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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초장교회 임종구 목사 '아버지가 그리도 편애했던 지상의 계절 가을'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9-14 22:43

푸른초장교회 임종구 담임목사.(사진제공=푸른초장교회)

<아버지가 그리도 편애했던 지상의 계절 가을>

1.
가을이면 누구나가 김현승의 시구절이 입가에 맴돈다.그의 딸 피아니스트 김순배가 쓴 아버지에 대한 회고를 보면 "나의 아버지 김현승 시인과 바흐는 닮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바게트처럼 딱딱하고 건조하지만 뚫고 들어가면 한없이 부드럽고 담백한 속살의 감격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우선 그렇다. 또한 결곡한 예술혼을 지녔고 그것은 동시에 생업의 방편이기도 했으나 결코 빵을 위해 구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나무들은 푸른 열기들을 죽이고
잎들마다 그 고유의 빛깔로 채색되며
최후의 시간을 준비하기 위하여
조금씩 겸손해지고
조금씩 너그러워지고 있습니다.

떠나야 할 것은 떠나게 하고
익을 것을 익게하는 가을
오후의 잔잔한 하늘 밑에서
내게 하나의 의미와 영원까지 함께 할
당신을 생각하며 나는 서성이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2.
김현승은 대표적인 기독교신앙을 가진 민족시인이다. 사상이 없는 시는 무정란이라는 시론을 가졌던 그는 첫 작품인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을 비롯해 300편에 가까운 주옥같은 시들을 남겼다.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김현승은 아버지를 따라 제주, 광주, 평양에 거주하게 되는데 숭실전문에서 양주삼과 이효석에게서 시를 배운다. 김현승은 1960대이후에 극심한 신앙적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필자가 태어나던 해 시인은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을 잃지만 그런 인생의 굴곡을 통해 다시 뜨거운 신앙을 회복한다. 시인의 딸, 김순배가 조선일보칼럼에서 가을을 '아버지가 그리도 편애했던 지상의 계절'이라고 표현했다. 

3.
가을! 어찌 시인들에게서만 사랑받을 계절이든가! 가을에는 누구나가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푸초의 가족들이여! 잎새도,노을도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에 우리의 신앙과 인생도 아름답게 채색되었으면 한다. 늦은 가을 밤 풀벌레소리가 울 때, 가로에 나목들이 잎새를 떠나 보내고 바람에 울 때,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살펴보자. 얼마나 열매를 맺었던가? 얼마나 곱게 채색되었던가? 얼마나 아름다운 언어를 가졌던가? 얼마나 고귀한 영혼을 품었던가?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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