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뉴스홈 종교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4월에'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기자 송고시간 2021-04-20 05:00

뉴저지 빛교회 김희건 목사, Ph.D./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4월에

4월은 사람의 나이로 치면 몇 살에 해당될까? 20대 초반일까? 인생의 여정 속에 그때는 대학생활을 할 때일 것이다. 서울 문리대 동숭동 거리를 오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던 그 시절에도 학교를 오가는 그 길에 머리 속에는 음악의 멜로디가 출렁거렸던 것이 기억된다. 베에토벤의 바이얼린 컨체르토 곡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음악에 실려 학교를 오고 갔다 할 수 있다.

5월의 어느날 점심 시간, 교정에서 쉬고 있을 때, 방송실에서 찌고이네 바이젠을 틀어 주었다. 교정 가득히 바이얼린 선율이 가득했다. 감미롭기도 하고, 빠르기도 했던 선율에 도취되어 시간을 망각하는 듯 소리에 취했다. 시간이 나면, 학교 앞 학림 다방에 앉아 커피를 시키고, 그 안에서 들려 주는 클래식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학 시절이면 의례 연애하는 때가 아닌가? 그런데도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하고 4년을 보냈다. 두 번인가, 이대생들과 미팅을 가졌지만, 별로 인연도, 마음에 드는 여학생도 보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와, 거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오디오도 사고, 학생들과 모여 막걸리를 먹고 다녔다. 그때는 모든 학생들이 가난했다. 공부하며 아르바이트 하며 사는 것이 당연한 삶이었다.

이곳 뉴저지 거리에는 다니는 곳마다 자목련이 피어 있고, 개나리, 수선화, 벚꽃을 볼 수 있다. 하얀 나비도 보았다. 이런 꽃들이 천국에도 피어 있을까? 천국에는 더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을 것이다. 안토니 회케마 조직신학자의 주장대로, 나는 그 천국이 멀리 세상 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땅이 새롭게 회복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룬다는 주장을 믿고 싶다.

그러면, 우리가 보았던 것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새로운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자는 이제 풀을 뜯고, 동물 세계에는 죽고 죽이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그때 사자들은 옛날을 그리워할까?) 강아지, 양, 새들, 좋아하는 동물들과 공존하는 천국에 살고 싶다. 몇년 전, 남아공, 사파리에서 보았던 것처럼, 눈이 맑고 부드러운 영양 떼들은 더 이상 사자나 표범을 피해 도망 다니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육식을 하면서도 마음 속에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사람의 음식을 위해 죽어야 하는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소의 눈을 보면서, 그 몸을 먹을 생각은 감히 하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육식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아내는 총회차 2, 3일 출타 중이고, 혼자 집에서 이 정적과 평화를 음미한다. 조금 있으면 어떤 학생은 논문 수정을 위해 찾아올 것이다. 잠시 있는 시간에 박화목, 채동선 망향을 들었다. 가슴 절절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적셔 낸다.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고국의 봄 풍경에 넋을 잃고 듣고 보게 된다. 금수강산, 아름다운 고국, 거기 사는 백성들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누군가 보내 준 고국의 철쭉, 진달래의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저 아름다운 고국을 생각할  수 있어 좋고, 언젠가 방문해서 그곳을 걸어 볼 꿈을 갖는다. 고국 떠난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은 고국 땅 어딘가를 다니고 있다. 춘천 가는 길목의 의암댐도 가보고 싶고, 양평 가는 길 강변을 따라 드라이브도 하고 싶다. 5월이면 철쭉으로 가득한 과천의 산을 다시 보고 싶다. 북한산에도 오르고 싶고, 예전에 찾아갔던 충청도 옥천 기도원에도 가보고 싶다.

오늘은 facebook을 통해, 옛날 청년 시절 함께 신앙 생활을 했던 동기 목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에 살면서, 대마도 선교에 열심하다 돌아 가셨다. 위암은 소리 없이 다가와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가 보다. 보내는 분이야 마음이 허전하겠지만, 언젠가 우리가 한 곳에서 만날 소망이 있어, 빈 마음을 이겨낸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하늘의 평안이 함께 하시길 빈다.

jso8485@naver.com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실시간 급상승 정보

포토뉴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