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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노동 인식 '뭇매'...한영석 사장, '산재 원인 노동자 탓' 실언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조창용기자 송고시간 2021-02-24 03:00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국회 환노위 '산재 청문회'출석 답변./국회사진취재단 제공

[아시아뉴스통신=조창용 기자]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이 산재의 원인을 노동자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대적인 대책 및 투자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일주일 새 3명이 사망하는 등 총 11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힌 바 있다. 지난해에도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특히 일주일 새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거듭 발생해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올해 역시 지난 9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시사위크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재 청문회에는 최근 2년간 업종별로 가장 자주 산재 문제가 발생한 9개 기업의 대표자들이 출석했고, 환노위 소속 여야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해당 기업들의 대표이사 등은 거듭 사과의 뜻과 기업 차원의 대책을 밝히며 고개를 숙여야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자로 출석한 한영석 사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으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것은 박덕흠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다. 

한영석 사장은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니 불안전한 (작업장) 상태와 작업자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며 “불안전한 상태는 투자를 해서 많이 바꿀 수 있지만,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형화돼 있는 것보다 비정상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이 많아 표준에 의한 작업을 유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도 그런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작업자가 많아서 더 세심하게 관리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재와 관련된 기업의 책임 및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산재의 주요 원인을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전가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러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재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불안전한 행동이라며 작업자들이 뭘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 이런 말을 했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처벌법에서 피해가지 못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사실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질의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심문을) 요청한 이유는 한영석 사장이 말한 부분에 굉장히 심각한 우려가 들어서다”라며 “불안전한 행동만으로 산재가 나진 않는다. 시설장비, 불안전 행동, 관리감독 이 세 가지가 다 망가졌을 때 중대재해가 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례 중 사망에 이르게 한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라며 다그쳤고 한영석 사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장철민 의원은 “사람이기 때문에 의도와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분명히 생기고, 불안전 행동도 너무 당연하게 발생한다”며 “그걸 막기 위해서 시설장비나 관리감독 체계를 갖춰 재해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돌아가신 분은 물론 불안전 행동이 있었다. 오인해서 떨어지셨다. 그런데 밑에 추락방지망이 있었으면 안 돌아가셨을 거다. 안전대 제대로 걸었는지 확인하는 감독 인력이 있었으면 돌아가셨겠나”라고 몰아붙였다.

아울러 “대책을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특정한 하나의 원인, 특히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만으로 원인을 보는 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한영석 사장은 “지적사항을 명심해 불안전한 작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표준을 바꾸고 위험요소를 찾아 비정형화돼있는 작업을 정형화하는 등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오후 질의시간 중에는 “말솜씨가 없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결코 작업자의 행동에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영석 사장은 산재 문제를 대하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산재 원인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것이 아니었다는 그의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산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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