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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능 정확한 변별력 가지려면 '전문가 의견 수렴, 문장 교정 필수'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최지혜기자 송고시간 2020-07-03 07:57

생활과 윤리 6월 모의고사 9번 문항 정답 논란 제기돼
문제 속 교수의 생각과 배치되는 상황
평가원,'이상 없음' 입장
'번역된 문장의 국어적 표현에 오류 있다'는 지적들도 해소돼야
평가원 문제.

[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코로나19로 고3학생들의 학사 일정, 수능 일정이 늦어지고 갑자기 맞이하게 된 온라인 수업 등으로 피로도가 쌓이는 가운데 대학 수능의 미니시험 격으로 치뤄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생활과 윤리' 과목 9번 문항이 현직 교사들 조차도 의문을 품게 해 이의신청이 들어갔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답에 이상이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생활과 윤리 관련 평가원 답변.(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험문제와 답에 대한 논란 뿐만 아니라 문제 자체의 한글 문장이 어색한 번역체라 읽기 매끄럽지 않다. 지정된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했던 학생들에게 부담됐을 걸로 예상된다.

9번 문제는 사상가 갑, 을의 가상 대화 내용을 읽고 갑, 을의 입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는 문제다.

일단 갑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원조의 목표는 고통받는 사회가 만민의 사회의 완전한 성원이 되고, 그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돕는 데 있습니다. 원조의 의무는 고통받는 사회가 적정 수준의 기본 제도들을 갖출 때까지 유효합니다".
 
성원 뜻.(사진=네이버)

이 문장을 읽고 성원이라는 단어가 '소리를 질러 응원함', '구성원'의 의미 중 무엇인지 우선 고민했다.

그리고 한글 문장임에도 문장을 해석해봤다.

"국가간 원조를 하는 것은 전 인류애적 개념으로 고통받는 사회의 구성원도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입니다. 인류애적 국가간 원조의 의무는 고통받는 사회가 적정 수준의 기본 제도들을 갖출 때까지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기본 제도를 갖춘 국가에서 고통받는 구성원을 원조해주는 것은 그 사회의 몫이라고 본다'라고 해석된다.

이 문제의 정답은 "1번: 원조 대상국의 정치 문화의 개선이 강제되어서는 안된다"이다.

입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는 것이므로 갑의 주장 내용은 원조 대상 국가의 기본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므로 '정치 문화의 개선 강제' 내용 주장이 아니다. 정답에 이상은 없다.

2번 선택지는 '원조는 원조 대상국의 빈곤 해소 시점까지만 행해져야 한다'이고 사회지문에서 '~만, ~반드시' 이런 표현은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고 '제도를 갖출 때까지'로 언급했기에 오답이다.

이제 을의 주장이다.

"원조의 목표는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고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있습니다. 극단적 빈곤을 겪는 사람들은 적정 체제가 갖추어지기도 전에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입니다. 빈민을 돕는 것은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의 의무입니다."

적정 수준의 기본 제도들을 갖출 때까지 국가간 원조 의무가 있다는 갑의 주장에 비해 을의 주장은 '적정 체제를 갖추기도 전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극단적 빈민들을 돕는 것이 세계 시민으로서 우리의 의무다'라고 해석된다.

3번 선택지는 원조의 대상이 지리적 근접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언급한 내용이 아니므로 오답이다.

4번 선택지는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인데 이 선택지가 논란이 있다. 일부에서는 4번도 정답이라고 보고 있다.
 
정답 논란.(사진=orbi사이트 캡쳐)

ORBI사이트에서 '나의빛은역사'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가 문제 속 을인 싱어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In your prospective, do you exclude all of citizens living in rich(affluet) nations from the object of foreign aid?"라고 물었고 싱어 교수는 "Yes, I do."라고 짧게 대답했다.

즉 갑과 을(싱어) 모두 '부유한 국가의 모든 시민들은 원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을은 체제도 못갖춘 나라에서 극단적 빈곤을 겪는 사람들을 원조해야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가원에서 4번을 오답으로 본 이유는  4번의 주장이 갑의 주장이지 을의 주장이 아닌 것으로 본 것 같다. 이에 대한 평가원의 답을 듣기 위해 어제 수차례 전화했지만 전화 통화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5번 선택지는 '원조 목표는 국가 간 부의 재분배를 통한 경제적 평등의 실현이다'인데 이런 내용은 언급되지 않아 오답이다.

오랜만에 수능 모의고사문제를 접하며 단순한 지식 확인을 위한 객관식 문제가 문장 자체가 매끄럽지 않아 문제 내용자체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다.

게다가 4번 선택지는 사상가 본인의 견해와도 배치되는 상황이다.
 
정답 논란.(사진=orbi사이트 캡쳐)

이번 생윤문제에 논란을 제기한 게시자는 "매번 생윤 수능이 끝나면 학생들 중에 '뭔가 이상하다', '국어적인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교육과정 이탈 아닌가', '너무 지엽적이고 교과서나 연계교재에 본 적이 없는 표현이다', '오류 같다'고 하소연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공부를 못해서 입시를 망친 거면 그런 하소연을 무시해도 되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평가원이 문제를 엉뚱하게 내서(교육과정 이탈, 국어 표현상의 실수, 학술적인 오류 등) 학생들이 입시를 망치게 된다면 이건 그야말로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 대한 평가원의 업무 방해 아닌가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수능 끝나고 억울하게 피눈물을 흘리면 안 되죠."라고 밝혔다.

오류 있는 문제로 정답 시비가 붙는다면 수능시험의 변별력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대학 수능시험 문제 1개 정답 유무에 따라 합격자가 바뀌고, 수험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코로나19로 역대 최악의 고생을 하고 있는 이번 고3이 치룰 수능시험에서는 이런 정답 논란이 없기를 바란다. 평가원이 출제에 좀 더 많은 전문가의 의견과 교정을 거쳐 교육과정에 맞는 적정한 난이도로 출제해야 한다. 정답 오류도 없어야 한다. 문장 자체도 한국어적 해석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초중고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대학수능시험인 만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choejihy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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