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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언약장로교회 유승원 목사 '성령의 장단에 맞춰'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6-04 00:08

시카고 언약장로교회 담임 유승원 목사.(사진제공=언약장로교회)


<레위기 23:33-44>

오늘 본문은 초막절에 대한 것입니다. 초막절은 계절로 가을에 가까운데 이 본문을 이 시점에서 끄집어 낸 <오늘의양식> 필자의 생각은,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을 함께 나누면서 마음을 하나님께로 향했던 모임의 기억에 있습니다. 

초막절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초막으로 살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던 때를 기억하는 감사의 가을 축제입니다. 매일 매일 주님의 인도 아래 살았던 지난 날을 아픔 중심으로 기억하기 보다는 그 어려움을 이기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이와 같이 어려운 때, 우리의 마음을 정말 복잡하게 만드는 삶과 사건에서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믿음의 길을 다시 다짐해 봅니다.

제가 노래를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음치(音癡)는 아닙니다. 그런데 춤을 출 줄 모르는 ‘몸치’입니다. 저의 성장사 속에서 시대를 타고 유행하던 트위스트, 고고, 디스코 등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고 그냥 흔들어 대는 막춤이나 한국적 정서가 흐르는 어깨춤조차 제 몸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언젠가 멕시코 유카탄 선교지에서 ‘퀸세아네라’(라틴 아메리카의 소녀들이 15세 생일에 갖는 성인식 잔치) 집례를 한 뒤 주인공 소녀와 첫 댄스를 하도록 요청을 받았을 때 얼마나 땀을 흘리며 생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몸치’의 음악적 원인은 박자에 따라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박치’에 있습니다. 즉 장단(長短)을 맞출 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몸치’나 ‘박치’가 아니더라도 박자가 다른 여러 곡이 한꺼번에 나오게 되면 춤을 출 수 없게 됩니다. 우리말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서로 상충되는 요구와 주장들이 너무 많을 때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한탄입니다. 

우리의 어려움은, 자기에게 맞춰 달라고 아우성치는 장단이 요즘 세상에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온갖 종류의 주장들이 많습니다. 사람마다 기호(嗜好)와 취향이 어쩌면 그렇게 다른 지 모르겠는데 대개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느낌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고집조차 내려놓지 않습니다.

내 자신 안에서 나오는 소리 또한 복잡다단합니다. 순수한 사랑에서 시작하여 숨겨진 욕망의 야심, 깊은 상처에서 솟구쳐 나오는 분노와 좌절, 타인의 간섭이 누적되어 고착된 압박감 등등이 다양한 장단이 되어 나를 이리저리 잡아당깁니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하루는 주님 앞에 엎드려 내면의 고민을 토로하면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는데 제 마음에 또렷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내 장단에 맞춰라.” 하나님의 장단에 집중하여 귀 기울이고 그분의 연주에만 맞추라는 음성이었습니다. 마음에 평안이 밀려왔습니다.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온갖 장단에 다 맞춰 춤을 추려 했구나.

예수님께서는 초막절 마지막 날 외쳐 말씀하셨습니다. “37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예수께서 서서 외쳐 이르시되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38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 39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요 7:37-39a). 그 성령께서 인도하십니다. “우리가 성령으로 삶을 얻었으니, 우리는 성령이 인도해주심을 따라 살아갑시다”(갈 5:25). “여러분은 성령께서 인도하여 주시는 대로 살아가십시오. 그러면 육체의 욕망을 채우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갈 5:16). 

오직 성령의 장단에만 맞춰 춤을 추기 원합니다. 특히 지금같이 사방의 각기 다른 장단이 불협화음을 이룰 때.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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