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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 원목실 교역자 이만기 목사 '주님과 침몰하는 삶. (다시 떠오르기)'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0-10-25 00:28

안양중부교회 교육부 담당 이만기목사.(사진제공=안양중부교회)

주님과 침몰하는 삶. (다시 떠오르기)

   코로나로 주춤하긴 해도 최근들어 생각지 못한 만남들이 늘어났습니다. 뜻밖의 만남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마음>과 관련된 만남입니다. 

   그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지만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공동체에 지치고 교회를 잠시 떠나 있거나 신앙생활에 회의를 느껴 소위 말하는 '시험'에 들어 가나안 교인이 되었다는 분들입니다. 

   직분에 상관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사역자, 선교사, 집사, 권사님, 청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신앙에 굴곡이 없을리 만무하지만 <신앙의 굴곡 곡선>의 테두리를 벗어나 실족하거나 큰 좌절과 낙심으로 현실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더 적극적으로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죄책감에 빠져 몸부림치는 경우가 다 반사입니다. 침몰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입니다.

   이 분들이 이렇게 호소하고 아파하는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모두 존재합니다. 인간은 죄인이라 내부적인(자기) 요인이 왜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단순한게 '죄인'이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치부하기에는 외부적인 이유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이유들이 결론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실망과 아쉬움, 낙심, 좌절-기대하지 않음> 등 이었습니다. 죄인들이 모이는 공동체이기에 어찌 좌절과 실패 아픔과 상처가 없을까요? 그러나 마음이 아파하는 분들도 사실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위로받고 힘을 얻고 은혜로 살아가기를 무척이나 갈망>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 교회가 잘못됐다. 회개해야 한다. 다 뜯어 고쳐야 하고 문제가 많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소연처럼 쏟아내고자 하는 말들이 아니라 정말 사랑하고 따르고 싶어하는 교회와 공동체 그리고 리더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만한 점들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 같은 목사(저도 사실 많은 부분에서 다를 것 없음에도)를 만나 이렇게라도 이야기하는 마음 중심에는 여전히 <소망>을 놓지 않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저 개인적으론 목사로서 미안하고 씁쓸한 마음을 머금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더불어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은헤와 사랑안에서 회복되고 세상에서도 그 믿음으로 멋지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회색빛 가득한 일상은 믿음의 '믿'자를 꺼내기도 부끄럽고 실패가 가득한 삶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데서 오는 좌절감이 문제였습니다.

   몇 시간동의 짧은 만남이 어찌 지금까지의 엉켜있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부족한 지식이나마 전달하며 공감해주는 것이 전부이지만 들어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반응은 과분할 따름입니다. 

   제가 감히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가 있을까요? 그럴 깜냥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결 같았습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인생에 높고 낮은 굴곡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 굴곡 속에서 지금까지 적지 않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모두 <침몰>가운데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저는 늘 그렇게 이야기 하곤 합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 재밌고 신기한 것은 요 근래 드는 생각인데 원래 우리는 침몰하기에 <적합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깊이 침체하고 깊은 골짜기를 지날 수 밖에 없는 실존이 나라는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혼자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 침몰의 현장에는 늘 주님이 함께 하십니다. 하지만 주님 외에도 같이 침몰할 공동체와 한 개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그리고 함께 올라오기 위해 필요한 존재가 곁에 있어야만 한 다는 것을.

  깊은 곳에 홀로 내려가는게 얼마나 무섭습니까? 심해 깊은 곳에, 어두운 골짜기에 홀로 내려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내려감은 <침몰>이 아니라 <잠수>에 가깝습니다. 

   배는 침몰하면 끝장나지만 잠수함은 침몰이 아니라 잠시 내려가는 것 뿐입니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다시 올라오기 위해서. 왜 내려가야하는지 올라가기만 하면 안되는지 이런 질문에 정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주님만 아시겠죠. 

   그러나 원래 우리의 실존은 배가 아니라 잠수함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침몰(잠수)을 두려워하지말고 깊히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올 것을 기대하며 용기를 내어 한 걸음을 내딛어야겠습니다. 

   우리는 멈출지라도 하나님은 결코 멈추시지도 멈춘적도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좌절해도 괜찮고 실망해도 괜찮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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