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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설날은 우리말, 신정·구정은 일제 잔재, ‘우리의 얼을 살리자’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이두현기자 송고시간 2020-01-21 10:55

- 일제는 음력설을 옛것이라 폄하하여 '구정(舊正)'이라 명명
- 떡국을 먹는 이유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시작하자는 의미
이두현 전북취재본부 논설위원 겸 기자/교육학박사

설날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에서 261년 백제에서 설맞이 행사를 했고, 서기 488년 신라 비처왕 시절 설날을 쇠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이 있다. 651년 신라에서 정월 초하룻날 왕이 신하들과 새해 아침에 축하를 하고 잔치를 열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후 고려와 조선까지 이어졌다.
 
‘설’이라는 단어는 ‘설다’, ‘낯설다’, ‘삼간다’, ‘섦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양력설을 신정, 음력설을 구정으로 구분한 것은 일제강점기부터다. 일본이 우리 고유의 설을 없애고 태양력을 도입할 목적으로 1월1일을 '신정(新正)'이라 칭하고, 음력설을 옛것이라 폄하하여 '구정(舊正)'이라 명명했다. 이는 일본에서 와레키(和曆)를 양력으로 바꿀 때 음력설을 구정(旧正)이라고 부르면서 만든 말이다.
 
일본의 설(正月 쇼가쓰)은 양력 1월 1일이다.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음력 1월 1일이었는데 양력 1월 1일이 서양의 설인 것을 그대로 답습한 메이지 유신에 따른 것이다.

설날을 원일(元日)·원단(元旦)·원정(元正)·원신(元新)·원조(元朝)·정조(正朝)·세수(歲首)·세초(歲初)·연두(年頭)·연수(年首)·연시(年始)라고도 한다. 한 해의 첫 날임을 뜻한다. 신일(愼日)·달도(怛忉)라고도 하는데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선조들은 설 바로 전날부터 몸가짐을 조심하면서 새해 아침을 맞았다. 수세(守歲)는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등불을 켠 채 지키면서’(守) ‘새해’(歲)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는 속신(俗信)에 따라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한편 ‘설’을 쇨 때마다 한 살 씩 더 먹는다고 하는데 ‘설’이 사람의 나이를 헤아리는 단위로 정착하여 오늘날 ‘살’로 바뀌게 된 것이다.
 
떡국.(이미지=네이버 캡쳐)

설날 풍습의 하나가 떡국을 먹는 것이다. 떡국은 지난 해 안 좋았던 일들을 모두 잊고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 해를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긴 가래떡처럼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와 1년 동안 재화가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래떡을 엽전모양으로 비슷하게 썰어서 떡국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설에 먹는 떡국에는 '상서로운 새'인 꿩을 잡아서 넣었는데 매사냥이 어려운 일반 가정에서는 꿩 대신 닭고기를 넣은 데서 유래했다.
 
‘설은 질어야 좋다’는 말은 밥에 물기가 많으면 ‘밥이 질다’고 표현하듯이 설에 눈이 많이 오면 농작물을 덮어 이불 구실을 함으로써 동해(凍害)를 예방하고,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좋다는 뜻이다.
 
‘설을 거꾸로 쇘다’는 말은 음력 1월1일이면 절기로 보아 봄이 올 무렵인데 날씨가 풀리지 않아 여전히 추워서 기대했던 봄 날씨보다 실제는 더 춥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우리는 예부터 구정이라 하지 않고 ‘설’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섣달에 거름을 다 치워놓고 설부터 대보름까지 농사일을 쉬었다. ‘정초에 거름 질 놈’이란 말은 평소 준비를 안 해둔 게으른 사람을 꼬집는 속담이다.
 
설날을 맞이하기 전에 일제 잔재 언어를 깔끔하게 치워서 ‘정초에 거름 질 놈’이란 말을 듣지 않도록 하자.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 뒤에 떡국을 먹자.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생각 없이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알면서도 무심코 썼거나 혹은 일본어인 줄 모르고 우리말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정부의 홍보부족과 교육당국의 교육소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양력 1월1일을 새해를 맞이하는 ‘해맞이 날’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우리의 얼이 깃들어 있는 한글에는 따뜻함과 정겨움이 스며있어 참 좋다. 일제 잔재 언어인 구정은 ‘설날’로 정착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구정’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한국 수출 금지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급속하게 번졌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일본어 찌꺼기가 버젓이 남아 있다.
 
갑자기 맞은 8·15 광복은 우리에게 일본제국주의 잔재를 청산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했다. 경제발전 도약의 길을 달려오느라 뒤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얼을 되살려야 한다. 불매운동의 불길을 일제 잔재 언어 지우기까지 확산시키자.
 
설날부터 우리말을 찾아내 보존과 발전에 힘써 나가자.

아시아뉴스통신 전북취재본부 논설위원 겸 기자/교육학박사 이두현 dhlee3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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