공무원들은 시민단체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리더들이다.
 
시민사회의 논리와 시각, 관점을 경직되기 쉬운 행정조직에 이입해 시민주권주의를 확립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런 인재들의 핵심적 전진배치는 시민중심의 자치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역대 다른 시장체제보다도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늘 공무원이었던 관료(늘공)나 어쩌다 공무원이 된 시민활동가 출신 정무직 공무원(어공) 공히 대학에서 이공계열 전공과는 떨어진 사회과학을 전공한 86세대이다. 이들에게는 산업적 진화나 노동시장의 변화 등을 손쉽게 읽어낼 경험의 축적이나 숙련의 과정이 주어지지 않았다. 학생 때는 군부독재와 싸워야 했다. 그 후 1997년 외환위기 때에는 관료사회나 시민사회에 진입해 비교적 안전한 시장에 들어가 있었고, 2008년 금융위기 시대에는 중간 리더로 활동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었다.
 
더욱이 대전은 산업구조상으로 86세대를 대기업 고용시장 안에서 끌어안고 나갈 수 있는 기업현장도 거의 없었다. 이들의 경제적 경험을 쌓게 할 지역적 공간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고시출신 관료는 현황관리를 주로 하는 관료적 특성을 알게 모르게 쌓아왔다. 시민운동가들도 사회적 불평등과 시민의 권리와 인권침해 등을 상대로 투쟁으로 이력을 보태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산업적 마인드와 지역산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축적의 기회나 숙련의 시간이 크게 부족하거나 아예 없었던 것이다.
 
대전시정의 86세대는 이런 선험적 이력의 결핍 등으로 산업적 변화에 따른 대응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다보니 대전만의 좋은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넘겨주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석이 나름 설득력이 있다면, 시각과 관점을 돌려 ‘다음 세대를 양성한다’는 측면에 방점을 두고 산업생태계 구축과 재구조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비록 국책과제 선정에서 실패했지만 중소기업벤처부에서도 재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스타트업 파크’ 조성사업이 시범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 파크에서 활동할 주력 창업자들은 1990년대쯤에 태어난 X세대나 Z세대들이 될 것이다. 이들은 노동의 유연화 등에 따른 실업이나 비정규직 고용의 공포를 늘 안고 있으면서 디지털화로 무장한 진취적 젊은이들이다. 이들을 다음이나 다다음 대전을 이끌 잠재적 리더로 상정하는 정책적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들의 창업을 유도하고 파크를 조성해 기업의 성장과 함께 대전 사회를 이끌 경험 축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산업적 관점에서의 사업추진보다 정책접근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목표는 창업청년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책임감도 불러주는 중층적 의미를 갖게 돼 목표달성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86세대인 문창용 대전시 과학산업국장이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 분야에 단순히 R&D 자금 지원이 아닌 장기적인 생태계 구축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발언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대전시의 86세대 관료들이 경험축적 미흡 등으로 상황관리에만 머문다면 자칫 ‘지대추구형’ 관료에 머물 수도 있다.
 
<불평등의 세대>를 쓴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지대추구 행위를, “생산성이 떨어지는 특정세력 혹은 주체가 국가의 특정부문이나 자리를 점유하거나 점유한 자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활동 없이 기존의 부와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장시키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방법은 ‘스타트업 파크’ 조성을 성공시키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완성’해 여러 세대로부터 찬사를 받은 86세대들은 이념을 기반으로 한 ‘연대의 원리’를 터득한 유일한 세대이다. 다음 세대와의 연대를 위해서도 대덕특구 활용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전 대전광역시 일자리특별보좌관 손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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