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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연회 강동지방 아멘교회 신동수 목사,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10-15 00:30

서울남연회 강동지방 아멘교회 신동수 목사.(사진제공=아멘교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첫 목회지에 부임한 이듬해 가을걷이가 끝날 즈음입니다. 따르릉, 따르릉, 새벽 한시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수화기를 드니 다급한 학생회장 목소리입니다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전도사님 빨리 오세요."

 갑작스런 비보에 뛰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생각합니다. 나이 오십도 안 되고 지병도 없었는데 왜 갑자기, 그리고 급히 오란 이유는 무엇인지, 오래 전에 폐병을 앓다가 권사님의 지극정성에 힘입어 병이 낫고 보답으로 교회에 몇 번 나왔다는데 장례설교에는 뭔 이야기를 해야 할지...

 서둘러 장례예문을 챙기고 아내와 교회 사택을 나섭니다. 어둠에 잠긴 논두렁길을 조심하며 40여분을 걸어 동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동네도 집도 조용합니다. 집 마당에는 등이 환하고 이웃인 권사님과 교우들과 가족이 맞습니다. 방에 들어서니 시신을 가리는 윗목의 병풍도 없고 시신도 의외로 따뜻한 아랫목에 모셨습니다.

 어찌할까 주춤거리다가 김남재 권사님의 눈짓을 따라 내가 시신 옆에 앉으니 모두 따라 앉아 나를 바라봅니다. 속으로 "돌아가셨으면 장례 준비를 하고 장례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이건 뭐지?" 생각하며 교우들을 살핍니다. 이렇다할 말은 없지만 장례예배 드릴 분위기는 아닙니다.

 무거운 침묵에 숨이 막힙니다. 내 생각을 내려놓고 우물쭈물하다가 불안을 누르며 찬송가 중에 처음 펼쳐지는 곡을 부르기로 합니다. 펴니 지금의 찬송가 273장입니다. "나 주를 멀리 떠났다 이제 옵니다... 나 뉘우치는 눈물로 이제 옵니다..." 

 그런데 내 눈에만 잠깐 비친듯한데 찬송을 부르는 중에 시신의 감긴 눈에서 눈물이 한두 방울 귀편으로 흘러내립니다. 계속해서 "나 이제 왔으니 내 집을 찾아 주여 나를 받으사 맞아 주소서." 마지막 절까지 부르고 "아멘" 하는데 시신이 갑자기 재채기를 하더니 숨을 쉽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저와 교우들에게 인사를 하고 함께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 그렇게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주님이 한 영혼을 구원하셨습니다. 오랜 권사님의 사랑과 기도의 열매로 그리고 함께한 교우들의 기대와 믿음으로... 저도 그렇게 낯선 잔치에 초대를 받고 그 영광을 함께 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저도 나름 이성적인데 그날 어째서 그렇게 했는지 모릅니다. 때로 주님께서는 우리가 예상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뜻을 이루십니다. 주님의 뜻을 확실히 몰라서 우물쭈물 한 것 밖에 없었는데 주님은 그 여백에 손을 내미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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