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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벧엘교회 손희선 목사 '돌아가 안전띠를 착용하십시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5-25 15:15

열린벧엘교회 담임 손희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돌아가 안전띠를 착용하십시오.

저는 네팔에 있는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아무 영혼 없이 항공 안전수칙을 읽어주는 승무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그 날 비행기에서 본 또 다른 풍경에 대해 나누려 합니다. 이번에는 승객들입니다.

앞에서 승무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친절하게 영어로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탑승객들은 아랑곳 않고 각자의 일에 빠져 있었습니다. 신문을 읽는 사람, 휴대폰 하는 사람, 옆 사람이랑 잡담하는 사람, 벌써 팔짱을 끼고 잠든 사람. 지금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경청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영혼 없는 승무원도 문제였지만 영혼 없이 앉아있는 승객들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흡사 이 모습이 내 교회 공동체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기체가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곳곳에서 “착, 착, 착, 착”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안전띠를 착용하는 소리입니다. 평소에는 안전띠를 풀어 놓습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통로로 걸으며 가볍게 스트레칭도 하고, 다른 좌석에 앉아 있던 동료들과 인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비행기가 불안정한 기류를 만나 흔들리면 곧바로 자리로 돌아가 안전띠를 조이게 됩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을 야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곳곳에서 “착, 착, 착, 착”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감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묵상의 자리 “착”, 교회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 “착”,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감사하는 마음 “착”, 같은 믿음의 식구들과 함께 예배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깨닫는 마음 “착”, 소그룹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함께 중보하는 자리 “착” 

저희 교회는 아직까지 공동으로 모여 예배하지 못하고 주일마다 목장 별로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몇 달 만에 드디어 본인이 속한 목장 차례가 되어 현장에 나오실 때 그렇게 설레고 떨렸다고 고백하십니다. 본당에 들어설 때부터 허파가 뻥 뚫리는 것 같고, 찬양 한 소절에도 감격스러워 눈물이 터진다고 말씀하십니다. 전에도 출입했던 곳이고 너무도 익숙한 찬양인데도 이제는 달라 보인다는 것입니다. 절절한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안전띠를 제대로 “착” 착용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6월 첫 주로 예정되었던 공동예배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회복해야 할 자리는 물론 공동으로 예배하는 자리도 귀하지만 무엇보다 성도님들의 일상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공동으로 모여 예배할 때 나는 “착” 소리도 좋지만 성도님들이 일상으로 돌아가 개인적인 말씀의 자리, 개인적인 기도의 자리에서 내는 “착” 소리야 말로 영혼을 실은 예배자의 모습이 아닐는지요. 현재 한국교회는 코로나 터뷸런스(난기류)를 만나 심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기류는 언제고 지나갈 것입니다. 그 때에 이전보다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함께 뵐 날을 고대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띠를 잘 매고 하나님과 동행하시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바랍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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