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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낸 공개서한문 전문

[인천=아시아뉴스통신] 양행복기자 송고시간 2021-05-04 17:28

이재현 인천`서구청장/아시아뉴스통신DB

[공개 서한문]

천만 시민이 사는 서울시의 새 수장이 되신 오세훈 시장님께.

인천 서구청장 이재현입니다. 시장님께 수도권매립지가 위치한 기초자치단체의 단체장으로서 55만 인천 서구민의 염원을 담아 실례를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글을 씁니다.

더 이상 서울의 발전에 또다시 인천 서구민을 희생양으로 삼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난 30년간 서울은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살기 좋고 편리한데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아름다움까지 지닌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서울의 발전은 곧 우리나라의 발전이기에 저 역시 기대감이 큽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서울의 빛나는 발전에는 인천 서구민의 남모를 희생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무려 30여 년입니다.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재차 말씀하셨죠? ‘서울을 미국 뉴욕이나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을 능가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요.

제가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쓰레기를 선진화하지 못하면서 서울을 글로벌화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 공약이 실현되려면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쓰레기 선진화입니다. 넘쳐나는 쓰레기와 전 세계에 유례없는 가장 큰 매립지로 가장 오랫동안 지자체 한 곳(인천 서구)에만 묻어온 수도권 쓰레기 피해, 이는 세계적인 도시를 꿈꾸는 서울의 위상에 맞지 않을뿐더러 남다른 자부심을 지닌 서울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인천 서구가 홀로 감내해온 고통을 모르시진 않을 겁니다.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우리 서구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내내 수도권매립지를 온몸으로 접합니다. 그 아이들이 벌써 30대 청년이 됐습니다. 아직까지도 피해자입니다. 앞으로 또 연장한다면 평생을 피해자로 살아야 합니다. 단지 서울이 아닌 서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다.

악취에 미세먼지에 온갖 유해한 환경시설까지 죄다 서구에 몰려있습니다. 폐기물처리업, 아스콘업, 석유화학업에 주물단지까지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합니다. 이 역시 수도권매립지 때문입니다. 1년 365일 중 단 며칠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쓰레기를 가득 실은 커다란 트럭이 냄새와 먼지를 날리며 오가는 곳이 바로 이곳 서구입니다.

서구는 이제 예전의 서구가 아닙니다. 인천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이자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 인구를 합하면 몇 년 후 무려 8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수도권 으뜸도시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서구에 쓰레기를 묻으려고 하는 건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억지 논리에 불과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님을 비롯해 수도권매립지 연장을 넌지시 바라는 모든 분에게 간곡히 묻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이 좁은 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대형 매립장에만 의존해 쓰레기를 처리하실 거냐’라고 말입니다. 시장님께서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생각을 공개석상에서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하셨죠. 지난 3월 30일 서울시장 후보토론회에서 “인천의 쓰레기매립지가 그동안 잘 운영돼왔는데 인천시가 난색을 표하면서 지금 상황이 매우 급박해졌다. 인천에 있는 쓰레기매립지를 계속 쓸 수 있도록 바로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서울시 내에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잘못 알고 계시는 부분이 있기에 이 자리를 빌려 바로 잡고자 합니다. ‘잘 운영’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참아온 것’입니다. 4자 협의체 간 합의에 충실했고, 이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난색을 표하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입니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수도권매립지가 지금처럼 운영되는 이상, 서구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사용하기 위한’ 협의가 아닌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전제로 쓰레기 선진화를 위한’ 협의를 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상 살기 참 좋아졌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요. 그런데 유독 쓰레기만큼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아진 게 없습니다. 강산이 세 번도 변하고 남을 시간인데 말입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시돼야 할 감량과 재활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일상은 선진국을 향해 달려가는데 유독 이 부분만큼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할 수 없어서일까요? 아니, 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이미 재활용 기술은 최첨단화·친환경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나 민간에만 의존하고 공공부문의 지원이 아주 미약할 따름입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해야만 합니다.

수도권매립지 연장에 대한 고민보다는 다른 선진국처럼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할지 그 고민부터 하면 가능합니다. 수도권매립지와 같은 대형 매립장만 찾으려 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서울부터 쓰레기 처리의 교과서적 해결책인 발생지 처리 원칙과 감량·재활용에 우선한 선진화를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환경전문가 출신으로서 55만 인천 서구민의 염원을 담아 제가 감히 대안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첫째,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해서 서울시부터 쓰레기는 자치구별로 각자 처리하는 것을 추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쓰레기 선진화의 출발점은 발생지 처리 원칙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에 대한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4자 협의체 최종합의문(21쪽 수도권폐기물의 안정적‧효율적 처리를 위한 이행사항)에도 친환경 자원순환 관련 내용이 명시돼있습니다. 이에 기반해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들어가는 쓰레기양을 50% 이상 줄이는 것부터 함께 외쳐야 합니다.

