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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2-25 15:36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담임목사.(사진제공=중앙루터교회)

<잡탕교회>

회개는 기쁨의 원천이며, 회개하는 사람은 기쁘게 세례 받는다. 논리상으로, 교회가 그렇게 세례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당연히 교회는 기쁨이 가득하고 선과 정의 화평 정직이 넘쳐나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회 안엔 가짜 그리스도들이 진을 치고 있고, 세례 받은 후에도 악한 행실을 포기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해 오던 거짓말, 위증, 간음, 중독 같은 일들을 반성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보란듯이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교회의 또 다른 귀퉁이엔 죄인들과 섞이는 것을 끔찍하게 경멸하는 엄격주의자들도 있다. 그들은 그런 자기들의 모습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결국 교회 안에서 파당을 만들어 분란을 일으키다가 이단에 빠지거나 분파주의자가 되어 교회 밖으로 나간 다음, 소리 소문 없이 소멸되곤 한다.

그러고 보면, 아우구스티누스가 교회를 냉정하게 “절름발이 교회”라고 묘사한 것은 지나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의 시대로부터 160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교회는 의인과 악인이 뒤섞여 있는 혼합체(corpus mixtum)이다. 내 식대로 말하면, '잡탕'이다. 

그렇다고 이걸 이상하게 여기거나 실망할 필요 없다. 정상이다. 교회는 종말 앞에서 벌려진 타작마당이기에 알곡과 가라지가 섞여 있고, 참 신앙인이라면 그 안에서 신실한 삶을 살아내야 한다. 

신앙인에게 교회는 분명히 안식과 평화가 보장된 하나님의 나라이다. 그러나 그 평화와 안식은 임시적이며 오직 내면에서만 가능하고, 온전한 것은 종말의 때에 완성된다.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종말론적이다.  

소수의 사람만 좁은 길을 통과할 수 있다. 진지하게 이 길을 가는 사람은 원수를 위해 기도하고 궁핍한 자를 위해 자신의 소유를 나눈다. 이런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님과 1-2세기 교인들 눈엔 정상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대의 눈엔 그저 극단으로 걸어가는 정신 나간 미치광이로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신실한 미치광이 신자들과 이들을 비웃고 욕하는 정상인 신자들이 오늘 한 교회 안에 섞여 있다는 데 있다. 

목회란 무엇일까 매번 고민한다. 목회란, 잘 드는 칼로 양쪽을 멋지게 가르는 기술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그런건 망나니나 하는 짓이다. 악에 대해서 눈감으란 이야기가 아니다. 목회란, 양극단의 신자들을 하나로 포용하여 더 위대한 겸손과 더 신실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데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교회란 의인과 악인의 혼합체라는 분명한 현실인식과 함께,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방식의 교회 인식은 교회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준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예루살렘 성전에 이방인의 뜰, 여인의 뜰, 유대인의 뜰이 왜 필요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단순히 구별을 위한 것일까? 거룩한 선민의, 거룩한 성전에 이방인이 웬 말이고, 여인이 웬 말일까? 

선민 이스라엘조차 현실을 냉정히 인정했다는 반증은 아닐까? 거룩을 이유로 구별하고 차별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모두가 들어올 틈과 발판을 성전이 마련했던 것은 아닐까?

교회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정상이다. 
잡탕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잡탕' 비싸고 맛나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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