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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나귀를 타신 왕'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4-06 21:16

대전주님의교회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아시아뉴스통신 DB


나폴레옹은 지중해에 위치한 코르시카 섬 출신의 군인이었습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의 혼란 중에 국민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영웅 나폴레옹은 1800년 5월 이탈리아 원정군을 이끌고 알프스 산맥을 넘었습니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마치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듯 오른손을 들고, 삼각 모자와 빨간 망토를 걸친 백마 탄 나폴레옹은 누가 보아도 영웅처럼 보입니다.

백마가 딛고 있는 바위에는 나폴레옹이 평소 좋아했던 카르타고의 한니발과 프랑크 왕국의 카롤루스(샤를마뉴) 대제와 함께 나폴레옹의 이름(Bonaparte)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알프스 산맥을 넘은 당대의 전쟁 영웅들이었습니다. 

50년 후, 폴 들라로슈는 다비드와 똑같은 제목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그렸습니다. 들라로슈의 그림 속 나폴레옹은 영웅의 그 모습이 아닙니다. 백마 대신 나귀를 탔고 당당하기는커녕 추위에 떨며 현지인의 안내를 받으며 알프스를 넘는 초라한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다비드의 그림보다는 들라로슈의 그림이 사실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다비드가 나폴레옹을 위풍당당한 백마 탄 영웅의 모습으로 그린 것은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영웅들을 닮기  원했던 나폴레옹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그렇게 그리도록 나폴레옹이 요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주일은 종려주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를 부르는 가운데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이 때에 예수님은 새끼 나귀를 타고 입성하셨습니다(마 21:7). 분명 구원자로서 오실 왕이 새끼 나귀를 타고 오실 것이라는 스가랴 예언(슥 9:9)의 성취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나귀일까요? 

성경에서 말(馬)은 ‘전쟁’과 ‘교만’을 상징하는 동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가나안에 들어갈 출애굽 2세대들에게 장차 왕을 세우려면 “병마를 많이 두지 말라”(신 17:16)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말을 많이 얻으려고 말의 공급처인 “애굽으로 돌아가지도 말라”(신 17:16)고 당부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솔로몬은 이 말씀을 어겼습니다(왕상 10:26-29).

반면에 나귀는 밭을 갈거나 짐을 실어 나르는 동물입니다. 물론 나귀도 때로는 사람을 등에 태우고 가는 교통수단으로 쓰임받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나귀는 등에 짐을 지는 짐승이지 말처럼 전쟁용으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말과는 달리 나귀는 ‘평화’와 ‘겸손’을 상징합니다. 

여기에서 다시 스가랴의 예언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언자 스가랴는 하나님이 “에브라임의 병거와 예루살렘의 말을 끊겠고 전쟁하는 활도 끊으실 것”(슥 9:10a)이라고 예언합니다.

반면에 구원을 베풀 왕으로 오시는 분은 ‘나귀’를 타고 오시는데, 그가 이방 사람에게 ‘화평’(샬롬)을 전할 것(슥 9:10b)이라고 예언합니다. 즉 오실 메시아는 평화(샬롬)의 왕으로 오신다는 예언입니다. 그리고 500년 후 예수님이 스가랴 예언의 성취자로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전하는 ‘평화’는 말발굽으로 짓밟아 만든 ‘평화’(Pax)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비우고 부정하는 십자가를 통해 이루는 ‘평화’(shalom)입니다. 전자는 피 묻힌 칼을 가진 ‘성공한 영웅’이 만든 평화이고, 후자는 십자가에 처형당한 ‘실패한 영웅’(김현정, <마가의 실패한 영웅 예수 이야기>)이 만든 평화입니다. 

열혈분자 가룟 유다는 전자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후자를 통해서 그 분의 뜻을 이루셨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보여 줄 예수는 허세만 가득한 백마 탄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세상을 섬김으로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주기를 원하셨던 나귀 탄 나사렛 사람의 모습입니다. 

당신의 예수는 어떤 모습입니까?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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