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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길위의교회 김선주 목사, '하나님은 동그라미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1-12 00:37

대전 길위의교회 김선주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하나님은 동그라미다 >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에 환멸이 느껴질 때, 한 때 유행했던 개그맨의 말이 떠오르곤 한다. “인간이 싫다.” 인간이 자기 존재를 3인칭 시점으로 말해버림으로써 스스로를 타자화시킨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한 때의 유행어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 가운데 끊임없이 내재된 자기 비하와 성찰이다.

1915년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소설 <라쇼몽>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빼앗는 인간의 비열함을 풍자한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이 소설을 각색하여 같은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 195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영화는 하나의 살인사건에 관련됐거나 목격한 네 명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네 명의 진술이 각기 다르다. 결국 같은 경험을 해도 그에 대한 기억과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말함으로써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 객관적 사실은 존재할 수 있는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완전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생각과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네 명의 사람들처럼 인간은 세계와 사물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해석으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라쇼몽의 등장인물들처럼 객관적 현상을 주관적으로 다르게 증언하는 것을 ‘라쇼몽 현상’이라 한다. 이 현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 정치판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척평론을 하는 소시민들도 자기 기만의 함정에 쉽게 빠지는 것이다. 그래도 정치에서의 라쇼몽 현상은 이해관계에서 타협점을 찾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에서의 라쇼몽 현상은 거의 타협점이 없다. 오히려 어느 분야보다 타협이 불가능할 정도이고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종교적 신념은 자기의 생명과 우주의 운명을 거는 데까지 밀고 나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내세우고 우주적인 질서와 운명을 덧붙이면 사람들은 거기에 목숨을 건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창조의 섭리를 가장 극단적으로 위배하는 G**식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기독교가 동성애자를 창조의 섭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일종의 주술이다. 주술에 감염되어 자기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게는 타협점이 없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그런데 무식한 사람의 신념에 용기를 더하게 되면 하나님도 두렵지 않게 된다. 자신이 하나님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거짓과 진실의 경계도 무너진다. 내 말이 곧 진실이 된다. 전*훈이나 최*울 같은 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나에게 페친 신청을 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이 목사들이다. 나는 그들의 담벼락을 주의깊게 살핀 뒤에 친구를 맺는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걸러내려는 게 아니라 생각이 다름을 인정할 줄 모르는 종교인들, 자기만의 확신에 차서 천지 분간 못하고 떠드는 사람들은 소통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차단하려는 것이다. 

오늘도 한 침례교 목사에게 친구 신청이 들어왔다. 그의 담벼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면예배와 집회를 강행해서 교인들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12명밖에 안 걸렸다고 자랑한다. 코로나는 별거 아니니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을 지키라고 강변한다. 세상을 향해 굴러갈 줄 모르고 제 자리에서 자기만 옳다고 소리치며 반사회적인 행동을 마치 순교자적 행위로 치부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지난 가을 주일학교 아이들과 광장에서 자전거를 탔다. 자전거 타기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자전거가 왜 앞으로 나아가는 줄 아니?”
“내가 페달을 밟았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야, 자전거 바퀴가 세모나 네모 모양이었더라도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갔을까?”
“,,,,,,”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간 이유는 내가 페달을 밟은 이유도 있지만 바퀴가 동그라미였기 때문이야.”
“아~~~”
“그러면 하나님은 어떤 모양일까? 세모일까, 네모일까, 동그라미일까?”
“......”
“하나님은 동그라미야. 그래서 우리에게 동그랗게 굴러오는 거야.”
“우리도 하나님처럼 동그랗게 굴러가자. 누군가를 향해, 내 생각을 바꾸고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는 동그라미가 되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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