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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ANDUS 김형철 대표, '도나우의 장미'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09-19 01:17

JESANDUS 김형철 대표.(사진제공=JESANDUS)


도나우의 장미

1990년대 초 동유럽에 공산정권들이 무너지고 우리에게 동구권이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방문하였습니다. 

1월 중순 매섭도록 춥던 그날 저는 부다페스트 왕궁 절벽 위에서 시립도록 차갑게 얼어 붙은 도나우 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은 청명하고 얼어 붙은 도나우 강물은 짙은 푸른 빛을 띄고 있었으며 무심히 불어 오는 바람도 눈치 챘다는 듯이 얼어붙은 도나우 강은 쩌렁쩌렁 얼음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부다페스트 허공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공기는 차갑고 머리는 명징하다 못해 백치처럼 모든 생각이 멈추거나 사라진 듯 진공처럼 비워졌고 가슴은 말로 표현 못할 벅차오름에 숨이 가빠져 맥박은 빨라졌으며 동공은 확장되어 하나의 장면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든 풍경을 담아 내느라 바빳지만 매서운 겨울 바람이 눈을 찔러 눈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도나우의 진주” 혹은 “도나우의 장미”라고 불리는 곳을 처음 대하였습니다.

그 매서운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벅차 오르는 감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곧 얼어 뺨을 갈라지게 하며 고통스러웠지만 저는 눈물을 훔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눈 앞에 펼쳐진 장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의 부다페스트 첫 인상은 이처럼 거대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온 나라가 코로나19라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던 녀석이 중국 우한이라는 곳에서 슬그머니 들어 와서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의 삶에 터를 잡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고 우리의 계획과 일정을 송두리째 앗아가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참 안타깝고 욕이라도 시원하게 한 바가지 쏟아 붓고 싶지만 어느 누구에게 욕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허공에 대고 허허 하고 헛 웃음을 날릴 뿐입니다.

추석이 다가오는데 TV에서는 연일 고향에 가지말라고 난리입니다. 근데 제주도와 설악산 등 관광지는 예약이 넘쳐 흐른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또 다른 헛 웃음만 나오는 상황입니다.

제가 그날 부다페스트를 방문하게 된 것은 순전하게 사고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하려는 곳은 헝가리 제2의 도시 데브레첸에 업무 차 방문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부다페스트에서 환승하려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아무 탑승 안내가 안 나오길래 안내 데스크에 가서 수차례 문의를 하고서야 무덤덤한 표정으로 당연한 일이 발생하였다는 듯이 간단한 한마디로 “취소됐대!” 하는 안내원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방 날리고 싶었던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서둘러 호텔을 잡고는 혼자 떠난 출장 중에 갑자기 강제로 비워진 시간을 때울 겸 우울하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려 택시를 타고 방문 한 도나우 강은 처음으로 방문한 낯선 이방인에게 전혀 기대하지 못하였던 감동을 선사하였던 것입니다. 

여행이란 늘 그렇듯이 불편함과 출장일정을 송두리째 엉망으로 만드는 곤란함 속에서도 예기치 않은 행운을 안겨주곤 한답니다.

숨이 멈추어지도록 아름답던 부다페스트의 첫 경험은 그렇게 우연하게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유명해서 국민 시가 되어버린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1”에서 아무 보잘것없이 이름 모르게 피어난 풀꽃을 그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아무 보잘것없는 우리의 인생도 풀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이 혼돈 속에서도 자세히 보면 우리에게 아름다운 곳이 있습니다. 이 절망 속에서도 오래 보다 보면 우리에게도 사랑스러운 구석이 나타납니다.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다 그렇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희망하지도 않게 우리의 인생 여정에 불쑥 나타난 불청객 코로나라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예기치 않은 혼돈은 어쩌면 예기치 않은 축복일 수 있습니다. 저의 부다페스트가 그렇구 여러분의 인생 여정에 그런 예상치 않았던 행운이 예기치 않았던 시기에 찾아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코로나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와 우리를 혼돈 속에 빠지게 하였지만 그 절망 속에서 예상치 않은 축복을 건져 올리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시인 나태주는 한 여성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참 묘해요. 너무 쉬운데 답을 어렵게 찾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 예상치 못한 축복을 건져 올리는 답은 의외로 아주 쉬운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렘29:11-13)

참으로 힘들고, 절망스럽고, 속상하고, 욕 나오려 하고, 힘 빠지고, 앞 길이 보이지 않는 이 코로나라는 재앙 가운데에서도 우리에게 평안을 주시겠다고 선포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이 가장 복되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축복을 누리는 아주 쉬운 길임을 인정하고 그 축복을 누리는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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