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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벧엘교회 손희선 목사 '믿는 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10-23 03:37

열린벧엘교회 담임 손희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코로나 이후 카페에 와서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심지어 말씀도 준비합니다.

학창시절에 저는 대개 집에서 공부했습니다. 독서실도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주변의 미세한 소음에도 집중이 흐트러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저를 바꿨습니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카페에 가서 한쪽 코너에 앉아 경건하게 노트북을 꺼내 이 서신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도 제 옆에서는 적잖은 분들이 담소를 나누고 계십니다. 매장 안에서는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옆의 사람들에게 들리든 말든 큰소리로 얘기를 나누십니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그렇게 신경 쓰이고 내가 자리를 옮기든 아니면 아예 카페를 박차고 나가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변의 소리와 상관없이 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 듯합니다.

싱가폴을 간 적이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보여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싱가폴에서 100번째로 생긴 스타벅스였습니다. 불과 우리나라 서울 땅덩어리 정도 되는 나라에 무려 백 개가 넘는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곳은 그 안에 있었습니다. 매장 안 사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열심히 뭔가를 적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전공책 같은 것을 잔뜩 늘여놓고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그것을 노트북에 옮겨 적고 있었습니다. 한쪽 테이블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서로 다른 손님들이 그렇게 각자의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름만 스타벅스였지 누가 봐도 거기는 라이브러리, 아니면 공유 오피스에 가까웠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케익을 따로 주문해서 바깥 풍경을 보며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떠는 테이블은 저희 식구들이 유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카페에 대한 익숙했던 개념에 전환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공간을 넘어 얼마든지 개인의 용무를 볼 수 있는 장소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가끔 주변 목사님들 중에 카페에 가서 설교를 준비를 한다고 하면 이해가 안 갔습니다. 사실 설교 준비는 지금도 카페 보다는 목양실 혹은 서재에서 하는 것이 저에겐 더 편안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소 요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얼마든지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이것이 우리 믿는 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이 요란한 세상을 등지고 고고하게 혼자만의 공간을 향유하는 삶으로 부르시기 보다는 이리가 득실거리는 세상 한 복판에서도 위의 것을 바라보고 부여잡도록 초대하셨습니다.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요 17:15)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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