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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2-22 11:50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담임목사.(사진제공=중앙루터교회)

먼지 털어가며 앨범을 꺼내 볼때가 있다. 학창시절 사진을 보면 꼭 웃음이 나온다. 그 때만해도 입으라는 단정한 바지는 안 입고, 가능하면 바지 밑단이 이상하게 큰 통바지, 셔츠 앞단추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두 세 개 풀어 헤치고, 신지말라는 검정구두에 광은 어찌 그리 잘 냈는지, 사진 찍는 폼은 또 어찌 그리 삐딱한지 모르겠다. 


단정한 옷에 반듯한 스포츠 머리, 인사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아, 저 쪼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게 멋인 줄 알았다. 하라는 대로 안 하는 게 용기있고 남자다운 건지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지만 그 시절 그렇게 하는 게 너나나나 할 것 없이 뭔가 있는 애들인 양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것 뿐인가? 보기와 다르게(?) 고등학교 때부터 당구를 꽤 잘 쳤다. 지금이야 흥미가 없어서 당구장에 가지도 않지만, 가끔 친구들이 나에게 당구를 왜 그렇게 잘 치냐고 비결을 묻곤 했다. 분명한 비결이 있긴 했다. “남들 공부할 때 공부 안하고, 남들 잘 때 잠 안 자고 열심히 연구하고 연습했다.” 그게 비결이다. 

그러니 당구장에 가서 당구칠 땐 늘 주인공이 되었고, 거기서 바보되는 애들은 밤낮 놀지 않고 공부만하던 애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당구장에서 바보되었다고 집에 와서 엄마아빠 붙잡고, “왜 날 이렇게 키웠나요!” 할 사람이 있을까! 자기가 했던 공부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당구장에서 바보되는 것 쯤 별거 아니다.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중요하다. 

고등학교 앨범 보면서 바가지 머리에 통바지, 삐딱한 자세로 서 있는 사진을 보며 큭큭거리는 건 그 때와 기준이 달라졌다는 소리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짙은 화장에 어른흉내 내는 것을 보면, 답답한 이유도 우리 기준과 아이들의 기준이 다르다는 증거다. 어른들이 백날 그거 잘못되었다고 말해도 아이들은 콧방귀도 안 뀐다.  

내 가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하다. 50대 지금 내 기준으로 하면, 당구장 가서 바보가 되어도, 오락실에서 점수가 안 나와도, 통바지에 광빨나는 구두, 깻잎머리가 아니어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다.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 서두(1:1-9)에 바울이 말하는 게 이런 것 아닐까? 자기 삶의 기준과 근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괜히 엉뚱한 것에 맘을 뺏기거나 서로 분쟁하지 말고 신자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선 바보가 된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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