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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벧엘교회 손희선 목사, '억지(億志)로 목회합니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4-02 04:00

열린벧엘교회 담임 손희선 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억지(億志)로 목회합니다.

목포에 사는 조카가 하루는 형님께 물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보니까 할아버지도 목사고, 아빠도 목사고, 작은 아빠도 목사니 나도 목사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형님은 그런 조카를 향해 빙긋이 웃으며 조금도 그런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음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조카가 올해 대학에 들어갔는데 신학대는 가지 않았습니다.

저나 형님을 생각할 때 저희 형제들은 결코 목회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형님은 건축을 하고 싶었고, 저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39년을 목회하시면서 한 번도 입으로 “힘들다”고 고백하신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 번도 여유 있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 흔한 외식 한 번을 안 했습니다.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저는 아직도 제 아버지 눈에 실핏줄이 터지면서 토끼 눈으로 사역하셨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자의로 목회자가 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께서 저와 형님을 부르셨습니다. 먼저 형님을 부르셨고 나중에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 즈음에 제 어머니께서 꿈을 꾸셨는데 세 사람이 십자가를 지고 언덕 위를 오르는 그림자를 보셨다고 했습니다. 그 그림자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절대로 교회를 개척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신학대학교와 신대원까지 합쳐 7년을 공부하면서도 단 한 번도 교회 개척을 꿈꿔 본 적도, 바래 본 적도 없었습니다. 예수전도단에서 DTS(제자훈련학교) 과정을 마치고 남아공에 간 것도 학위를 얻어 한국에 있는 교회 중 한 곳에 청빙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뜻밖에도 하나님은 제게 교회를 개척하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하기 싫다는 제게 하나님은 무려 일곱 가지 이상의 싸인을 주셨습니다. 그렇게 교회를 개척하고 벌써 17년 째 이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고난주간을 맞아 6인6색, 여섯 분의 귀한 목사님의 말씀을 성도님들과 함께 받고 있습니다. 오늘 목요일 아침에 광주제일교회 진일교 목사님의 “억지로 십자가를 진 구레네 시몬”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얼떨결에, 마지못해, 하는 수 없이 십자가를 진 구레네 시몬에 대한 말씀을 듣는데 내가 어떻게 목회자가 되었는지, 내가 어떻게 열린벧엘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은 내가 어떻게 목회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감격스럽고 행복합니다. 기쁩니다. 만족합니다. 충분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여전히 “억지로”라는 마음도 포개어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온전히 감사하고 온전히 기쁨만 있지 않았습니다. 억지로라도 새벽을 깨우고, 억지로라도 말씀을 준비하고, 억지로라도 성도들을 만나는 저를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억지”라는 단어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억지”란 일억(億) 번의 의지(志)를 발동하여 십자가를 지는 것이며 그렇게 할 때 일억(億) 가지의 복(祉)을 누리게 된다고 말입니다. 구레네 시몬이 억지로 진 것 같으나 이것이 그의 가정과 특별히 두 아들 알렉산더와 루포에게 큰 은혜로 흘러간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기쁨으로 져도 은혜지만 억지로 져도 충분히 은혜로울 수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도 선한 의지를 발동하여 내 몫에 태인 십자가를 잘 지고 주를 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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