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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코로나 확진자가 보내온 ‘눈물의 편지’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선치영기자 송고시간 2020-06-24 13:34

질타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점
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아시아뉴스통신 DB

[아시아뉴스통신=선치영 기자] 대전지역이 코로나19 확진자의 계속적인 증가로 인해 대전시와 방역당국은 물론 대전시민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24일 어느 코로나19 양성 확진자가 보내온 ‘눈물의 편지’가 심금을 울리고 있다.
 
‘눈물의 편지’를 보낸 확진자는 편지를 통해 본인이 아무런 이유나 부주의 없이 확진 판정을 받게 된 과정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본인을 비롯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어 보는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이날 확진자발생 브리핑 도중 확진자가 보낸 ‘눈물의 편지’를 소개하며 “최근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인신공격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확진자도 시민이고 확진자도 이를 통해 충분히 고통을 받고 있으며 고의로 걸린 것이 아니기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확진자의 고통을 함께했다.
 
확진자가 보내온 ‘눈물의 편지’에는 “모든 것을 여기서 마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옥체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코로나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이 된 것인데”라며 “치료가 된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 들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저로 인해 고통받는 동네분들께 무릎꿇고 사죄드리며 특히 요양원 관계자분들과 어르신들께 고개 숙여 무릎꿇고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고 눈물로 밝혔다.
 
-대전 코로나19 확진자의 ‘눈물의 편지’ 전문-
 
15일 저녁 삼실에갔다. 조00 씨가 열이나고 아프다한다. 전화를 걸어서 빨리 보건소에 가라고 했다. 난 집으로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잠시 서성이다 온김에 얼른 찍고 가야지 하며 컵에 담긴 건빵 몇개를 먹었다.
 
그리고 3일 후 생각지도 못한 윤00 씨가 코로나 확진자란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난 아니겠지 했는데 나두 확진자란다.
 
내가 모시고 있는 요양원어르신들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함께 사는 어린 손자·손주들은... 밥도 같이 먹고 얼굴도 비비고 매일 뽀뽀도 했는데...
 
말이 필요없다. 방법도 없다. 앞이 깜깜하고 손발이 떨리며 한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어르신 119명검사... 우리가족 9명검사...
 
모두 음성인데 아뿔사 어르신 한 분이 양성이라고~ ‘난 죄인이구나'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인터넷에는 우리가족 신상이 공개되었고 내가 신천지라는 등 다단계라는 등 각종유언비어가 나돌았다.
 
텔레비젼뉴스에 우리동네 우리집이 나왔다고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2층 사시는 아줌마한테 울며 전화가 왔다.
 
"사람들이 이건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며 6월 30일까지 일하기로 한것이 모두 취소가 되고 식당에 갔더니 밥도 안판다고 누구 망하는거 보려냐하며 나가라고 한다고... 밥 먹을 곳도 없다고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울며 하소연한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었다.
 
여기는 충대병원.. 머릿속이 어지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이 아픔보다 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더 아프고 우울하다.
 
모든걸 여기서 마감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옥체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코로나를 내가 만들어서 전파한 것도 아니고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전염이 된건데... 그렇다면 나두 피해자 아니던가?
 
잘모르는 시민들 댓글이야 그렇다치고 텔레비젼 뉴스에 동네를 찍어서 방영하고 우리아들이 00중학교 3학년이고 손주손자는 00어린이집을 다니고 딸의 직업은 00라고... 이렇게 뉴스에 내보내면 코로나확진을 막는데 도움이 된단말인가?
 
한가정을 아니 한동네를 죽이자는 것인가?
 
동네에 모든 상점이 텅텅비었고 길가에 사람도 없다고 한다. 난 코로나에 감염된 죄인입니다. 치료같은거 바라지 않습니다.
 
치료가 되었다 한들 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 들고 어떻게 살 수 있단 말인가?
 
난 코로나에 감염된 피해자인데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죄인이 되었다.
나는 죄인입니다.
 
저로 인해 고통받는 동네분들께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 특히 요양원 관계자분들과 어르신들께 고개 숙여 무릎 꿇고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2020년 6월21일 충대병실에서

sunab-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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