둘째, 더 이상 수도권매립지와 같은 대형 매립장에 의존하지 말고 감량과 재활용에 우선한 쓰레기 정책을 실행해주십시오.

얼마 전 끝난 대체매립지 입지 후보지 공모는 단 한 곳의 지자체도 응모하지 않은 채 무산됐습니다. 수도권매립지 종료 당사자인 4자 협의체 구성원 간 논의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의 수도권매립지에 버금가는 대형 매립장만을 찾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으로는 수도권매립지를 종료시킬 수 없습니다. 대형 매립장 공모가 아닌 감량과 재활용 공모부터 우선 추진할 것을 4자 협의에서 주장하고, 서울시가 앞장서주시길 바랍니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다시 재사용·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해야만 합니다.

셋째, 쓰레기종량제 봉투까지 과학적으로 선별해서 감량과 재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주십시오.

인천 서구는 앞서 그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부 ‘스마트 그린도시’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서구의 ‘자원순환 선도형 순환경제 커뮤니티 구축’ 사업 즉, 1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토록 하는 감량사업과 폐비닐&폐플라스틱을 연료나 물질로 만들어내는 재활용센터 그리고 쓰레기종량제 봉투까지 파봉해서 재활용품을 과학적으로 선별하는 ‘스마트 에코리싸이클링 센터 구축’이 바로 그 실례입니다.

이러한 모델들을 수도권에 대거 만들면 공공·민간 재활용의 선진화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 자원을 최대한 선별해서 공공·민간에 제공하면 재활용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서울시도 감량과 재활용에 있어 적극적인 공공 선별정책을 추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넷째, 재활용 기술이 몰라보게 발전했으니 최첨단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기초자치단체별로 적용토록 재활용 산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해주십시오.

인천 서구는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을 본격적으로 외치면서 전국을 무대로 가장 많이 배출되지만 가장 재활용이 안 되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기술을 찾아다녔습니다. 재생연료유로도, 수소로도 만들어낼 수 있을뿐더러 공정 과정에서 탄소와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도 발생하지 않는 신기술을 다수 접했습니다. 파격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충분히 육성할 수 있습니다. 분명한 건 민간 재활용업체에만 맡기는 지금의 시장경쟁원리로는 후진국형 재활용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각자 도생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야 합니다. 지금부터 최소 10년 만이라도 공공형재활용을 추진, 부지 및 육성자금을 제공해 친환경 첨단 재활용 기술이 적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매립과 소각에 사용되는 공공비용의 일부(20% 정도)만 지원해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수도권매립지 반입량의 최고치(40% 정도)를 차지하는 건설폐기물도 100% 모두 재활용 가능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4자 협의 시 서울시에서 앞장서 추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섯째, 이렇게 감량과 재활용하면 매립할 물량이 확연히 줄어듭니다. 나머지 물량을 최첨단 열효율과 자원순환 방식으로 소각시키고, 소규모· 다각적 방식의 매립장을 구하면 됩니다.

최대한 감량하고 재활용한 나머지 물량만으로 매립과 소각을 논의하면 답이 쉬워집니다. 종전의 대규모 매립 방식이 아닌 직매립 제로화를 목표로 소규모‧성상별‧첨단공법 적용‧선진사례 도입 등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한 후, 소각 역시 최첨단 방식의 열효율이 높은 고부가가치 자원순환형으로 바꾸면 됩니다. 무엇보다 수도권매립지를 포함해 대규모 입지를 찾으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4자 협의 시 서울시부터 감량, 재활용 등 쓰레기 선진화에 나설 것을 선언해 주시길 바랍니다.

악취·먼지·공해가 심각했던 서울의 난지도 쓰레기매립지를 기억하십니까?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를 서울에서 추진한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을 목표로 친환경 공원과 가치 있는 도시로 말끔히 복원시켰듯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도 이제는 종료하고 바꿔나가야 합니다.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과 넓은 유휴부지에 스마트팜과 시민공원, 태양광 발전시설, 청소년미래전당 등을 조성해 매립지라는 부정적인 공간을 환경‧생태‧문화‧관광에 첨단산업까지 갖춘 긍정의 ‘매력밸리’로 바꾸고, 무한한 활용 가치를 지닌 희망의 땅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한 인천 서구는 쓰레기 선진화를 위해 몸부림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인천 역시 환경특별시까지 외치면서 적극 선도하고 있습니다. 서구도 대한민국입니다. 서구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단체장의 역할은 한 지자체만을 위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해당 지자체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되 궁극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수도권 갈등의 온상인 수도권매립지를 이번에야말로 종료시키고, 서울 등 수도권의 쓰레기 선진화를 목표로 함께 풀어내야 합니다.

서울시의 쓰레기 선진화 의지를 이번 기회에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3
인천서구청장 이 재 현

[아시아뉴스통신=양행복 기자]
yanghb1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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