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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성경 읽기의 즐거움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승주기자 송고시간 2020-05-28 08:21

대전주님의교회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아시아뉴스통신 DB

성경을 읽다보면 이해할 수 없는 단어나 구절들이 있습니다. 가장 늦게 기록된 요한계시록조차도 지금과 거의 2천년의 시간차가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그 구절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성경을 읽는 사람에게는 꽤 재미있는 독서 놀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도행전 20장 8절이 그런 구절입니다. 바울이 드로아에서 밤중까지 저녁식사와 강론을 하는 장면 중에 있는 구절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가 모인 윗다락에 등불을 많이 켰는데”(8절)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갑자기 “등불을 많이 켰는데”라는 말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밤이 되었으니 등불을 켜야 했겠지만 굳이 “등불을 많이 켰다”는 말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구절 옆에 물음표(?)를 해 두었습니다. 나중에 그 까닭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로마는 어떤 단체든지 밤에 모이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즉 밤에 모임을 갖는 것은 불법이었으며 정치적인 행위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저녁식사 모임이 혹 비밀 모임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방에 불을 환하게 밝혀 놓은 것입니다.
 
비두니아의 총독 소(小) 플리니우스가 트라야누스 황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동향에 대해 첫 번째로 쓴 내용이 “그 사람들은 어떤 날에는 동이 트기도 전에 모임에 참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라고 한 것만 보아도 밤중에 모임을 갖는 것이 로마 당국에는 얼마나 예민한 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조한욱 교수는 책읽기에 대해 네 가지를 조언했습니다. 두껍게 읽기, 다르게 읽기, 작은 것을 통해 읽기, 깨뜨리기입니다. 두껍게 읽기는 어떤 일에 대해 표면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여러 층위를 살펴보며 읽는 것입니다. 다르게 읽기는 다른 사람 또는 사물의 입장에서 같은 일을 해석해 보는 것입니다.
 
작은 것을 통해 읽기는 양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양질의 자료를 통해 그 의미를 풍부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깨뜨리기는 정형화된 틀을 해체하여 읽는 방법입니다. 위 네 가지 읽기 방법은 책이 기록될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기술(記述)의 중요 요인으로 여기는 신문화사의 읽기 방법론입니다. 이 독서 방법론은 성경을 읽는데도 매우 유용합니다.
 
앨버트 벨(Albert A. Bell)은 <신약 시대의 사회와 문화>에서 성경 이미지의 배후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기독교인들에게 막 결혼한 신부가 햄으로 요리하는 것을 지켜본 어느 젊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새 신부는 햄을 팬에 굽기 전에 양끝을 잘라 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물었습니다. “여보, 햄 끝은 왜 잘라 내?”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늘 이런 식으로 요리하던데요!” “왜 그렇게 하셨대?” “잘 모르겠어요.” 몇 달 후 이들 부부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햄 이야기가 다시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아내의 친정 엄마는 자기의 어머니가 늘 햄 양끝을 잘라 내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아내의 외할머니에게로 가서 왜 그런 식으로 햄 요리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내가 막 결혼했을 때 팬이 하나뿐이었지. 시장에서 파는 햄은 너무 커서 팬에 들어가지 않았어. 그래서 끝을 잘라 낸 거란다. 그게 습관이 되어 버린 거야.”
 
아내도, 아내의 어머니도 이유를 모른 채 보인 대로 습관처럼 햄의 끝을 잘라 요리해왔던 것입니다. 두껍게 읽고, 다르게 읽고, 작은 것을 통해 읽고, 깨뜨려 보면서 성경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성경을 읽으면서 지금보다 더 풍성한 재미와 은혜와 감동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시아뉴스통신=이승주 기자] lsj92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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