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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2경춘국도, 가평군의 이유 있는 주장

[경기=아시아뉴스통신] 정영택기자 송고시간 2019-12-13 20:27

‘국토부(안) vs 가평군(안)’‥지역실정에 맞는 것은..
정영택 취재부 차장


경기 가평군(군수 김성기)은 지난 9일 보도자료에서 국토부의 제2경춘국도 노선(안)과 관련해 “각종 규제로 지역발전이 둔화된 상황에서 또다시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국토부의) 노선은 군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줘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국토부(안)은 가평군(안)과 무엇이 다르기에 결정권을 가진 상급기관(국토부) 내지 설계·시공권을 가진 시행기관(원주청, 서울청)과 자칫 마찰음을 낼 소지가 있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을까?
 
외형적으로 볼 때 국토부(안)과 가평군(안)은 가평군청·자라섬·남이섬 등 가평군의 중심지역을 가운데 놓고 제2경춘국도 해당구간을 북쪽으로 개설하느냐(가평군안) 남쪽으로 개설하느냐(국토부안)에 가장 큰 차이가 있는데, 혹자에 따라서는 “그게 큰 대수냐?”라며 가평군의 반기(?)를 백안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면을 파고들어가, 각종 규제로 개발이 제한돼 경기도 최하위권의 재정자립도에 허덕이며 남이섬·자라섬 등 관광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가평군의 실정과 맞닥뜨리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진다.
 
국토부(안)에 따를 경우 이들 관광자원이 상당 부분 훼손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만약 그렇게 되면 관광객 감소와 관광업계 종사자의 대량 실업으로 이어져 군으로서는 세수확보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장기간의 지역경제 불황은 인구 감소를 부채질해 종국에는 군의 존립기반마저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는데, 여기에 가평군이 상급기관이고 뭐고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 수밖에 없는’ 처절한 입장이 존재한다.
 
가평군이 국토부(안)에 반대해 가평군(안)을 제시하는 이유는 남이섬 자연·생태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 등 다른 중요한 요소도 있지만, 지면관계상 논외에 부치기로 하고 여기서는 지역경제 침체와 관련된 문제에 국한해 군의 몇 가지 입장만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가평군(안)은 낙후된 지역으로 노선을 돌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가평군이 제시한 (안)에 따르면 마장리, 두밀리 등 가평군 중심권에서 낙후된 지역으로 제2경춘국도 노선이 통과하게 되며, 여기에 2∼3개의 IC를 설치해 차량·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국토부(안)은 종(縱,남-북)으로 이어진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를 횡(橫,동-서)으로 관통하는 제2경춘국도 교량 구간을 놓겠다는 것인데, 이는 자연경관을 크게 훼손해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자라섬 최남단과 남이섬 최북단 거리는 1㎞에 불과하다. 남이섬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관광지로 손꼽히는 명소이며, 자라섬은 지구적 규모의 재즈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 재즈인의 성지이다. 국토부(안)은 이 두 섬 사이에 높이 수십 미터, 길이 수백 미터짜리 콘크리트 덩어리(교량)를 설치해 경관을 가로막겠다는 것으로 이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구상이라는 지적이다.
 
셋째, 가평의 명물 짚-와이어는 쓸모없게 되고 여객선 운행이 제한돼 관광객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국토부(안)에 따라 남이섬과 자라섬 사이에 제2경춘국도 교량이 설치될 경우 현재 가평선착장에서 남이섬과 자라섬 양방향으로 개설된 짚-와이어 라인 중 남이섬 라인은 교량에 걸려 쓸모없게 돼 결국 철거해야 한다. 이 경우, 남이섬 라인(940M)을 철거하면 와이어 장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80미터 높이(아파트 약 25층)의 타워가 무너질 수 있어 자라섬 라인(640M)도 함께 철거해야 한다.
 
이 경우 지난 2010년 아시아 최초로 개설된 가평의 명물 짚-와이어는 아무 잘못도 없이 역사의 무덤에 묻히게 될 것이며, 해마다 남이섬을 찾는 600만 명의 관광객 가운데 짚-와이어로 인해 유인된 약 50∼100만 명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교각의 설치로 인해 가평선착장의 여객선 운행 횟수가 제한돼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는 등 국토부(안)에 따라 자라섬과 남이섬 사이에 제2경춘국도 교량이 설치될 경우 지역경제를 와해시킬 것이란 우려의 합리적 증거는 차고 넘친다.
 
다행히 군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노선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2020년 1월 원주청에서 기본설계 용역업체를 선정하면 가평군도 춘천시, 경기도, 원주청, 서울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국토부에 가평군(안)을 적극 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굵직한 국책사업은 한번 확정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가평군은 남이섬과 자라섬 등을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 의존도가 전국 최상위권인 도시다. 이런 가평군에게 관광객 감소는 지역경체 침체 우려를 뛰어넘어 ‘생존이 걸린 문제’다.
 
가평군은 제2경춘국도 개설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며 대안도 있다. 기사 중간에 언급했듯이 국토부의 제2경춘국도 노선(안) 가운데 문제가 되는 해당구간을 자라섬 훨씬 더 위쪽(마장리, 두밀리)으로 우회하는 '가평군(안)'이 그것이다.
 
당초 원주청(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검토한 제2경춘국도 사업은 총연장 33.7㎞에 사업비 9625억 원이며, 추후 가평군이 우회 노선을 택해 제시한 (안)은 총연장 35.1㎞에 사업비는 9951억 원이다.
 
가평군(안)에 따를 경우 사업량이 1.4㎞ 늘어나고 사업비는 326억 원 증가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 11월 기획재정부에서 승인한 1조845억 원보다 894억 원 절감된 노선이라 승인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하며, 지역경제 및 남이섬 주변 생태·자연환경까지 고려하면 증가액 326억 원은 '투자 대비 효용'이 훨씬 더 큰 선택지다. 따라서 노선 변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끝으로, 지역경제를 떠나 추억과 문화와 생태의 공간 남이섬에서 맑은 북한강물, 푸른 숲, 파란 하늘, 흰 구름 대신 잿빛 콘크리트 교량을 마주하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기관의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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