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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천호동 말씀의빛교회 윤용 목사, '말이 안되는 징표'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4-11 05:00

말씀의빛교회 윤용 목사.(사진제공=말씀의빛교회)

[말이 안 되는 징표]
(출애굽기 3:1-12)

1. 

징표란 일이 생기기 전에 주고 받는 것이다.
결혼할 사람에게 징표로 반지를 줄 때는,
'앞으로 당신과 결혼할 것인데
그 징표로 이 반지를 줍니다.' 라는 의미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상한 징표를 주신다.

(출 3:12, 새번역) 하나님이 대답하셨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네가 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다음에, 너희가 이 산 위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게 될 때에, 그것이 바로 내가 너를 보냈다는 징표가 될 것이다."

하나님이 모세를 이집트로 보내서 백성들을 이끌어 
이집트의 압제에서 구원하게 하셨다는 징표가,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나와서 
광야에서 하나님께 예배하게 되는 것이라니,
이걸 어떻게 '징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치 결혼할 사람이 상대방에게 
"당신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인데,
그것이 징표가 될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왜 이런 징표를 말씀하셨을까?

2. 

사실 징표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일어났다.

(출 3:2, 새번역) 거기에서 주님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으로 그에게 나타났다. 그가 보니, 떨기에 불이 붙는데도, 그 떨기가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주님의 천사가 떨기나무 불꽃으로 나타나서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는데 
떨기나무는 없어지지 않는 광경을 모세가 본 것이다.

'징표'의 역할을 할 정도의 일이 일어났지만
하나님은 그깟 것을 징표라고 하지 않으셨다.

떨기나무에 불이 붙고 나무가 없어지지 않는
하찮은 일을 징표라고 말하기에는
하나님이 하실 일이 너무 엄청나고 아름다운 일이기에 
그 일을 보는 것보다 더 크고 분명한 징표가 없는 것이다.

3. 

떨기나무에 불 붙는 일은 '단순하게 놀라운' 일에 불과했다.
모세는 거기에 마음을 쓸 것이 아니라,
진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하나님이 모세가 해야 할 진짜 중요한 일을 하게 하셨다.

(출 3:5, 새번역)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

모세가 해야 할 일은 
수십 년 동안 일상적으로 살았던 광야의 어느 한 곳이 
갑자기 거룩한 땅이 되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발에 신고 있던 신발을 벗는 것이었다.

4. 

방언, 환상, 예언, 병고침, 세상에서의 성공 등을 
신앙의 징표인 듯 붙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들을 미끼로 사람들을 모으는 종교장사꾼도 많다. 

그런데 징표, 표적, 이적, 신기하고 놀라운 일 따위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것을 신앙의 근거로 삼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것들은 '징표'가 절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징표'란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행하시는 위대한 일을 보는 것만이 
진정한 징표다.

사소한 징표 따위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하나님이 주시는 진짜 징표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이 '거룩한 땅'이 되는 경험
마음의 발에서 신발을 벗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동일하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내면의 변화를 겪어서 
평소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 일상의 시간이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거룩한 시간임을,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바로 그곳이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거룩한 땅임을 
온 맘으로 경험하게 되는 순간을 만나야 한다.

놀랍고 신기한 일을 만나는 것으로는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없고,
세상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범벅된 마음으로는
이런 일을 결코 경험할 수 없다.

그렇다면 모세는 어떻게 해서 이런 순간을 만났을까?
본문을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모세가 어떻게 그런 일을 경험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모세는 그저 장인의 양 떼를 치는 목자가 되었을 뿐이고,
그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서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갔을 뿐이고,
거기에서 불타는 떨기나무를 만났을 뿐이고,
모세를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끄집어 내어
광야에서 하나님께 예배하게 하겠다는 하나님의 언약을 받았을 뿐이다.

다만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갔고 
어느 순간에 자신이 선 땅이 거룩한 땅임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만났다는 것 뿐이다.

불현듯 자신이 선 곳,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일상이 
거룩한 시간, 거룩한 땅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만나야 
신자로서 언약에 진정으로 동참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순간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응답하는 삶이 될 수 있을까?

5. 

어떻게 해야 모세와 같이 이런 순간을 만날 수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순간을 너무 만나고 싶었다.

일상이 주는 답답함과 죄책감과 무거운 마음이 
매일같이 나를 짓눌려 마음이 괴로웠다.
먹고 살고 가족을 건사해야 해서 꾸역꾸역 살아가긴 했지만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듯 했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일상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서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삶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말씀을 묵상하는 것에 삶을 걸기 시작했다.
일상이 주는 무거운 마음과 죄책감을 
그대로 안고 가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였다.

하루하루 말씀을 치열하게 묵상했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조금 트인 숨통을 갖고 일상 안으로 들어갔다.
똑같이 무너지고 넘어지고 괴로워졌다.
그러나 예전과 조금은 달라졌다.
아침에 묵상한 말씀을 기억하고 싶어진 것이다.

일상에 치어서 살아가다 보니 
말씀이 기억나지도 않는 경험을 하고 충격을 크게 받았다. 
아침에 묵상한 말씀을 쪽지에 간단히 적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숨이 멎을 것 같은 답답함과 괴로움에 치일 때쯤에
주머니 속의 쪽지를 꺼내서 
그 날 묵상한 말씀을 보았다.
숨통이 트이고 마음이 회복되었다.
작은 소망이 생겨서 다시 일상을 신자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

나에게는 그 때가 나의 일상이 '거룩한 땅'이 되는 순간이었고 
나의 발에서 신발을 벗는 순간이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자 
더 이상 '신기한 현상' 따위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방언이나 예언이나 환상이나 꿈 따위에 
마음을 빼앗길 필요가 없어졌다.

살기 위해서 말씀을 묵상하는 것에 삶을 걸었고,
살기 위해서 일상에서 말씀을 기억하려고 힘을 썼을 뿐인데,
말씀을 회상하는 그 순간을 통해 
일상의 시간에 '거룩한 땅'에 서는 경험을 조금씩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세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이 백성, 이 나라, 한국 기독교 등의 거대담론에 대해 
나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주제 파악'은 어느 정도 하는 편이라서 
내가 그렇게 거대하고 거창한 일을 할 인물은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내가 일상을 '거룩한 땅'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만나고 누리고 싶은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살고 싶어서였다.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잃고서 
그저 돈 버는 기계로 살아가는 비참함에 함몰되어 살다가 
의미없이 죽는 것이 너무 싫어서였다. 

목사가 된 지금도 나의 소망은 단순하다.
내가 선 곳이 거룩한 곳임을 불현듯 깨닫고 
마음의 발에서 신발을 벗는 경험을 날마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매일 말씀을 치열하게 묵상하려 한다.
기억할 말씀이 있어야,
붙들 그 날의 말씀이 있어야 
일상에서 거룩한 땅에 서는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경험이 나를 신자로서 살아나게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 이제 '징표'는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나의 일상이 거룩한 땅이 되어 
나의 마음의 발에서 신발을 벗고 
주님의 언약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것조차 '징표'라고 말씀하시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징표다.
내 생명이 살아나고 있다는 징표다.

그것이면 된다.
마음과 영혼이 죽지 않고 살아서 주님과 교제하는 하루하루를 
평생 동안 말씀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

jso84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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