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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해군 고현면과 고현초·도마초등학교는 운명공동체

[경남=아시아뉴스통신] 제정준기자 송고시간 2020-08-03 13:02

작은 학교 살리기, 그 지역 살리기와 같아
학생 인구, 학부모·청년인구도 동시에 유입돼
정금도(왼쪽) 도마초등학교 교장과 백종필(오른쪽) 고현초등학교 교장./아시아뉴스통신=제정준기자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작은 학교 살리기가 경남 남해군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 읍·면, 나아가 하나의 시·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가운데 고현면 소재 두 학교에 올해 3월 1일자로 나란히 부임한 고현초등학교 백종필 교장과 도마초등학교 정금도 교장. 각 학교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폐교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 직감한 두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두 학교의 공동교육과정 운영하고 있다.

이어 고현면 이장단과 기관·단체장을 만나 학교와 지역이 공존하기 위한 여러 사업들을 홍보하고 공유하고 있다.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하는 백종필·정금도 교장. 이들이 말하는 작은 학교 살리기와 지역 살리기에 대한 내용을 지난달 27일 고현초등학교 교장실에서 들어봤다.
 
► 인구소멸, 위기의 고현면,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한다. 과거에도 작은 학교 살리기를 두 학교에서 해왔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백종필 교장
예전에는 각 학교별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자기 학교만의 생존 전략 중심으로 군내 큰 학교의 학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저출산으로 거의 모든 학교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예전의 방법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심화되고 학령인구와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빈집과 폐가가 증가해 주거환경까지 거의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농어촌의 마을과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시범사업과 공모사업 정책을 조금씩 전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외지에서 자녀동반 전입하는 가족에게 주거공간으로 제공함으로써 학생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많이 변화되고 있다.

즉, 학교 살리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인구유입 정책과 연계해 추진하고, 학교의 특색교육과정과 주거공간과 일자리라고 하는 복지를 함께 제공해 농어촌의 인구도 늘리고 학생도 유치하며 경제도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정금도 도마초등학교 교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와 학교 살리기 홍보 캠페인'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아시아뉴스통신=제정준기자

► 올해가 중요한 이유는
 
정금도 교장
두 학교를 통폐합하면 두 학교 모두 폐교가 되는 이상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학교는 한번 폐교가 되면 다시는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선택은 두 학교 모두 살리거나 모두 폐교시키는 길뿐이다. 더구나 두 학교 모두 복식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한 학급에 학생 수가 적어서 제대로 된 교육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복식학급이다 보니 학생의 교육적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어떤 부모든지 떠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더욱 위협받는 점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최신식 건물의 학교가 내년에 들어서면 이를 선호해 옮겨갈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올해만큼은 복식학급 문제를 당장 해결하고 내년에는 학급당 학생 수를 8명 선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전개해 학교도 아이도 마을도 살려야 한다.
 
 
백종필 고현초등학교 교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와 학교 살리기 홍보 캠페인'을 이끄는 모습./아시아뉴스통신=제정준기자

► 고현면 학교 살리기가 아닌 고현면 나아가 남해군 살리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백종필 교장
학교의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어찌 보면 도시중심 국가 정책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전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농어촌에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농어민 월급이나 수당 지급 정책도 과감하게 도입해볼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현재 남해는 초고령화로 인해 30년 이내 사라질 지자체 5위에 이른다. 지금 이를 직시하고 젊은 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귀농이나 귀촌 중심의 인구유입 정책으로 나간다면 초고령화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이제 행정만이 아니라 행정과 교육을 같이 병행해 인구를 유치하면 젊은 인구뿐 아니라 자녀까지 인구를 유치할 수 있어 두 배의 속도로 인구를 늘릴 수 있다.

더구나 부모를 따라온 아이가 남해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해 외지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자란 남해를 절대 잊지 못하고, 자녀를 데리고 어떤 형태로든지 또 찾아 남해 경제에 보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10년이 지나면 앞으로 남해군의 모든 마을은 사람 사는 집보다 빈집이나 폐가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지금 당장 마을과 학교 살리기로 힘을 모아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남해로 만들어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돼도 머물 곳, 주거지가 없으면 학부모들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는 얼마만큼 진행됐고, 또 일자리가 있어야 생활할 수 있을 텐데 일자리 준비도 가능한가
 
백종필·정금도 교장
이장님들의 도움으로 면내 빈집을 24채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남해군청 청년혁신과에서 신청한 경남도 인구유입공모사업이 선정됐다는 발표가 지난 15일 있었다. 이 사업으로 올해 고현면내 빈집들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월세라든가 임대료 부담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또, 새남해농협의 협조를 받아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을 활용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준비할 것이다. 번듯한 일자리 알선은 어렵지만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자리는 어느 정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 약 2200만 가구 중 우리는 올해 10가구 정도를 모집한다. 일자리가 없어도 자녀의 좋은 교육을 위하고 꿈꾸는 전원생활을 경험해보고자 찾아오려고 하는 가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새남해농협의 협조를 받아 빈터를 활용해서 농사를 짓는 방안 등에 대한 내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 시작이 지난 21일 새남해농협이 관할 지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각 100만원씩 총 1100만원의 신입생 장학금을 기탁한 바 있다.
 

► 끝으로 한 마디

백종필 교장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다면 세상에 못해낼 일은 없다. 생각의 크기가 삶의 크기를 좌우한다. 이번에 면민들이 마음을 모아서 단합하는 계기도 만들어보고, 마을의 고민도 학교의 고민도 들어보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 대한 마음도 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금도 교장
고현면 살리기를 처음 할 때는 그걸 왜 하냐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취지를 설명하고 홍보하니 이장님들이 먼저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고, 그런 분들의 의지가 모여서 앞으로 학교가 고현면을 살리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jjj56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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