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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장 문화는 협동 정신과 이웃 사랑의 발현

[광주전남=아시아뉴스통신] 박진영기자 송고시간 2019-11-27 11:16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송남근 교수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송남근 교수.(사진제공=농협중앙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4인 가족이 스무 포기의 배추김치를 담글 때 드는 비용은 28만6000원으로 작년(26만4000원)과 평년(24만 원)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깐마늘, 고춧가루, 대파 등 양념 채소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하락하였는데 반해 주재료인 무·배추 가격이 잦은 태풍과 가을장마의 영향으로 대폭 상승한 것이다.

다만, 김장 주재료의 작황이 서서히 회복되고 본격적인 가을배추 출하 시기와 맞물려 점차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올해 김장철 소비자 조사에서는 직접 김장을 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63%로 전년 대비 2%p 감소했다고 한다.

대신 시중에서 파는 김치를 구매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p 오른 19%라고 하며, 나머지는 지인에게 구매하거나 얻을 계획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김장 재료 가격이 상승한 탓도 있겠지만, 전국 어디에서든 클릭 몇 번이면 대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편리한 세상에 추위에 떨며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 김장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장 문화는 경제적인 득실보다 소중한 의미가 있다. 농촌 사회에서 연대의식의 한 축을 담당해 왔으나 영농기계화로 인해 사라져버리다시피 한 ‘품앗이’라는 협동 정신의 구현이 고스란히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김장이다.

대개 김장은 적게는 삼삼오오 많게는 여남은 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데 일 년에 한 번 누구나 해야 하는 중요한 작업이기에 품앗이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출가한 자녀의 수가 많거나 다른 이유로 많은 양의 김장을 하는 경우 거의 동네잔치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나마 쭉 찢어 먹어야 더욱 맛있는 막 담근 생김치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반찬이 되기에 밥만 안치고 돼지고기 목살이나 삼겹살 몇 근 떠다 가마솥에 푹 삶아서 두툼하게 썰어놓으면 상을 차리는 일도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김장 문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웃 사랑으로 나타난다.

노령으로 농사를 짓기 어려워져 재료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한 처지에 놓인 농가에는 이웃에서 십시일반으로 배추김치 몇 포기씩 들고 와서 월동준비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경우 재료를 넉넉히 준비하고 조금만 더 수고로움을 더한다면 이웃과 나누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에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데 김장만 한 게 없다.

갈수록 인심이 각박해지고 경기가 어려워져 사람들이 남을 돕기 위해 주머니를 쉽게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쩍 추워지는 날씨 속에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와 같은 행사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반 가정에서 김장은 초겨울 첫눈이 내릴 즈음에 담그고 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주름진 손으로 무거운 배추를 캐 실어 나르고 염장을 하고 양념을 만들고 버무리는 적잖이 힘든 노동을 하는데, 해마다 빈 김치통을 잔뜩 들고 와서 용돈 몇 푼 드리고 나서 차에 가득 싣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곤 한다면 꼭 명심하기 바란다.

어쩌면 벌써 따라서 늙어가고 있을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어찌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할 것인가?

미리 내려와 힘을 쓰는 일은 자녀들이 직접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김장하는 날 조금만 더 서둘러 나서서 고기 삶는 일이라도 거들어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인 김장 담그는 풍경에 함께 하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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